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기분이 태도가 되다.

by HeeSoo

잘못된 타이밍이었을까?


남편이 주차장으로 시부모님 마중을 나갔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오며 남편의 말로는 그냥 가려고 했는데 그녀가 쉬는 날이라니까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표정과 행동이 전 같지 않다는 걸 그들도 느꼈을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한 후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시아버지는 집에서 배달을 시켜먹자 했지만 치우고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게 싫었던 그녀는 나가서 먹자고 제안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시아버지가 그녀에게 말했다.

"밖에 더워"

"실내에서 먹을 거면 괜찮아요. "

시어머니가 옆에서 거들었다.

"쟤는 추위를 많이 탄데"


그렇게 집을 나서는데, 남편은 그녀에게 그냥 집에 있으라고 했지만 오늘은 기필코 할 말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그녀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따라나섰다.


뒤 쫓아 나서는 그녀에게 엘리베이터 앞에서 시어머니의 말이 들렸다.

"선희네는 어제 전화도 안 하고 갔는데 좋아하던데"

그녀는 또다시 동서와 비교하는 말투에 그동안 참았던 말을 토해냈다.

"자꾸 동서랑 비교하지 마세요."


전에도 자꾸 비교하는 탓에 남편에게 하소연을 두 어번 한 적이 있었다. 도대체 8년 차 며느리랑 왜 몇 달 되지도 않은 며느리랑 자꾸 비교하냐며...


뻘쭘해진 시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쳐다보았고 그의 눈에서는 빔이 뿜어져 나왔다.

가는 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그 자체로 험악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음식점에 도착해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자, 그녀는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꺼냈다.

“ 말씀드릴 것이 있어요. 다음 부터 오실 때 오늘처럼 당일 아침에 전화하지 마시고 2-3일 전에 미리 연락을 주세요. 제 말이 언짢으시거니 하고 싶은 신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눈앞에 드라마와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시아버지는 '2-3일 전에 연락할거면 안 오면 그만이다'라며 숟가락을 탁 내려놓고 나가버렸다.

‘왜 지금 그런 말을 꺼내냐며 밥이나 먹고 얘기하지.. 아이고 담배를 다시 피우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데.. 이 집안의 장남에 장손이고 형제들 보살피고...’

창밖으로 시아버지가 그동안 끊었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보였다. 시어머니가 울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던 남편은 격양되어 시어머니 앞에서 그녀의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울어야 할 상황인가? 진실돼 보이지 않는 눈물을 보이는 시어머니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머님 왜 우세요? 그동안 이년 저 년 소리 듣고 산거 알면 우리 엄마가 울어야 돼요"

그녀가 거짓 눈물을 걷어낸다.

"가만히 보면 너는 엄마 얘기를 참 잘하더라"

그리곤 시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에게 고자질을 시작했다.

"얘가 나한테 찾아와서 너 얘기를 했어 나를 무시하니까 그런 거지.. 어디 시어머니한테 와서 남편 흉을 봐"

남편과의 불화로 시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찾아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는 동조해주고 자기 아들 때문에 미안하다고까지 하더니 다 거짓이었네.’

같은 여자끼리 유대감이 생겼다고 느끼고 있던 그녀는 배신감이 들었다.

그리고 스스로가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의 눈물은 어쩌면 위기의 상황에서 그동안 그녀가 사용하던 대처방법이 아녔을까?

그 눈물이 후에 자신의 아들과 부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몰랐을 것이다.


잠시 후, 그들은 다시 집으로 무대를 옮겼다.



나중에 그녀는 이 날일을 후회한 적이 있다.

기분이 태도가 되어 그녀의 의사를 밝히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고 일을 그르친 건 아닐까?

좀 더 현명하게 대처했다면 어땠을까?

시어머니의 말처럼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러 가서 얘기를 꺼냈다면 먼가 좀 달라졌을까?

남편이 그녀를 무대 위로 밀지 않았다면, 그녀가 대사를 뱉기 전 좀 더 신중했더라면 등등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입을 다물고 시부모와 남편이 하라는 대로 하고 살지 않는 이상 별 다른 방법은 없었을 거란 걸 이제는 알고 있다.


고름을 지금 짤 것인가? 아니면 좀 더 곪게 두었다가 짤 것인가?

이 정도의 차이였을 뿐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돌아다니던 네이트 판의 글을 보았다. 남편과의 불화와 관련된 글이었는데 마지막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옛날에 읽은 글 중에 아이가 없을 때 시집 문제를 발견하는 건 조상이 도운 거라고 할 수 있을 때 이혼하라고 하던데 정말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하게 되네요.


그녀의 태도나 그날의 행동이 결코 잘한 것은 아니었다.

꼭 그 날 이야기하지 못하더라도 정말 다른 이들처럼 몇 년의 시간이 걸려서라도 남편을 통해 변화를 추구해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들도 실은 그 뒤에 펼쳐진 일들을 돌이켜보면 다 의미 없었을 거란 걸 이제 그녀는 안다.

그녀의 남편은 다른 남편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후에 그녀는 ‘아이가 생기기 전에 결정을 하길 잘했다’고 그녀의 선택에 대해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Cover photo from http://soxak.com/articles/2673#dir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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