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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미 May 06. 2023

미리 어버이날

모두가 만족하는 날

     

올해는 어버이날이 월요일이다. 어린이날이 금요일이라 금, 토, 일을 연휴처럼 쉬는 사람들이 많았다. 친정 식구들도 어린이날이 모두 시간이 맞아 함께 모이기로 했다. 시간이 안 된다던 조카들까지 깜짝 방문하여 친정엄마를 기쁘게 했다.     


친정 식구 모임에 참석 여부의 강요는 이미 옛날 일이 되었다. 올 수 있는 사람은 오고, 못 오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지 않았다고 섭섭함을 표현하는 사람도 없다. 만난 사람끼리 그 시간을 즐기면 되는 거다. 

어버이날 친정 식구 모임에는 대학생 조카 두 명이 빠졌다. 알바와 개인 사정 때문이었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만난 거였지만 그날은 어린이날이었다. 조카들 모두 중학생에서 대학생까지 어린이날에 해당하는 조카는 없었다. 단 한 명, 나의 둘째 아이가 초등학생인 어린이에 해당했다. 나의 둘째 아이는 엄마의 손자, 손녀를 통틀어 유일한 초등학생이다. 친정 식구들이 모두 둘째 아이에게 관심이 쏠렸다. 아이는 이모, 이모부, 외삼촌에게 용돈을 받았다. 마지막 어린이에 관한 관심이 대단했다. 아이는 어른들에게 용돈을 받으며 매우 흡족해했다. 그동안 사고 싶었던 nct 오빠들의 앨범을 사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앨범을 사기에 충분한 용돈이 들어오니 흡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용돈을 많이 받은 둘째 아이를 조카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나한텐 대학생까지는 어린이야”     


친정엄마는 논리성이 전혀 없는 말을 하고는 대학생 조카들에게까지 용돈을 손에 쥐어 주셨다. 졸지에 어린이가 된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조카들은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엄마도 나를 포함한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으며 서로 주고받는 어버이날 기념행사가 되었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가끔 이렇게 많지 않은 돈으로 서로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는 건 인정해야 할 거 같다.     

5월 6일, 토요일에는 시가에 방문했다. 칠순이 넘을 때까지 일하시다가 몇 년 전 은퇴하신 아버님과 평생 전업주부로 사신 어머니가 우리 가족을 반겼다. 어머니는 얼마 전 독감으로 고생하셨다. 목소리가 쉬고, 많이 허약해졌다. 아버님은 며칠 전 남편의 통장으로 아이들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라고 통장으로 돈을 보내셨다. 둘째 아이만 어린이인데 큰아이도 덩달아 받게 된 거다. 점심은 먹고 시가에 방문한 거라 식사 시간이 애매했다. 텔레비전을 한참 보고 있는데 치킨 광고가 나왔다.      


“우와, 진짜 맛있겠다”     


가족 모두 입을 맞춘 것처럼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버님은 집 앞에 있는 치킨집에 바로 전화하셨다. 후라이드 한 마리와 양념치킨 한 마리. 아버님의 선택은 탁월했다. 아버님은 치킨이 완성될 시간까지 기다리셨다가 치킨집까지 손수 가지러 가셨다. 배달오는 동안 식은 음식이 되는 게 싫다고 하셨다. 가족 모두 아버님이 내려놓으신 치킨 봉투를 뜯고 정리하고 먹기 시작했다. 아버님 말씀대로 배달오는 동안 식은 치킨이 아니라 금방 튀긴 뜨끈뜨끈한 치킨이었다. 치킨을 먹으며 오랜만에 부모님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니 즐거운 마음이 더 크게 부풀어 지는듯했다. 즐거운 치킨 타임을 마치고 부모님께 많지 않은 용돈 봉투를 드렸다. 부모님도 기쁘게 받으셨다.     


어버이날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미리 어버이날을 마음껏 즐겼다. 나의 아이들도 나에게 건강 식품을 카톡 선물하기로 보내왔다. 아이에게 카톡 문자로 어버이날 선물을 받는 순간이 오다니, 지나온 세월이 신기하기만 하다.      

“엄마 책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책을 펼쳤다>도 카톡 선물하기에 있는데 그거 사지 그랬어?”     

아이에게 농담처럼 말했더니      

“오~ 내 친구들에게 엄마 책 카톡 선물하기에 있다고 많이 홍보해야 겠어”     

라고 말한다.      


다들 바쁘게 사는 세상이니 가족 모두 시간 맞추기가 힘들다. 코로나 전후로 살펴보면 코로나 전보다 친척들이 모이기가 더 힘들어진 것 같다. 예전에는 가족 중 부모님의 생신이나 제사가 있으면 꼭 참석해야 할 일로 생각했다면 요즘은 그런 마음이 조금은 느슨해졌다. 각자의 일정에 따라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간을 조정하는 분위기다. 나는 그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사정이 되지 않는데 억지로 참석하는 것보다 나와 내 가족의 상황에 맞게 참석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모두가 모이는 시간에 참석할 수 없다면 따로 시간 내어 부모님을 만나 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여전히, 모두가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시대에 따라 사람의 마음도 변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서로 주고받는, 그리고 주고받아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보냈다. 앞으로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서로 불만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행복한 시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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