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뚜기 Apr 10. 2021

엄마 오늘 출근하는 날이야?

엄마에게 바라는 아이의 한 가지 바람

큰 아이는 올해 6살이 됐는데 유치원에 다니기 시 작하면서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꼭 나에게 먼저 하는 말이 있다.


"엄마 오늘 출근하는 날이야?"


아직 글을 읽지 못하고 날짜나 요일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나에게 출근을 하는 날인지 꼭 말로 묻곤 한다.


"그렇다"라고 해서 서운해한다거나 울음을 터트리는 일도 없다.

그저 묵묵하게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으로 "그렇구나" 하고 넘겨버리곤 했다.


내가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는 블록놀이도 하고, 아침 간식도 먹으면서 내가 준비하는 걸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내가 출근을 할 때면 아이는 항상 문 앞으로 나와 "충성!" 이렇게 인사를 해주곤 하는데..

나는 그런 아이에게

"오늘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밥 골고루 먹고 말썽 부려서 할머니 힘들게 하면 안 돼.."하고 돌아서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평일날 쉴 수 있는 일이 생겨 출근하지 않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엄마 오늘 출근하는 날이야?"라고 묻는 아이의 물음에 드. 디. 어 "아니"라고 답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답변이 아녔는지 적지 않아 놀란 것 같았다.


그럼 난? 난 유치 원가?

응 유치원 가지~

와 진짜?? 그럼 오늘 엄마가 나 버스 타는데 같이 가줘!


그랬다..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고 나서 몇 달이 지나도록 유치원 버스를 한 번도 내가 태워 보낸 적이 없었다.

아이와 나가는데 생각해보니 난 아이가 유치원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도, 아이의 유치원 버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했다.


버스시간보다 10분 정도 먼저 나가 기다리니 바로 버스가 와서 버스를 태우려고 했다.

"이거 우리 유치원 버스 아닌데..."

아뿔싸.. 다른 유치원 버스가 같은 자리에서 등 하원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 유치원 버스에 그냥 아이를 보냈다면 엉뚱한 유치원으로 갈뻔했다.


등원 도우미 선생님께서 날 보자 의아한 표정을 지으셨다.


누... 구...???


아이 엄마라는 소개를 하자 그제야 첫인사를 나누었다.

아이가 유치원 입학 후 몇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엄마, 나 내릴 때도 꼭 엄마가 와!"


아이는 이 말을 하고, 버스를 타고 씩씩하게 떠났다.

엄마가 쉬는 날이라고 해서 유치원을 가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지도 않았다.

자기는 자기의 삶과 할 일이 있다는 걸 이미 알아버린 아이가 대견하고도 하고, 벌써 커버린 느낌이 들어 뭉클한 마음도 들었다.


아이가 나에게 원하는 건 엄청난 것이 아니었다.

고작 "엄마가 유치원 버스를 기다려 주는 것"

지난 몇 달 동안 뭐가 그렇게 바쁘고 뭐가 그렇게 중요해서 아이의 물음을 그저 그렇게 받아들이고 외면해 왔었는지..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는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아이를 기르면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림을 잘 그렸으면, 운동을 잘했으면, 한글을 빨리 깨쳤으면, 정리정돈을 잘했으면, 밥을 잘 먹었으면, 어른들에게 예의를 잘 지켰으면.......


건강하기만 하라는 내 바람은 어디 가고 아이에게 내 기준에 맞춰 요구사항이 너무 많았다.


잠시 잊고 있었다.

나는 그저 아이가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생각으로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자랄 수 있도록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도와주는 사람일 뿐이라는 걸..


아이가 나에게 원하는 것이

그저 날 기다리고 바라봐 주세요. 였듯


나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그저 아이를 기다리고 바라봐주는 엄마가 되겠다고..

아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시간이 10년도 채 남지않았다. 이제 아이가 나보다 더 큰 키로 나를 내려다 보는 날이 오겠지..




이전 03화 저 야근은 못해요.. 애 하원 해야 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