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름을 짜지 않으면 터진다.
그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그동안 못잔 잠을 자고 집에서 묵었던 피로를 풀고 저녁엔 남편과 보내려고 계획을 했었다.
지난 주에는 명절때문에 일박이일로 시댁에 있었고 친정도 가고 근무도 하고 연휴 5일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월요일부터 다시 출근...
그리고 다음 주는 평일 제사라 일끝나고 가서 또 일을 해야하니...
그녀는 '설마 이번주에 오겠어? ' 또 코로나 사태가 심해진 이후, 장마가 지나가며 찾아 오는 횟수가 좀 줄었어서 그동안 피로를 풀어야지란 생각으로 늦잠을 청하던 중이었다.
전화가 울렸다. 우리 주려고 사놓은게 있으니 좀있다 출발을 하겠다는 시어머니로부터의 전화였다.
다음날은 명절 때 못본 동생을 보러 친정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그날 하루 만큼은 방해받지 않고 싶었던 그녀였다.
"담주에 어차피 제사라 가니까 그때 가져올께요."
"어제 동서네는 전화도 안하고 갔어.그리고 그거는 자리 옮기면 썩어. 자고 있었나 보네. 내가 깨운건가 "
'......이 말을 왜 내게 하는 거지? 그래도 너한테는 전화했잖아, 감지덕지 받아들이라는 건가? '
"네. 자고 있었어요. 그럼 남편에게 물어볼께요."
그녀는 남편에게 기대를 걸었다. 정오가 다되가도록 자고 있었다는 건 그만큼 그녀의 피로가 누적되었단걸 짐작하지않을까하는 착각이었다.
"아니야. 내가 전화할께. 어디있어?"
"거실에 있을꺼에요. 전 방에서 자다가 전화받은거라..."
'며느리에게 오란 소리 못듣고 퇴자 맞으니 또 아들을 찾는군... '
(전에도 그녀가 오란말을 안하면 남편을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알았다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후다닥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는 방문을 열고 서둘러 거실로 나갔다.
"어머님, 곧 오신데." 잠이 덜깬 그녀는 소리쳤다.
남편과 상의할 틈도 없이 바로 남편의 전화가 울렸다.
'오지말라고 해' 란 말을 할 틈도 없었다.
단지 오늘만큼은 좀 거절해 주길하는 한가닥 희망을 갖고 남편의 통화를 지켜보았다.
남편은 와이프가 지금 자다 일어났고 자신은 먹지도 않는다며 투덜거렸지만, 곧 전화를 끊고 일어나 청소를 시작한다.
'오는구나...'
이 주전, 시어머니와 만났을때 그녀는 부탁하나를 했었다.
"주말에 오실때 아침에 전화하시지 마시고 며칠 전에 연락주세요. "
당일 아침에 결려오는 전화가 그녀에게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기 때문이었다.
며느리도 그 집안의 가족이라 생각했던 그녀는 그 말에 귀를 기울여 주리라 믿었었다.
말없이 청소를 하던 남편은 부모님 오실시간이 다 됐다며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말을 거부했다.
쉬지도 못한 지난 연휴와 며칠전 부터 다시 시작한 난임시술로 몸도 피곤했고 명절때 얼굴도 못보고 온 동생을 만나러 다음날 가는 것도 남편은 안가겠다고 한 터라 이것 저것 화가 밀려올라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매번 아침에 전화를 하고 오는거야? 지난주에도 일박이일로 자고 왔자나. 다음주에 제사라 갈꺼고. 이번주는 좀 안오면 안되는 거야? 내가 어머님한테 부탁까지 했는데!!"
그녀는 씩씩거리며 그동안 쌓아두었던 불만들을 토로했다.
결혼과 동시에 시작되었던 시부모의 오전의 전화 통보후에 이어지던 잦은 방문이 드디어 곪아 터져버렸다.
둘의 신경은 날카로워졌고 남편의 한마디와 함께 이 싸움은 또 다른 양상으로 변했다.
"우리 부모님 오는게 그렇게 싫으면 너가 집을 사왔어야지. 이혼해!! "
"여기서 왜 집 얘기가 나와? 집 얘기 한번만 더하면 내가 머라고했어?"
그동안 집문제로 다투었던 일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주체할 수 없는 화가 밀려올라왔다.
그녀는 그에게 으름장을 놓은 적이 있다.
이렇게 돈문제, 집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겸손을 강요당하고 이미 두 번의 큰 다툼이 있었을때
그녀는 그녀는 세 번의 기회를 주겠다는 뜻으로 즉, 이제 한번의 기회가 남았다며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번만 더 그러면 너랑 안살거야!! '
그렇게 그에게 했던 말이 떠 올랐다.
그렇게 그동안 묻혀있던 것들에 대한 갈등의 시작됐다. 남편은 자기는 부모가 오는걸 오지 말라 할 이유가 없다며 스트레스 받으면 너가 얘기하라며 그녀를 무대위로 밀어 버렸고 그 무대위의 주인공은 이제 그녀와 시부모가 되었다.
약속없었던 통보와 이어지던 방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그녀의 부탁은 어느 곳에서도 닿지 못했다. 스쳐가는 바람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어찌해서 시어머니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일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또한 집안의 권력자는 시아버지란 걸 알아채지 못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고부갈등의 가장 흔한 원인인 '남편의 방관'과 '며느리와 시부모와의 대적' 이 부부관계를 망칠 수 있다는 걸 미쳐 알지 못했다.
또한 결혼전 집에 대한 남편의 가치관이 남들과 유별나게 다르다는 걸 눈치챘지만 그것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피로에 지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것등 후회가 남았다.
하지만, 중요한건 남편의 태도와 그 뒤의 일들이 진행되어간 방향이었다.
그녀도 아마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녀는 남편이 제 3자로 내빼지 않았다면, 후에 일어나는 일들의 상황 이 더 악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오히려 아내인 그녀를 버리고 자신의 부모의 편에서 정신개조 테스트를 시작했다.
그녀는 더이상 그들의 가족이 아니였다.
'겸손'이라는 덕목을 가장한 시부모와 남편 그리고 이 집안을 위해 '복종'을 제대로 하는지에 대한 테스트의 대상이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