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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유 Nov 06. 2023

시가 쓰고 싶다

시_

시가 쓰고 싶다

얍삽하게 미소 짓고 있는 스마일 쿠키 같은 그런 시 말고


목 넘김이 훌륭한

끈끈한 밥알들같은 그런 시가 쓰고 싶다


나는 루터 버뱅크가 아닌데

책상 앞에만 앉으면

손가락은 고목나무처럼 굽어지고 비틀리고

꿈틀대던 다리 끝에선 잎사귀들이 사정없이 무성해져

꾸물꾸물 괴로운 안락함으로 나를 밀어내지


침대 모서리 맡에서

나는 자주 뾰족해지다 못해

몸뚱아리 분간 없이 제멋대로 생장하고

수액 줄기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나무에도 낫적혈구병이 있나 보다

아무래도


야금야금

나의

에메랄드빛 적혈구들이

배배 꼬이다 못해 싸늘하게 쪼그라들어 버린

것이 틀림없다


시가 쓰고 싶다

립스틱만 겨우 들어가는

미니 백 같은 시 말고


아름드리나무같이 튼튼한

륙백같은

그런 시가 쓰고 싶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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