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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8. 2021
9. 다르게 보기
: 초점 전환으로 특허 살리기
한번 거절된 특허는 다시 등록받을 수 없을까요?
동일한 발명을 그대로 다시 출원하면 당연히 등록이 어렵겠지만, 같은 내용의 발명이라도 어떤 관점에서 명세서를 기술하느냐에 따라 특허성이 생기기도 합니다. "다르게 보기"입니다.
가끔 거절결정된 특허를 꼭 등록받아야한다며 특허청의 거절결정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찾아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작더라도 대개 기존 기술들과 대비하여 특이점이 반드시 하나는 있기 마련이었습니다. 제품 자체의 차별점이 있고 시장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등록을 포기하기 어려운 거죠.
이런 경우 시장 상황은 당업자인 발명자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왜 이 발명이 필요한지, 이 제품의 효과가 기존 제품과 다르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우선 자세히 듣습니다.
그리고 이미 거절되었던 명세서와 다른 시각과 초점으로 명세서를 다시 써봅니다.
명세서는 작성자에 따라 그 권리와 내용이 전혀 달라질 수 있는 요물같은 존재입니다. 명세서도 글입니다. 관점과 방향과 주제가 있습니다. 기술이라는 무형의 실재를 문서라는 언어로 표현하면서, 특히 청구항을 한정하면서 작성자가 바라본 기술의 요지가 드러나게 됩니다.
다르게 말하면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면 전혀 새로운 명세서가 탄생할 수 있고 그 관점에서 바라본 특허출원의 등록이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W사는 가정용, 차량용 휴대형 소화기를 제조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소방법에 의해 사무실과 가정, 차량의 소화기 비치가 의무화되어 이에 발맞추어 개인용, 가정용 소화기를 제조하여 판매하려고 했습니다.
개인용, 가정용 소화기이기 때문에 크기가 작아 보관이 쉬우면서도, 소화력이 강해야하고, 힘이 약한 사람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했습니다.
특히 어려운 해결과제가 작은 용량의 소화기로도 소방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도의 소화력을 갖출 수 있어야하는 점이었습니다. 크기를 키우면 소화력이야 당연히 높아지지만 그러면 가정 내나 차량에서 쉽게 손이 닿는 곳에 보관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W사는 그 해결점을 분사 노즐의 구조에서 찾았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W사는 이미 개발한 소화기에 대해 특허신청을 한번 했으나 등록에 실패한 상태였습니다.
신청한 특허의 내용을 보니 일반적인 소화기의 구조에 W사의 노즐 구조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그 구조가 아주 자세하지는 않았습니다. 부채꼴 모양의 노즐 정도로만 표현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소화기 전체 구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상대적으로 노즐에 대해서는 제대로 기술되지 않았던 거죠. 노즐을 부채꼴 모양으로 넓히고 납작하게 만드는 정도면 당연히 어느 정도 분사력이 높아질 것이 자명하므로 노즐에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았고 나머지 구성에서도 기존의 소화기와의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아 등록이 거절된 것이죠.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W사의 기술의 핵심은 노즐이었으며 노즐은 부채꼴 모양인 것에만 차별점이 있지 않았습니다. 노즐의 내외부 구조 자체가 특별했습니다. 노즐의 내부에 분말 소화약제가 특정한 길을 따라 강하게 분사되도록 하는 구조가 있었고 외부에도 그 속도를 높이기 위한 구조적 특징이 있었습니다.
기존 부채꼴 모양의 노즐과 비교했을 때 분사력이 20% 이상 높아 노즐 내부의 특별한 구조가 확실히 분사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실험 데이터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첫번째 특허출원에서는 보다 넓은 권리 확보를 위해서 노즐의 구체적인 형태에 대한 묘사는 최소한으로 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노즐의 내외부 구조에 초점을 맞추어 명세서를 다시 만들기로 했습니다. 한번 거절된 사례가 있으니 매우 구체적으로 구조를 기술하기로 하였는데, 너무 구체적인 구조는 사실 특허권의 권리범위를 줄이므로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나, 등록이 무엇보다 우선이니까요.
그리고 같은 소화약제를 본 노즐을 사용했을 때와 다른 모양의 노즐들을 사용했을 때의 실시비교예를 표로 정리하여 함께 제출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