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

이혼만이 길일까

by HeeSoo

그 날의 일로 그녀는 많은 상처를 받았다.


시아버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로 그녀를 꾸지람했고,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그녀와의 일들을 고자질했으며 남편은 자신의 부모에게 대든 그녀를 험담하고 그녀와 안 산다고 선언을 했다.


옷차림으로 고집 피운다고 하고 결혼식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다고 가정교육을 운운하고 장마 때 안부전화 안 한 것부터 그동안 쌓아두었던 것들을 풀기 시작한다. 그녀의 스케줄표 달라는 것도 포함해서...


그녀의 시어머니는 결혼 전부터 난임시술에 대해 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었다. 그리곤 아들이 며느리와 안 산다고 난리 치는 와중에 시험관 아기 이야기를 꺼내며 친정엄마가 신경 써야 한다며 뜬금없는 이야기를 했다. (실제로 난임 시술을 하는지 모르고 있으니) 그녀가 피곤해한다는 말에 '애 낳으면 어떻게 키울라고 그래' 라면서 며느리 피곤한 이유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미래의 손주 걱정만 했다. 또 시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불만으로 그녀가 전화를 한 것, 찾아가서 만났던 것을 고자질 했다 그것 또한 혼수며 돈 문제로 그녀가 괴로워했고 자신이 미안하다며 며느리에게 사과까지 했으면서 말이다.

아마도

‘며느리가 나를 무시해서 그런 거다.’

이 이야기가 그리도 하고 싶었나 보다.


또한 자신 덕분에 이런 아파트에 사는데 지돈인줄 안다는 남편의 말에 시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내 아들에게 준 돈은 내 아들 돈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들 부부가 고생하지 않고 잘 살기를 바라지 않나? 대 놓고 자기 아들한테 준 돈이라고 하네. 결국 너는 얹혀사는 거니 복종하라는 건가?'


그녀는 3:1의 대결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로 지쳐만 갔다.

자신의 아들이 당신들에게 이렇게 행동한 것이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거라며

‘난 안 살 거야,’

난리를 치니 결국 시부모는 둘이 이야기를 하라며 집을 나섰다.


너무 우울해진 그녀는 방에 들어가 멍하니 앉아있었다.

남편이 부모님 마중을 다녀오더니 방문을 열고 말했다.

"너 잘 생각해"

'마치 자신의 부모님이 자신의 든든한 지원군이니 네가 똑바로 해라' 이런 뉘앙스였다.

그러더니 그녀를 혼자 두고 향수 냄새를 풍기며 나가버렸다.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실은 명절 다음날 친정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몇 달 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생을 보고 싶었다. 물론 다음날 출근이긴 했지만 두어 시간 기다렸다 동생을 만나고 싶었지만 남편의 불편한 내색 덕분에 서둘어 집에 왔었다. 그러고 집에 도착했을 때 1시간을 일찍 퇴근한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그녀는 누나가 보고 싶었다는 동생의 말에 눈물이 났다. 남편이 너무 원망스러웠었다.

그 전에도 친정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고 했을 때도 혼자가라며 자신은 안 가겠다고 하여 혼자 다녀왔었다.

오죽하면 그녀가

너는 집에 돈 보태준 부모만 부모냐!!”라고 했을까.


다음날 새벽에 들어와 자고 있는 남편을 뒤로하고 약속대로 친정으로 향했다.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남편은 이야기를 하자며 자리를 마련했다.

그녀에게 먼저 생각을 말해보라고 요구했다.

"내가 한 행동이 잘한 거 아닌 건 알아.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당일 아침에 전화해서 오는 건 싫어."

남편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그럼 집을 내놓을 테니 각자로 돌아가자. 집 알아봐."

그녀는 각자로 돌아가자는 말이 이혼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 알았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던 참이었다.

"할 말 있으면 해"

"아니할 말 없어"


이 일로 그녀의 부모님이 다녀가고 그녀는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요구했고 삼일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녀는 친정 부모님 앞에서의 남편의 행동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 결혼을 유지하는 것이 맞을까?'


친정아버지는 일단 시부모님께 그녀의 행동에 대해 바로 사과하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러나, 다음날 그녀의 시아버지는 오지 말라고 자신의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둘이 얘기를 끝내고 오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삼일의 시간 동안 여러 방면으로 고민을 했다.

그리곤 변호사 상담을 했다. 이런 식의 남편과의 경제적 문제와 고부갈등으로 이혼을 하는 경우가 있는지 궁금했다. 상담을 해주었던 변호사는 이런 일들이 많이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한 시간의 상담 후에 집으로 돌아오며 그녀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고 고집부린다고 말하는 시아버지가 왕인 이 집안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남편은 그 앞에서 그녀와 못 산다고 방방 뛰었고...’


그녀의 마음은 이혼 쪽으로 점점 기울어져갔다.


'지난 몇 달을 돌아볼 때 내가 정말 행복했나? 내가 배려받았나?'

어찌 보면 남편과의 둘만의 시간은 좋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결혼식 이후의 시부모와 남편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친정 식구들에 대한 태도에서 환멸이 느껴졌다. 아무리 결혼을 했다 해도 ‘출가외인’이라고 생각하는 건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편이 시부모님 앞에서 그녀를 험담하고 자신의 부모에게 대들었다고 안 살겠다고 날뛰던 모습이 차마 잊히지가 않았다.


그녀는 마침내 헤어짐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에게 선언했다.


난 이렇게 살 수 없다.
이혼을 원한다.



만약 그때 그녀의 남편이 그녀의 편을 들어줬더라면 어땠을까?

고집부린다고 할 때, 근무표를 달라고 했을 때 그녀 대신 나서 주었다면...

오히려 그녀의 남편은 아무 말 못 하고 앉아있었고 오로지 자신의 부모에게 대든 그녀만 탓하며 벼랑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그녀를 혼자 두고 나가버렸다.


이런 행동들이 얼마나 그녀를 외롭게 했는지 그는 몰랐으니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부부심리상담가인 이주은 씨의 유튜브 내용이 기억이 난다.

만약 굳이 부모님과 아내 중에 선택을 해야 한다면 아내를 선택하는 것이 자신의 가정을 지키는데 낫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일을 계기로 주변 지인으로부터 ‘부모가 내 인생 살아주는 거 아니다’라는 말도 듣게 되었고 ‘ 참 맞는 말이다.’ 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우선일까?


부모 자식 간은 천륜이라 멀리 할 수는 있어도 끊지는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부부 관계는 다르다.

남남이 서로 만나 만들어진 관계이므로 얼마든지 다시 남남이 될 수 있다.

성에 안차고 실수를 하고 좀 모자라다 할지언정 이미 선택한 배우자라면 부모의 편에서 내치기보다는 감싸 안아 함께 나아가는 게 옳지 않았을까?


부모님 앞에서 그녀와 안사다고 선언하기보다 그녀의 실수를 감싸주고 부모님께 양해를 구했다면 어땠을까?


결국엔 남편의 행동과 말들이 그녀의 가슴에 가장 큰 비수가 되었던 것이다.


지난 몇 달간의 불화와 대처로 볼 때 그녀에겐 기댈만한 희망이 남아있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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