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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

좌절의 연속

by 민영 Dec 21. 2024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리고, 운동으로 에너지를 풀고, 집에 들어와 잔업하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때쯤 침대에 쓰러져 기절하듯 잠들었다. 그런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쓰러지듯 잠드는 건커녕, 잠이 오지 않기 시작했다. 두통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겨우 잠이 들어도 한두 시간 만에 눈이 떠지고, 다시 잠드는 걸 반복했다. 그렇게 출근 30분 전에야 간신히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만 하고는 바로 사무실로 달려갔다.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2~3일에 한 번씩 오던 위경련이 이제는 매일같이 찾아왔다. 음식을 입에 넣기만 해도 유제품, 고기, 심지어는 죽조차 소화하지 못한 채 위경련이 찾아왔다. 고통스러워 데굴데굴 구르며 변기를 붙잡고 모든 것을 게워냈다. 경련의 고통도 고통이었지만, 하루에 서너 번씩 변기통을 붙잡으며 3주를 버티니 몸도 마음도 한계에 다다랐다. 동네 병원에서는 단순 스트레스성 증상이라며 1주일 간격으로 약을 계속 바꿔 처방해 주었지만, 증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몸무게는 순식간에 3~4kg이 빠졌고, 얼마 안 남은 근육까지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일요일 자정이 다 되어갈 무렵, 또다시 극심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더한 고통은 없을 줄 알았는데, 펑펑 울며 엄마를 붙잡고 소리쳤다. “이러다 진짜 죽을 것 같아...” 너무 아픈 나머지 부모님 차를 타고 근처 세브란스 강남 응급실로 달려갔다.


결론은 또다시 원인 불명. 검사를 해봐도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새벽 3~4시가 되어서야 수액을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눈을 붙이고 몇 시간 후, 시체처럼 출근 준비를 하고 사무실로 나갔다. 이쯤 되면 “왜 병가나 연차를 쓰지 않았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한 사람이 빠지면 모든 일이 올스톱될 정도로 절박했다.


응급실에 다녀온 그날도 어김없이 저녁 9시까지 업무를 보던 중, 뒤에 남아있던 팀리더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실 오늘 새벽에 응급실 다녀왔어요...”  그녀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헛웃음을 지으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 반응을 보는 순간, 마치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돌아보면 모두가 너무 힘든 시기였다. 그렇기에 누구 하나 아프다고 챙겨줄 여유조차 없었는지도 모른다. *케어를 바라지 않는다. 회사는 돌봐주는 곳이 아닌걸. 다만, 리더의 역할이라는게 무엇인지 그 어느때보다도 깊게 생각하게되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서 그 상황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 자리에서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

“저 집에 가서 나머지 업무 볼게요.”


그렇게 사무실을 뛰쳐나왔고, 나오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펑펑 울었다. 몸은 너무 아프고, 일은 너무 힘들고, 건강을 자부하던 내가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순간순간마다 좌절감을 느꼈다. 속상하고 서러웠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것 같지?
다들 똑같이 일하고 힘든데, 왜 나만 아픈 걸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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