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표의 수조(1)

by 이현

정표는 욕조에 찬물을 가득 채웠다.

수도꼭지를 잠갔지만, 끝내 흘러나온 물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마지막 한방울이 떨어지기 전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신 뒤, 욕조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다리를 온전히 펼 수도 없는 작은 욕조에 몸을 억지로 구부린 채, 정표는 숨을 참으며 물속에 있었다.

그 모습은 횟집 한켠, 너무 작은 수조에 갇혀 둥글게 몸을 접고 있는 물고기와 흡사했다.


온몸에 닭살이 돋고 심장이 멎을 것만 같던 물의 온도도 금세 익숙해졌다.

차가움은 통증으로 번졌다가 희미하게 사라졌다.


정표가 유일하게 잘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잠수였다.


"나는 사실 물고기가 아니었을까. 아니, 인어의 후손이었을지도 몰라.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물속에서 편안할 리 없잖아.

대를 거치며 육지에서 사는 게 익숙해져서 지금은 인간의 모습과 비슷해진 걸 수도 있지.

만약에 진짜 계속 이렇게 있다 보면……

정말 한계에 다다랐을 때, 내 목덜미에서 갑자기 아가미가 돋아나는 건 아닐까?"


정표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하며 있는 힘껏 숨을 참았다.

심장이 점점 답답해지고, 산소를 가득 머금고 있던 양 볼도 어느새 홀쭉해졌다.

입술 사이로 안쓰러울 만큼 작은 기포들이 쉼 없이 떠올랐다.


읍… 으읍…… 파하!


결국 정표는 허우적거리며 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욕조 물이 출렁이며 가장자리를 넘었다.


숨을 힘겹게 몰아쉬며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는 걸 알았지만, 이상하게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아가미는 무슨."


몸에 흐르는 물기만 대충 닦아내고 곧장 주방으로 가 저녁을 준비했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가스레인지를 켰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손질해 둔 재료를 하나씩 넣었지만,

정표의 정신은 아직도 그 작은 욕조에 있었다.


그러다 문득, 손을 멈추곤 혼자 피식 웃었다.

마치 이제야 답을 찾았다는 사람처럼.


"어쩌면 아가미가 생기지 않았던 이유는,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어서일지도 몰라.

그래, 나는 정말 깊은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인데

이런 개울가 같은 곳에서 아가미가 나타날 리가 없지."


정표는 끓는 냄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 여름이 오면, 꼭 바다로 가야겠다고.

작가의 이전글엄마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