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활

결혼이란 독립된 가정을 이루는 것

by HeeSoo

일반 직장인들과 다르게 교대근무를 하는 그녀는 생활패턴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근무시간에는 개인적인 전화를 받는 일이 좀 어려운 편이었다.


어느 날 시부모님은 그녀의 교대근무에 대해 아들에게 질문을 한다.

아들은 대답한다. 근무 스케줄이 정해져 있어서 그대로 움직인다고...


머.. 충분히 이 정도의 설명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 집을 나서며 시아버지가 말했다.

"근무표를 엄마한테 드려"

'오잉? 이게 무슨 소리지? 친정부모님한테 조차도 한 번도 준 적이 없는 근무표를 시어머니한테 넘기라고?'

'무슨 의도인 거지?'


그녀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그 뒤 남편도 별말이 없었기에 그렇게 잊혀 가는 듯했다.



어느 날 저녁식사 후 갑자기 남편이 짜증을 내며

"왜 근무표 엄마한테 주라고 아버지가 그랬는데 안 주는 거야?"

"그걸 왜 줘? 내 사생활인데!"

"그냥 주면 되지 그게 무슨 사생활이야?"

(지금 돌이켜보면 시아버지가 그에게 한마디 했음에 내 손목 가지를 건다.)


그 일로 티격태격하다. 그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에게 확인을 하겠다면 전화를 걸었다.

결론적으로 친구가 한 말은 당연히 남편에게는 공개해야 하지만, 시부모님에게는 줄 필요 없다고 한 모양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고 얼마 뒤, 시집에 가서 식사를 마치고 시어머니가 주차장까지 배웅을 나오셨다.

그러더니 그녀에게 언제 전화를 걸어야 할지 모르니 근무표를 달라는 것이었다.


남편이 방어를 해주었다.

"엄마 그럴 필요 없어. 바쁠 땐 전화 못 받으니까 메시지를 하던가 부재중 전화 있으면 와이프가 전화할 거야."

시어머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들이 그렇게 말하니 토 달지 않고 그렇게 지나가는 듯했다.



그 날,

시아버지는 '그녀의 근무표'에 대해 다시 한번 불만을 토로했다.

"근무표 달라고 한지가 언제인데 안 주는 거냐?"

"그건 제 사생활인데요. 지금도 이렇게 아침에 전화해서 당일날 찾아오시면서 근무표를 알면 쉬는 날 그냥 오시려고 그러는 건가요?"

그녀도 할 말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날이었다.


남편은 옆에서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앉아있다.

저번에 시어머니에게는 말도 잘하더니 아버지 앞에서는 이렇게 순한 양일 수 가 없었다.


실은 전날에 그들이 전화도 없이 동서네를 찾아갔단 걸 들어 알고 있었다.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었다. 전화를 걸면 뭔가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그녀는 양보를 할 수가 없었다.

주말근무도 근무지만 평일에 쉬는 것에 대해 근무형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볼 때는 '어? 주말에도 쉬고 평일에도 노네'라고 섣부르게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며느리의 사생활은 인정되지 않는 걸까? 아니면 이 집안에서는 시부모가 모든 자녀의 스케줄을 알아야 하는 걸까? '


그녀는 그들의 대한 첫인상이 떠올랐다. 자식을 참 아끼고 돌보는 분들이라 여겼고 그 점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었던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나라는 의심이 들었다.

이러한 갈등을 겪으면서 그녀는 숨이 막혀옴을 느꼈다.


주말에 너네에게 밥을 사주기 위해서 요구했다는 그녀의 스케줄...

그러면 미리 주중에 스케줄을 체크하여 약속을 미리 정할 수 도 있지 않는가?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아버지의 말속에서 그녀가 느낀 것은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반기를 든 그녀에 대한 꾸지람이었다.

'어른이 내놓으라면 내놓는 거지 어디서 반기를 들어?'

이런 느낌이 드는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예민한 걸까? 내가 이상한 건가?'


그녀의 몇몇 동료에게 고민상담을 했다.

반응은 일제히 같았다. '그걸? 왜?'

내 주변에 그런 걸 요구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었다.

어떤 이는 '그 어르신 연구대상 감이네...'라며 혀를 내둘렀다.




부모는 자녀의 독립성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 걸까?

아니, 결혼한 자녀는 자신의 결혼 생활을 어디까지 부모님과 공유해야 하는 걸까?


특히 며느리는 엄밀히 남의 자식이다. 몇십 년을 따로 살던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남편이란 매개체를 통해 하나의 또 다른 가족이란 굴레를 만들어 낸다.

이들이 가족이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보통 최소 5~6년에서 10년 정도가 걸린다고 주변이 들은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평생이 지나도 가족이 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결혼을 한다는 건 가부장적인 시아버지의 가족 안에 들어가는 걸까? 아니면 둘만의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독립된 가정을 이루는 걸까?


만약, 당신의 결혼이라는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예비 배우자와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녀가 만났던 심리상담가도 말했다. 이제는 결혼의 개념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같은 문제로 고통받는 부부가 많다는 것이다. 20-30대 부부들이 상담을 오는데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독립된 가정을 이루는 것'을 대부분의 한국 남편들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부간의 문제라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시부모의 간섭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아내는 그걸로 힘들어하고 결국에 부부의 불화된다고 말이다. 이런 부분은 몇 번의 상담만으로도 충분히 교정이 가능하고 그 후에 부부 사이의 관계가 더 돈독해진다고 조언해 주었다.

또한 시부모의 간섭이 너무 심하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도 하였다.


"왜 결혼만 하면 다들 효자가 되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했던 결혼한 선배가 떠오른다.


여자이기 때문에 살림을 하며 부모님을 모시고 바쁜 나 대신 대리 효도할 여자가 필요한 거라면.... 그 결혼이 충분히 가치 있고 행복이 충만한 결혼 생활이 될까?


결혼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된다.

서로가 원하는 배우자 상이나 결혼생활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를 충분히 대화한 후에 결혼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

<Photo captured from Google image >


결혼이란, 자신의 원래의 가족에서 벗어나 '아내(남편)와의 독립된 가정을 이루는 것'이란 걸 알아차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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