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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Breeze Sep 14. 2023

표정

밝게 웃을 수 있도록

넌 표정이 여러 개다. 슬프면 눈썹 끝이 내려가서 세상 우울한 표정을 짓고 화가 나면 반대로 눈썹이 올라가서 꼭 앵그리버드를 연상하게 한다. 기쁜 건 또 얼마나 잘 드러나는지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환하게 웃는다.


네 표정을 따라가다 보면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네가 느끼는 수많은 감정이 보인다. 비가 와 산책을 못 가게 되어서 슬프고 내가 너한테 장난친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화가 나고 사람이 적은 산에서 마음껏 냄새를 맡고 뛰어다녀서 기뻐한다. 엄청난 것이 아닌 사소한 것들에 울고 웃고 화를 낸다.


평소 기본 표정은 무표정 아니 살짝 화나있는 표정인데 웃게 해보려고 하지만 끄떡없다. 네 감정의 이유는 단순하지만 억지로 만들어 내긴 어렵다.


하긴, 사람도 감정을 억지로 만드는 것이 어려운데.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너처럼 나도 감정을 숨기는 걸 잘 못한다. 인간관계에서 기분이 나빠도 겉으로 절대 드러내면 안 되고 특히 직장에서는 불합리한 요구에도 웃으면서 알겠다고 해야 하는데, 가끔 자존감이 무너질 정도로 심하게 이야기하는 사람 앞에선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가 없다. 항상 긴장하고 무장상태로 긴장하고 있어야 한달까. 가끔 감정에 휘둘려서 이성이 맥 빠지게 지고 있을 땐 감정을 없애버리면 차라리 나을까란 생각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때론 너의 솔직함이 부럽다. 싫은 것을 싫다고 표현할 수 있고 좋은 것을 좋다고 표현할 수 있는 그 당당한 솔직함이.


그리고 안다. 네 진솔한 표정은 우리에겐 하나의 성적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유기견 보호소에 있던 강아지가 따뜻한 집으로 입양을 가서 변화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처음엔 주눅 들고 숨어있었지만 이내 안심하고 즐겁게 꼬리를 흔드는 모습으로 변한다. 꼭 다른 강아지가 된 것처럼 어두웠던 표정이 밝아진다.

강아지와 가족이 되는 것이 강아지에겐 우주가 바뀌는 일이란 말에 동의한다. 인간에겐 엄청나게 큰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 작고 귀여운 생명에겐 삶의 행복과 슬픔이 결정되는 견생일대의 중요한 일이다.


너의 우주가 행복함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별것도 아닌 작은 일에도 입꼬리가 올라간 네 표정은 조금 바보 같지만 나도 따라 웃게 만든다. 그런 네 표정이 좋아서 네가 더 자주 웃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를 가족으로 받아준 선택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되길 조금은 욕심부려본다.



어떤 존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대단한 기회를 선물해 준 네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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