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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L 감독 열전 EP.1 ]
파비안 휘르첼러

손흥민보다 젊은 프리미어리그 감독의 등장

by 피오의 덕후공방

[ 프리미어리그 감독 열전 ] 첫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2024년 데제르비의 대체자로 브라이튼의 감독직을 맡은 파비안 휘르첼러이다. 93년생, 손흥민보다 1살 어린 미국출신의 독일인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팀들을 상대하게 되었을까?





" 파비안 휘르첼러 "

브라이튼 & 호브 알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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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생, 손흥민보다 어린 나이의 휘르첼러는 어떻게 프리미어리그의 감독이 될 수 있었는가? 그의 커리어를 되돌아가보자.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태어난 휘르첼러는 선수시절 호펜하임에서 방출된 이후 빠르게 코치의 길을 걷는다. 독일 유소년대표팀 어시스턴트 코치로 시작해 2020년 장크트 파울리 코치직을 맡게된다. 이후 파울리의 슐츠가 경질되자 임시감독 자리에 올랐고, 이후 10경기 전승을 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구단에 증명했다. 다음 시즌 휘르첼러의 지휘 아래 장크트 파울리는 분데스리가 2 우승과 승격을 달성한다.



*2023년 4월, 30세의 나이에 UEFA 프로 라이센스를 취득 후 정식 감독으로 임명됨

*TMI : 당시 장크트 파울리에는 아스날 출신 미야이치 료와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상대한 잭슨 어바인이 뛰기도 했다.






[ 구조적 안정성 ]



휘르첼러의 장크트 파울리부터의 전술 철학의 핵심은 구조적 안정성이다. 선수들이 공을 잡았을때 팀전체의 빌드업 리듬을 만들고, 상대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중요한 것은 고정된 포메이션이 아니라 공간의 점유와 선수들간의 역할 변화였다. 장크트 파울리 시절 평균 점유율은 약 57.4%였으며 리그 상위권의 공격지표를 가지고 있었다. 휘르첼러는 정확히 어떤 축구를 보여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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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업 및 공격전개 상황에서 3명의 수비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의 강한 압박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중앙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내려와서 빌드업을 도우기보다는 전방으로 올라가 중원을 비우는 전략을 택했다. 결국 포메이션은 상대의 압박라인에서 가운데 공간을 완전히 비우는 6-0-5 를 형성한다. 휘르첼러는 이러한 상황에서 6과 5를 연결짓는 방법들을 연구했다.



* 중앙 수비수가 미드필더 형태로 올라가며 중앙을 연결하기도 하고, 양쪽 풀백이 폭을 벌리거나 좁혀들어오면서 두 진영을 연결지어주었다. ( 이 과정에서 윙어어들도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 이 과정에서 골키퍼 또한 빌드업의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골키퍼는 양쪽 센터백과 함께 스리백을 구성하며 패스루트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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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빌드업 상황에서 중앙수비수 에릭 스미스가 미드필더로 이동하며 팀의 패스경로를 이어간다. 이는 스미스가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이었기에 가능했고, 그가 없는 상황에서는 하우케 발이 미드필더의 역할을 대신했다. 골키퍼 니콜라 바실에게도 휘르첼러는 빌드업을 요구했고 그는 팀내 다섯번째로 많은 패스를 시도한다.



* 빌드업 시 휘르첼러는 4-2-2-2의 시스템을 자주 활용했다. 양쪽 윙어가 측면을 벌리고, 양풀백은 가운데로 들어와 빌드업을 도운다. 상대와의 중원에서의 수적우위를 위해 한명의 피봇과 스트라이커가 내려와 아래의 빌드업을 도운다. 빌드업 상황에서의 공격전개는 두명의 센터백과 한명의 중앙으로 올라간 센터백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전방으로 올라가면서 진행된다. 이를 통해 공격에서의 수적우위를 만들고 상대의 수비라인의 좌우폭을 좁혀나간다. 올라간 선수들 중 두명의 중앙미드필더들은 가짜 10번의 역할을 소화하며 좌우로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상대의 수비라인을 뒤흔들어 빈공간을 만들어낸다.




장크트 파울리는 2부리그에서 두번째로 많은 패스를 기록했지만 스루패스의 빈도는 낮았다. 직선적이고 다이렉트한 공격보다는 조립해가는 것을 추구해나간 것이다. 이유는 당시 강한 공격력을 보여준 장크트파울리를 상대팀들은 낮은 수비 블록으로 응수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휘르첼러는 크로스를 활용했고 좋은 능력을 보유한 우풀백 마놀라스 살리아키스의 존재로 주로 오른쪽에서 진행되었다.






[ 압박과 블록형성 ]



장크트 파울리는 2부리그에서 높은 압박 지표를 기록하며, 압박 라인을 높이고 강도를 강화했다. 압박은 주로 공을 상대진영에서 탈취당한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상대의 빌드업 진로를 밀어넣어 강한 프레싱으로 전방에서 재압박 및 공탈취를 진행했다. 파울리의 선수들은 압박 시 공에서 가장 가까운 선수들이 빠르게 달라붙었고, 빠른 압박에도 탈취에 실패한다면 수비 전체가 컴팩트한 형태로 재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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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이후 수비진형에서의 특별함은 오각형의 구조였다. 3명의 공격수와 두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중원에 좁은 오각형 형태의 블록을 만들었고, 이 오각형은 유동적인 형태로 변화하며 아래쪽 측면 수비수들과의 협력수비로 상대를 낮은 지역에서 압박했다. 이는 상대가 중앙에서의 빌드업을 가져가는데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고, 이후의 측면 공격도 무력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 휘르첼러의 브라이튼 ]




그렇다면 브라이튼의 감독을 맡은 이후 휘르첼러는 어떤 축구를 보여주고 있을까? 데제르비의 후임으로 브라이튼의 감독직에 오른 휘르첼러는 분데스리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축구를 펼쳐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포메이션의 변화, 즉 백3에서 백4로의 전환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프리미어리그의 팀들은 독일의 팀들보다 강하고 빠른 압박을 구사했고 브라이튼은 우위에 있는 클럽이 아닌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유연한 포메이션의 변화와 공간을 점유한다는 그의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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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튼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역시나 센터백들이 맡고 있다. 2020년 영입된 '얀 폴 반헤케' 와 팀의 주장 '루이스 덩크' 는 그들이 가진 패스능력을 통해 휘르첼러가 요구하는 골키퍼와의 3백 형성으로 만들어지는 빌드업뿐만 아니라, 앞으로 뿌려주는 다이렉트한 패스들도 섞어주고 있다. 브라이튼의 공격 시퀀스에서 핵심은 패스를 무의미하게 돌리는 것이 아닌 짧은 패스/깊이 있는 주행/공간 침투를 섞은 지공이다.



*브라이튼의 전방 공격수 두 명이 내려오면서 중앙 과밀을 유도하고 측면 공간을 만들어낸다. 풀백이 안쪽으로 위치하면서 상대 풀백을 일대일로 맞서게 유도하고, 미드필더가 깊이 침투하는 움직임이 자주 나타난다. 이런 과정 속에서 라인 브레이킹 패스들이 이루어지고 공간침투를 통해 측면에서 가운데로 들어가는 승부를 본다. 미토마, 민테 등의 기술과 강인한 체력을 가진 선수들이 전방으로 끝없이 움직임을 가져가며 상대 측면 수비에 과부하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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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업 과정 또한 주목할만하다. 브라이튼의 낮은 위치에서의 빌드업에서 휘르젤러는 4백, 6번 1명, 8번 2명, 3번 공격수로 팀을 1-4-3-3 포메이션 으로 구성한다. 후방에서의 견고한 기반을 다진후 미드필더의 유동적인 움직임으로 전진할 준비를 한다. 높은 위치에서는 양 풀백이 좁혀들어오며 미드필더가 되고 양 측면의 윙어는 크게 측면으로 벌린다. 중앙 미드필더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자리에 위치하고, 1-2-3-2-3 구조를 만든다. 선수들간의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의 혼란을 유도하며 공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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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르첼러 이후 브라이튼은 이전에 비해 증가한 압박 수치를 보여준다. 브라이튼의 러닝 거리, 스프린트 수, 압박 횟수가 이전 시즌 대비 크게 증가했다. 브라이튼은 “112.1 km 평균 뛴 거리(리그 2위)”, “152.4 스프린트(리그 6위)”, “최종 3분위 압박 횟수: 60.4회(리그 4위)” 등의 수치를 기록했다. 수비 시에는 상대가 중앙으로 빌드업할 때, 풀백 혹은 윙어가 밖으로 유도한 뒤 압박을 가하는 와이드 프레싱 트랩구조도 나타난다. 대신 브라이튼의 경기 당 점유율은 60%대에서 50% 후반대로 크게 감소했다. 그 대신 팀은 공격 전환, 속도, 깊이 있는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 높은 라인과 강한 압박 구조는 브라이튼의 역습 허용도를 높이고있다. 이는 최근 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에서도 명확히 보여졌다.



브라이튼의 빌드업은 오버래핑 / 하프스페이스 공략 / 박스 안 많은 숫자 투입 /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링크업플레이로 분석할 수 있다. 오배래핑과정에서는 넓게 벌려선 윙어 뒤로 풀백이 침투 후 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인다. 하프 스페이스 공략을 위해서 윙어들은 공간으로 질주하는 미드필더에게 공간패스를 넣어준다. 장크트 파울리때와 마찬가지로 박스 안에 많은 숫자를 투입한다.



*휘르첼러의 브라이튼에서 스트라이커는 아래로 내려와 연결해주는 장면을 자주 연출한다. 상대 수비의 압박에도 등을 진채로 주앙 페드루와 대니 웰벡은 측면의 윙어나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원터치 패스를 넣어주고 다음 공격과정 전개를 위해 다시 앞으로 질주한다. 첼시로 이적한 페드루는 휘르첼러의 이러한 역할 지정에 충실했고 득점력 또한 갖춘 선수였다.






[ 얀 폴 반 헤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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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로 브라이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플레이어, 얀 폴 반헤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2000년새 출생의 젊은 센터백은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 뛰어난 패싱 능력으로 휘르첼러에게 중용받고 있다. 특유의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카드를 수집하고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한다. 189cm 라는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공중볼 경합에서 강점을 보이나 수비상황 시 판단미스들이 잦은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브라이튼은 빌드업의 시작을 베르뷔리헌 골키퍼에서 반 헤케로 이어지는 패스 줄기로 보고있고 앞으로도 브라이튼 수비의 핵심 축으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참고자료]


유튜브 축구채널 dk falcon : 프리미어 리그 최연소 감독의 이상한 전술!

블로그 축구유학의 끝자락 : 젊은 천재 감독 휘르첼러의 성공 스토리

더 풋볼 애널리스트 : 파비안 휘르첼러 편




*다음글의 주인공은 아스날의 역사적인 무패우승을 이끌고 90년대 후반 프리미어리그에 다양한 혁신을 가져온 ' 아르센 뱅거 '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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