차가운 가을바람과 첫 문화 충격
2017년 9월 30일, 시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저녁 비행기를 탔습니다. 다행히 회사에서 이주를 지원해 주어, 7월에 미리 가구와 짐을 컨테이너로 보내고 필수품만 챙겨서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에서의 새로운 삶을 떠올리니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요.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후 국내선 비행기로 뉘른베르크에 도착했습니다. 남편이 먼저 가서 집을 준비해 두었기에 저희는 10월 1일, 뉘른베르크의 새 집에서 첫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Old Town과 조명이 비추는 성벽은 그야말로 아름다웠습니다. 모두가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짐을 실은 컨테이너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처음 몇 달은 가구 없이 지내야 했지만, 가족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어요.
10월 4일, 드디어 독일 본사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일한다는 기대감과 약간의 긴장이 공존하던 날이었죠. 독일의 가을바람은 싱가포르의 무더위와는 너무나도 달랐고, 볼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은 저에게 이곳이 새로운 시작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출근해서 회사 ID를 받고, 또 노트북을 받았습니다. 제 책상에는 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회사 로고가 박힌 텀블러, 노트, 볼펜이 담긴 Welcome Kit이 놓여 있어서 감동을 받았답니다.
독일에서 처음으로 겪은 문화 충격은 바로 인터넷 연결이었습니다. 기사님이 독일어만 사용하셔서 소통이 어려웠고, 인터넷 회사 내부 데이터베이스 오류로 인해 한 달 반이나 지나서야 인터넷을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익숙했던 '빨리빨리' 문화와는 정반대였죠. 그 시간이 우리 부부에게는 꽤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결국 독일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약 저희가 독일어를 할 줄 알았다면 조금 더 빨리 해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또 다른 충격은 일요일마다 수퍼마켓이 모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었어요. 심지어 공휴일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독일 동료는 일요일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존중하기 위함이며, 특히 Christian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교회에 가는 시간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죠. 24시간 열려 있는 편의점이 익숙한 한국과 언제나 북적이는 싱가포르의 쇼핑몰 문화에서 온 저희에게는 꽤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독일 사람들이 미리미리 계획하는 습관이 생긴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계획 없이 생필품이 떨어지면 일요일엔 구할 수 없으니까요. 계획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저희는 종종 우유나 계란 같은 기본 식료품이 떨어져 곤란해졌을 때, 다행히 열려 있는 뉘른베르크 중앙역의 Lidl 수퍼마켓을 애용했습니다.
독일에서의 첫 경험들은 저희 가족에게 새로운 교훈을 주었어요.
‘아, 정말 우리가 유럽에 오긴 왔나 보구나. 모든 것이 약속 (Termin)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기다림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문화에 살게 되었구나.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지. 이제 이곳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배워봐야겠다’ 깜깜한 뉘른베르크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경험한 독일 본사의 오피스 문화와 그 속에서 얻은 교훈들을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여러분도 예상치 못했던 문화적 차이나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도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