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생일상

며느리의 의무?

by HeeSoo

결혼식 이후, 시어머니의 생일이 다가왔다.

나름 큰며느리라는 위치에 있게 된 그녀는 그녀보다 먼저 결혼한 아랫동서가 있었다. 결혼 전 시아버지의 생일 때는 동서가 나서서 음식점을 예약하고 모임을 주도했기 때문에 살짝 조심스러웠다.

지난 몇 년간 그녀가 맡아왔던 일인데,

'맏동서란 이유로 내가 갑자기 나서도 될까?'


생일 일주일 전 그녀는 동서에게 연락을 했고, 동서는 봐 둔 음식점이 있다며 본인이 시어머니와 얘기해 본다고 하였다.

'그래, 이제 막 결혼했는데 내가 바로 나서긴 그렇지... 좀 시간을 두자..'


결혼 후 시어머니의 첫 생일 전 주말에 시댁 가족들은 음식점에서 다 같이 밥을 먹고 경치 좋은 커피집이 있다며 이동하였다.

각자 음료를 주문하고 빵도 몇 개 곁들여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고, 나오는 길에 준비했던 용돈을 드리며

"어머님, 생신 축하드려요~" 인사도 건넸다.

그녀는 무사히 첫 생일을 잘 넘겼다고 너무나도 순진무구하게 생각했다.




며칠 뒤 시어머니의 생일 당일, 그날은 그녀의 부부에게 대단히 중요한 날이었다.

배아 착상 시도를 위해 아침 병원으로 향하던 순간까지는 캘린더를 보며 시어머니의 생일임을 기억했다.

그러나, 시술을 받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와서 잠이 들어버렸다.


'띠리리 띠리리...'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그녀의 남편이었다.

"집이야?"

"응. 피곤해서 잠들었었어"

"오늘 엄마 생일인 거 알지? 전화했어?"

"아 맞다. 아침까지는 기억했는데 시술 신경 쓰느냐고 까먹었네. 왜?"

"아버지한테 전화 왔어. 어머니 생일인데 전화 안 했다고. 똑바로 살라고 하드라."

그녀는 생각했다.

'아니 하루가 지난 것도 아닌데 전화 좀 늦었다고 일하는 회사로 전화해서 저렇게 얘기해야 하나?'

남편이 말을 이었다.

"지금 전화하지 말고 한 30분쯤 있다가 엄마한테 전화해."

"응. 그럼 나 좀만 더 자고 일어나서 할게"


시어머니와의 통화는 특별한 게 없었다.

그녀는 친정어머니를 떠올리며 "아버님이 미역국 끓여주셨어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전에도 시어머니와 있으며 어색해서 나물 무치는 것 등 레시피를 몇 번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인가 시어머니는 자신이 손수 미역국을 끓였다며 미역국 레시피를 읊어주었다.

그러고는 아들 얘기로 넘어갔다. (알다시피 시어머니와 며느리,,, 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당연히 공통의 주제는 그녀의 남편이지.. 남편으로 인해 맺어진 관계이기도 하고..)

그렇게 몇 마디 주고받고 전화를 끊었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도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역국의 의미는?

통화가 끝난 뒤, “엄마가 며느리가 둘이나 있는데 자기 손으로 미역국 끓였다고 서운해하시더라. 그래서 주말이면 했을 텐데 평일에 일하는데 어떻게 그래. "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 말을 아들에게 했다는 말에 뒤에서 고자질하는 스타일 인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머님도 옛날 분이시네" 그녀의 반응이 삐딱선을 탔다.

"머가 옛날 분이야? 어디서 시어머니 뒷담화야?"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게 무슨 뒷담화야? 밥 먹고 용돈 드리고 다 했는데 그런 말 하니까 그렇지, 지금 임신하려면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하자"

"애 갖고 유세 떨지 마!" 그의 폭언이 시작됐다.

그녀는 그의 이 어이없는 화냄에 넋을 놓았다. 가슴이 미어졌다.

'오늘이 우리에게 어떤 날인데..'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왔다.

이렇게 시어머니의 말한디로 인해 그들은 그날 부부싸움을 했다.


'매년 돌아오는 생일인데 그 깟 미역국,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먹을 수 있는 거잖아. 지금 우리에게 아기를 가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도대체 머가 더 중요한 거야..'

그녀는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유세 떨지 말라니... 임신할 때만큼 여자가 유세 떨 수 있는 시기가 또 있을까?


다음날 남편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은 부모님이랑 먹자”

“먼 소리야 나 집에서 안정 취해야 된다니까 어제고 그래 놓고. 내일 토요일인데 휴가도 못 받고 출근도 해야 하는데! “

“다 너 위해서 그러는 거야”

“왜 말을 못 알아들어 지금 우리한테 중요한 게 먼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의 아버지가 그녀에 대해 불만을 얘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힘들게 시술 준비한 그녀는 뒷전이고 부모님 맘 달래기에 전전긍긍이었나 보다.



후에 그녀의 시어머니는 남편과의 불화로 이렇게는 못살겠다며 찾아간 그녀에게 뜬금없이 당신 서운함을 토로한다. 결혼 후 며느리가 첫 생일상을 차려주지 않은 서운함을... 그것도 7년 전 먼저 결혼한 동서의 경우를 비교하면서 말이다.

“선희 내는 내 생일에 놀러를 갔는데, 미역국이랑 반찬이랑 봉지봉지 싸와서 내 생일상을 차려줬어. 그때 내가 너무 고마워서 나중에 내가 선희 생일상 차려줬지..”

“동서한테 생일 얘기를 했는데 봐 둔 음식점이 있다면서 어머님께 이야기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보다 결혼도 먼저 했고 해서 그냥 넘어간 거였어요. 결혼하자마자 윗동 서라고 나서도 되나 싶어서 동서가 해오던 일이니까 그런 거예요.”

그녀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렇게 얘기했어도 네가 아니야 결혼하고 어머님 첫 생일인데 우리 집에서 내가 생일상 준비할게. 이렇게 얘기하고 우릴 불렀어야지”

시어머니가 자기 속내를 드러냈다.


'이 분은 말을 안 가리고 속말을 다 하는 타입이구나. 내년이라도 한번 해야 하나...’

그녀는 살짝 그런 고민을 했다.




왜 시어머니들은 며느리에게 생일상을 받고 싶어 할까?


SBS 스페셜 '며느라기'에서의 인터뷰 장면이 떠오른다. 한 남성의 인터뷰였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어머니가 다른 시어머니가 며느리로부터 생일상을 받았다면 사진을 보내며 자랑을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는 그 사진을 며느리에게 보낸다. 그의 아내는 그 사진을 남편에게 보여주고 그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장모님이 나한테 이런 사진 찍어서 보낼까? 이런 걸 보내면 난 어떤 기분이 들까? 엄마는 왜 이걸 와이프한테 보낸 거야?"

‘왜 며느리에게만 이런 생일상을 받기를 요구하는 걸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 질문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내가 생각이 짧았다며 사과를 했고 그 뒤부터는 생일상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유교사상이 근간이었던 조선시대의 습관이 남아서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요즘은 시대가 변했다. 전처럼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을 하고 육아를 하며 시부모를 봉양하는 며느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제 맞벌이를 하며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고 그녀들의 커리어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만약, 시어머니가 그렇게 생일상을 받고 싶었다면 드러내 놓고 작은 며느리랑 비교하지 말고 차라리 편한 당신 아들에게 살짝 귀띔을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비교당하는 며느리가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않은가!


여기선 아들의 중간 역할도 중요하다.

들은 말을 곧이곧대로 전달한다면 '미역국 사건'처럼 서로 감정이 상해 부부싸움이 될 수 있다.

" 올해는 잘 몰라서 못 해 드려서 서운해하시는 거 같으니 내년엔 같이 준비해서 집에서 생일한번 차려드리자..."

이렇게 현명하게 대처하는 남편이 그녀에게 있었다면 훗날 그런 문제들이 그녀에게 불어닥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며느리가 같지 않다. 시어머니도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남의 집 며느리가 하는 걸 내 며느리도 똑같이 할 거란 기대를 버려야 한다. 관계란 서로 받아들이고 맞춰가는 것이지 일방적인 요구에 의해 한쪽이 맞춰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21세기이다. 여자도 사회생활을 하고 같이 돈을 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집안일과 육아의 비율을 볼때 여자가 더 많이 하는 것이 현실이지 않나?


그런데 사위는 차리지 않는 생일상을 왜 며느리는 차려야 하는 걸까?

장모님 생일이든 시어머님 생일이든 동등하게 외식으로 끝내면 안 되는 걸까?


Cover Photo from Naver Blog 'alfk0111'

본문 이미지 출처 : https://www.chungjung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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