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없는 일상, 구토와 위경련의 연속
'구토, 위경련'
고통받는 K-직장인의 흔한 스트레스성 증상이다. 처음엔 그저 단순한 과로 때문이라 여겼다. 물론, 그런 증상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견디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1년 전, 23년도 추석 연휴를 목전에 두고 시작된 문제의 프로젝트.
사전 준비 기간만 6개월을 넘게 투자한 대규모 글로벌 캠페인이 드디어 막을 올렸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팀 내 허리급 공채 출신은 모두 빠지고, 남아 있는 건 나를 포함한 사원들뿐이었다.
당시 업계 상황도 좋지 않았다. 오랫동안 담당했던 국내 대형 광고주의 물량이 빠지면서, 이 프로젝트 외엔 맡을 일이 없었으니까. 먹고살아야 했으니, 아니, 정확히는 매출을 올려야 했으니 무조건 일단 해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결국 나, 후배, 팀장님, 이렇게 셋만 투입됐다. 대부분의 실무는 사원 둘이 감당해야 했고, 시작부터 힘들 거라 예상했지만 담당자들이 하나둘 나가떨어질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서 본격적인 지옥이 시작됐다. 아침 9시 반 출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몰아치는 업무.
정신 차리면 어느새 저녁 8시, 9시. 그때도 끝나지 않는 일은 새벽 2~3시까지 집에서 이어졌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저녁마다 일단 1차로 퇴근해 헬스장에 갔다. 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공간이었다.
분노의 웨이트와 유산소 운동 후 집에 돌아가 원격 연결을 통해 다시 2차 업무에 매달렸다. (*지나고 보니 그 와중에 매일 운동했던 내 자신이 무섭기도 하다. 그런데 운동이라도 안 했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그렇게 2주, 1개월이 지나자 몸에서 “나 이러다 죽는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는 이미 2~3년 전부터 극심한 위경련으로 매년 응급실에 들락날락했던 터라 이번에도 매번 돌아오는 그 시즌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어느 날 밤,
출구 없는 터널을 질주하듯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그때 갑자기 눈을 뜨며 속삭이듯 스스로에게 말했다.
“어,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