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그녀가 착한 며느리병이란 단어를 처음 접한 건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였다
친구들과 카페에서 만난 주인공 지호에게 친구인 수지가 말한다.
"시월드 입성인가?"
"아니야 시어머니가 잘해줘"
"착한 며느리 병에 걸렸구나?"
"착한 며느리병은 처음 결혼한 여자가 시댁에 착하고 싹싹하고 말 잘 듣는 며느리가 되고 싶어 무리하는 병이야" 란 설명을 해준다.
또한 지호는 인터넷에서 '시댁을 거절하지 못하는 병'이란 걸 알아낸다.
그녀는 이 결혼생활이 순탄하길 바랬다. 아직 어색하고 불편한 시부모님들이 매주 찾아오는 것도 이해하려 애썼다. 친정 엄마의 말처럼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 하며...
그러나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준 것이 아니라 코로나가 어느 정도 해결해주었다.
코로나 여파로 그녀는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드디어 시부모의 매주 방문에 제동이 걸렸다.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시부모님이 그녀를 걱정을 하고 있단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래, 자식 생각하는 건 다 똑같은 거겠지...'
그 뒤, 그들의 방문은 격주로 바뀌었다. 다른 비슷한 처지에 놓은 며느리들처럼 그녀도 주말 아침이 되면 전화벨 소리에 신경이 예민해짐을 느꼈다. 어쩌면 결혼생활이란 걸 시작하자마자 2달 동안의 잦은 방문으로 이미 노이로제에 걸려있었던 거 같다.
한 주 방문을 하고 나면 한 주는 넘어가고
'오늘 전화가 오겠지?' 여지없이 아침에 전화가 걸려 왔다. 그 패턴은 유지되는 듯하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처음의 시작부터 주말 아침이 되면 그녀에겐 이 예측할 수 없는 전화가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 처음 타격이 너무 컸던 탓인지 시간이 흐른다고 그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하루는 웬일로 그녀의 남편이 오겠다는 시부모를 만류하고 우리가 가겠다고 한 모양이었다.
'아. 청소 안 해도 돼서 편하네..' 일단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시부모님이 온다고 할 때마다 청소를 하는 것 또한 하나의 스트레스였던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도 어느 정도 '착한 며느리병'에 걸려있었다. 나름 나를 걱정해주고 또 내가 사랑하여 선택한 남편의 부모님이니까 잘해드리고 싶었다. 또한 그녀도 알고 있었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우리를 도와주셨단 걸 말이다. (이건 그녀의 착각임을 후에 알게 된다. 우리가 아니라 아들에게 준 돈이었단 걸...)
그리고 칭찬도 듣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하지 않던가...
(왜 결혼을 하면 이런 마음이 들까? 그녀는 후에 그녀 또한 가부장제의 분위기 속에서 자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유추해본다.)
교대근무를 하는 그녀는 금요일 저녁 늦은 퇴근을 하고 내일 시댁에 갈 때 음식을 좀 준비해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남편에게 아침 먹고 장 보러 가자고 얘기를 해놓았다.
다음날 아침, 아침을 먹고 그녀는 남편과 장을 보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그녀가 정한 메뉴는 '삼겹살 고추장 볶음'과 '호박볶음'이었다. 왠지 한 가지만 해가는 건 좀 아쉬운듯하여 두 가지로 선정!
점심시간을 맞춰 1시간 거리의 시댁에 가기 위해 서둘러 주방에 꼬박 한 시간을 서서 음식 준비를 했다. 워낙은 저녁 근무 후엔 늦잠을 자고 몸의 피로를 풀어야 했지만, 어른들과의 약속이고 빈 손으로 방문하는 게 아니라고 친정으로부터 배웠기에 신경을 쓴 것이었다.
그렇게 시댁에 도착해서 준비한 음식을 꺼내 프라이팬에 볶고 시어머니는 몇 가지 반찬을 꺼내고 점심상을 차렸다.
'음식 준비해 오느라 수고했다.' 이 한마디를 듣고 싶은 게 그녀의 욕심이었던 걸까?
"이건 먼가 맛이 부족해" 시아버지의 평이었다.
"재운 시간이 얼마 안 돼서 그래요." 시어머니가 거든다.
"그래도 와이프가 아침부터 일어나서 장보고 열심히 만든 거야." 남편 딴엔 그녀 편을 들어준다.
'이런 말도 하고 우리 남편 많이 컸군,,ㅎㅎ' 이 기쁨도 잠시..
"새벽에 일어나서 장을 봤어야지." 시어머니가 대꾸한다.
그녀의 마음에 스크래치가 생긴다.
애써 만들어온 요리인데 평일에 일하고 힘들 텐데 만들어 오느냐고 수고했다고 하면 안 되는 걸까?
한편으로 커튼 설치를 자신이 했다며 자랑하던 남편에게 칭찬의 한마디를 하지 않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친정 부모님 생각이 난다.
전에 자취집에 오시는 날, 먼가 해드리고 싶어서 '갈비찜'을 해드린 적이 있다.
그때도 같은 상황에서 급하게 준비하느라 간장 양념이 충분히 베이지 못하긴 했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고생했다.' 한마디로,
어머니는 '간이 좀 안 들긴 했지만 그래도 잘했네. 맛있다.'라며 응원을 해주었다.
이런 칭찬을 듣고 '다음엔 더 잘해봐야지' 이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그녀였다.
이런 게 친정부 모과 시부모와의 차이인가?
'다신 이런 짓 하지 말아야겠다. 내 몸 피곤하고 힘들게 해 봤자 좋은 소리도 못 듣네...'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도 어쩔 수 없는 가부장제 속에서 자라난 한국 여성이었다. 경제적 도움을 받았기에 그리고 그들의 살아온 삶을 존중하기에 잘하려고 했다. 그녀는 그들로부터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 싶었었다.
하지만 '말'이란 건 참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부족한 며느리의 요리에 대한 평가와 제대로 해야 된다는 다그침 보다는 그 마음을 헤아리고 칭찬을 해줬다면 어땠을까?
주변을 둘러보면 신혼 초기에 시부모의 말에 의해 상처 받은 그녀들이 생각보다 많다.
20-30년이 지나도 그때를 기억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만큼 이 시기는 서로 어색하고 불편한 시기라고 여겨진다. 시부모도 며느리를 대할 때 ‘조심을 하고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십 년을 각자 살아오던 남의 귀한 딸이지 않은가?
하지만 아무래도 아들 대하는 것과 며느리 대하는 것도 차이가 날뿐더러 그 말속에 며느리를 아들보다 하대하는 경우가 많다.
웹드라마 '며느라기'에서도 며느리가 출장을 간다니까 아들 밥걱정을 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이 나온다. 사위의 출장은 피곤할 것을 안쓰러워하면서 말이다. 이런 일은 주변에 아주 흔하디 흔하다.
그녀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녀의 시어머니도 새벽 출근을 하는 며느리의 아침밥이나 교대근무를 하는 며느리가 얼마나 힘든지는 궁금하지 않아도 자기 아들의 아침저녁밥을 제때 못 챙겨주지 못하는 것만 아쉬워했으니 말이다.
며느리도 반 자식이라 던데 왜 시부모들은 그렇게 며느리를 홀대하고 가정부 취급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의 특성상(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면 남성성을 잃어버린다고 어릴 적부터 가르치는 경우가 아직도 파다하니까) 주방일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밥하려고 결혼한 건 아니지 않은가?
아내와 며느리의 맞벌이를 원한다면 그만큼 일하는 여성으로서 인정을 해줘야 한다. 사회가 변하면 가족 안에서의 룰도 따라 변해야 한다. 여성의 사회생활은 강조하면서 가족 안에서는 여전히 전업주부, 현모양처의 모습을 한 아내나 며느리를 원하는 건 어불성설이지 않을까?
요즘 SNS 속에서 접하는 깨어있는 여성들이 시부모들에게 주장하는 건 그냥 아들 부부를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들이 말을 보태고 간섭을 하는 것은 결국 부부의 불화와 부부싸움으로 번져가기 마련이다. 그냥 잘살게 두면 대부분의 아들 부부는 지지고 볶더라고 둘이 잘 해결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Cover Photo by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 Google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