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나를 조금씩 빼앗겨버린다는 걸 알아서, 풍선껌처럼 글자를 조각내어 씹고 독특한 향을 풍기는 법을 조금 일찍 배웠어.
가시를 숨기고 또 숨기다 보니 그 가시가 결국 나를 찌르게 되더라. 그래서 그냥 가시의 날카로움을 그대로 인정하고 마음이 건강해지는 방법을 배웠지.
아파하는 사람을 보면 왜 마음이 아픈 걸까, 슬퍼하는 사람을 보면 왜 지나치지 못하는 걸까. 나는 본 것을 못 본 척하지 못하고, 감정을 깊게 느껴야만 하는 일들이 때론 너무나 괴로웠어.
사랑할 수 있는 부분들은 어렵지 않게 사랑할 수 있는 반면에 지나치게 추악한 면들은 도저히 긍정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인간은 왜 그리 아름다우면서도 잔혹할까 자주 눈물을 흘렸어.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로 이어진, 다비드상의 기초가 되는 미학적인 육체의 형태, 반짝이는 눈동자, 따스한 말을 전하는 마음, 바람에 사뿐히 흩날리는 머릿결, 은은한 미소, 경이로운 창조성은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것들이고, 시기하는 마음, 탐내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제어할 수 없을 만큼 충동적인 것, 파멸에 이끌리는 것들은 베일 듯이 날카롭게 잔혹한 것들이야.
가끔 작열감을 느끼곤 해, 사람을 싫어하면서도 사랑하곤 해,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에 서서 추함을 알지 못하고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날카롭게 만드는 사람들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감정들을 삭이곤 해.
왜일까, 그저 사랑하면, 사랑하면 안 되는 걸까.
사람들이 비웃을 만한 이상을 마음속에 일부러라도 품고 다니곤 해.
유니콘을 바라보며 햇살 닮은 미소를 여유롭게 지어내는 상상을 하곤 해.
자주 유니콘을 바라는 이유는, 바라지 않는 것보단 바라며 상상하는 나날들이 행복하기 때문일 거야.
꿈을 꾸는 건 아침을 맞기 위해서잖아, 이미 팍팍해져 버린 현실 속에서, 꿈 하나 남몰래 간직하고 다니면 안 되는 걸까, 그러면 안 되는 걸까.
세계는 너무 잔혹하고, 아름다워서.
사람은 너무 잔혹하고, 아름다워서.
나는 종종 마음이 아프고, 종종 슬프지만
나의 이상한 나라를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네가 있어서, 가끔 마음 툭 내려놓고 미소 짓곤 해, 사소한 것에도 행복해하곤 해.
고마워, 나를 나로 받아들여 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