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잠은 마음을 동그랗게 뭉쳐 놓는다. 그런 잠을 잔 날에는 목구멍에 도착한 마음이 툭 튀어나오며 잠에서 깨곤 한다. 정확히 말하면 동그란 마음이 날 깨우는 게 맞겠다.
“요가를 해야겠어…”
눈을 뜨자마자 집 근처 요가원을 서치한 후 9시가 되자마자 등록 문의 전화를 걸었다. 오픈 시간에 맞춰 걸려온 다소 갑작스러운 전화에도 원장님은 친절하게 응해주셨고, 덕분에 당일 저녁 수업을 수강할 수 있었다.
빠른 추진력과 반대로 운동 경력은 전무. 게다가 마땅한 운동복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옷장에는 도통 평상복밖에 없어 운동복 비슷해 보이는 냉장고 바지에 흐들흐들한 면티를 주워 입고선 ‘설마 쫓겨나겠어’하는 뻔뻔한 생각을 가지고 요가원을 방문했다.
간단한 등록 절차를 마치고서 원장님의 안내에 따라 몸을 풀고 있는 사람들 옆에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다. 어둡고 살짝 더웠다. 느린 음악이 들려왔는데 고요했다. 생경한 공기에 기분이 묘했다. 수업 시작까지는 시간이 약간 남았고, 가만히 앉아있는 일 말고 다른 행동을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다만 알고 보니 숨겨진 요가 고수였던 내 모습을 상상했다.
“편한 자세로 앉습니다. 양 발목을 일직선으로 맞춘 후 다리를 교차해 앉습니다. 눈을 감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을 모두 비웁니다. 오로지 들려오는 소리에만 집중합니다.” 곧 단단한 원장님의 목소리에 맞춰 운동이 시작됐다. 서툴지만 열심히 동작들을 따라 해 나갔다.
실제 요가는 상상 요가와 달랐다. 정신 수양에 가까울 줄 알았던 운동은 상당히 하드코어 했다. 근력 부족으로 엎어지고 나가떨어지기를 여러 번 반복했고 이러다가는 관절과 근육이 찢어지는 건 아닐까 심각하게 걱정했다.
“회원님은 근력이 전혀 없으세요. 집에 가서 복근 운동 생각날 때마다 하셔야 해요.” 그럼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수업은 마음에 콕 박힌 원장님의 두 마디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느낌에 꽤나 어기적거렸다.
강렬했던 첫 번째 수업 이후 꾸준히 출석 도장을 찍는 중이다. 요가에는 스스로를 뿌듯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 오기, 한 꼬집의 즐거움, 단단한 근육 같은 게 들어있다. 요가가 가진 부속물들이 계속 자라나 나의 지지기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눈을 뜨자마자 갑자기 시작한 일이, 많은 생각과 심사숙고 없이 시작한 일이, 이리 질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그것도 나와 전혀 연이 없다고 생각했던 분야에서. 어쩌면 오랜 지속성의 바탕에는 단순함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나저나 갑자기 요가가 하고 싶다는 마음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