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아해 주고 내게 다가와 주는 존재들이 좋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마치 상냥한 고양이와 같아서,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으면 마음속의 몇 번의 타협 끝에 못 이기는 척 그 손을 잡는다.
예전 나의 성격은, 고양이보다는 강아지에 더 가까웠다. 마음에 들어, 친구를 하고 싶은 누군가가 생길 때면 늘 먼저 다가가 그 아이가 나와 친구를 해줄 때까지 가만히 안 놔두곤 했다. 그 덕에 아직까지 내 곁에 남아있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다가오면 다가오는 대로 멀어지면 멀어지는 대로 사람을 가만히 놔두는 나를 보게 되면서 성숙해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학생 때에는 지금보다 사람에게 많이 집착하곤 했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나를 돌아보면서야 알았다.
사람은 흐르는 시냇물 같은 존재여서, 물이 고여 내 발치 앞에 웅덩이를 만들어줄 때면, 나는 그 웅덩이 속에서 행복하게 많은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그저 흘러가 버릴 때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걸.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 속담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보면, 사람은 흐르는 냇물 같은 존재니,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두자고 생각해볼 수 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 사람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달랐을 뿐이고, 그 사람의 언행으로 인해 내가 상처받았다면. 그 사람의 마음 밭의 크기와 나의 마음 밭의 크기가 달랐을 뿐이다. 그러니 나는 섣부르게 조언하기보단 나와 마음의 계절이 맞는 사람, 마음 밭의 크기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 가까이 두면 된다.
어쩌다 정말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오래오래 좋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찾아온다면, 어쩌면 그 사람이 나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나의 마음 밭을 비옥하게 일궈줄 수도 있다. 그러면 나도 그 사람의 마음 밭에 조심스레 다가가 그 사람의 마음 밭을 기름지게 해주는 일에 신경 쓰면 된다.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