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올 걸 알기에
얼마 전 외할머니가 며칠 동안 우리 집에 머무셨다. 넌 처음에 낯선이가 집에 찾아왔다며 경계했지만 며칠 같이 있다 보니 남의 편은 아닌가 보다 싶었는지 가까이 다가가진 않지만 일정한 거리에서 할머니 옆에 있곤 했다. 친밀감을 최대한 표현하는 너만의 방식이었다.
함께 산책도 가고 사진도 찍었지만 할머니가 떠나실 때 넌 배웅도 없이 방 안에만 콕 박혀 있었다.
넌 늘 집을 나가는 사람에게 무심하다. 가지 말라고 붙잡을 법도 한데 아무렇지 않게 쿨한 척 보내준다. 문을 나서면 한참은 못 본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을 내다보질 않는다.
하지만 문 닫힌 소리가 난 후 하는 행동은 쿨하지 못하다. 부모님이 외출을 하면 넌 현관문 앞 카펫에 누워 자리를 잡는다. 푹신한 방석 위로 오라고 불러도, 장난감으로 흥미를 끌어봐도 망부석이 되어 애처롭게 기다린다. 몇 분이든, 몇 시간이든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밖에 누가 오는지 귀만 쫑긋거린다.
그러다 1층부터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면 문이 열리기 전부터 꼬리를 흔들며 맞이할 준비를 한다. 가끔 옆집으로 들어가는 소리에 실망해 꼬리가 축 쳐지지도 하지만 예감이 맞았을 때는 콩콩콩 뛰며 엄마와 아빠 다리에 하이파이브를 한다. 너무 늦게 들어오면 아오오 소리를 내며 왜 이제야 왔냐고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격하게 반겨 줄 거면 나갈 때 가지 말라고 하지 괜히 강한 척이다.
기다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장기간 출장이나 여행으로 집을 오래 비울 땐 며칠 전부터 ‘누나 집에 당분간 없어. 그러니까 기다리지 마’라고 여러 번 말해준다. 그렇게 말해도 나갈 땐 얼굴도 안 비춰서 서운할 때도 있지만 돌아올 때 환영해 주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얼마나 많이 기다렸을지 감이 온다.
네가 무심하게 보내는 이유가 진짜 아무렇지 않아서는 아닐 거다. 아빠가 지방 출장을 갔을 때 넌 특별한 인사는 없었지만 이틀 동안 입맛이 없었으니까.
반대로 네가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난 도저히 발자국을 떼지 못했을 것이다. 나갔어도 편한 마음은 아니었겠지. 여기까지 고려했을 리는 없겠지만 그걸 알아서 일부러 괜찮은 척하는 것 같기도 하고.
확실한 건 우리 사이엔 꼭 돌아올 것이란 약속이 있고 말은 안 해도 무조건 지켜질 것이란 걸 안다. 그래서 난 네 아는 척 없이도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설 수 있고 넌 돌아온 나를 늘 기쁘게 반긴다. 표현하진 않아도 전달되는 보고싶었다는 마음과 함께.
다음 만남에 그리운 만큼 더 반길 것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