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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뚜기 Apr 15. 2021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엄마가 내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둘째가 태어나고 부터 큰 아이에게 형님다움을 참 많이 강조한다.


형아니까 양보해야지

형아니까 동생한테 줘

형아니까 동생 보살펴 줘

네가 형아니까..

네가 형님이니까..


내가 형님 다움을 강조하는 첫아이의 나이는 고작 한국나이로 6세, 만 4세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아이들이 서로 싸울때면 덩치가 비교적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때리거나 다치게 하진 않을까 싶어 큰아이에게 형님다운 모습을 보일 것을 이야기해버리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비몽사몽하며 엄마품으로 파고 드는 첫째를 포근히, 충분히 안아줄 세도 없이 둘째의 기상소리에 첫째아이는 조용히 옆으로 자리를 옮겨앉곤 한다.

엄마의 품은 어린 동생의 차지라는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행동이다.

그런 큰아이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면서도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감정이 든다.


어느날은 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계속 어린 둘째가 다가가 건들이고 블럭을 부셔트렸다.

큰 아이는 결국 화를 주체 하지 못하고 동생의 팔을 앙! 하고 물어버렸다.

자지러지게 우는 둘째를 안고 나는 큰애를 다그쳤다.

레파토리는 언제나 같았다.


"니가 형님인데! 니가 동생을 깨물면 안되지! 동생을 잘 데리고 놀아야지!! 동생한테 블럭 좀 양보하면 되잖아!"


평소 혼을 내도 들은척도 하지 않거나, 그때 뿐이던 큰아이가 그날따라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내 귀를 의심했다.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이게 6살짜리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너 엄마한테 그런말 하면 못써!"

아이를 혼을 냈지만 내가 혼난거 같은 기분이었다.

그날저녁 아이들을 재우고 생각했다.

아이는 나에게 아마 지속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동생이 태어난 스트레스

동생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긴 스트레스

동생에게 엄마의 품을 빼앗긴 스트레스

동생에게 장난감을 양보해야만 하는 스트레스


모든 걸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견뎌오며 나에게

"엄마 나도 좀 바라봐주세요.."라는 메세지를 보냈는데 나는 지금까지 멍청하게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괜찮아서 괜찮은줄 알았다.

딱히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고, 밥잘먹고 잠잘자고.

그러니 괜찮은거지.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가 할수 있는 최대한의 부정적이고 강한 표현으로 나에게 표현을 했던 것이다.


"엄마..날 바라봐주세요" 라고..



직장에 하루 휴가를 냈다.

둘째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첫애만 데리고 놀이동산에 갔다.

그날은 좋아하는 동물도 실컷보고 , 좋아하는 장난감, 먹거리 사주며 같이 시간을 충분히 보냈다.


동생이 태어난 후 처음이었다.

엄마와 둘만의 시간을 공유한 건..


아이가 집에 오는길에 동생에게 줄 선물을 하나 사고싶다고 했다.

이쁜 사막여우 인형 하나를 샀다.

집에 돌아와 동생에게 인형을 건내며

"오늘 형아만 놀러갔다와서 미안해. 다음에는 같이가자" 라고 말하는 큰아이의 모습을 보며 가슴한켠이 시큰했다.


아이에게 아이다움이 아닌 형님다움을 강조했던 지난날의 내가 참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아이는 .. 표현이 서투른 우리의 아이들은 아마 각자의 방식으로 엄마에게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를 좀 바라봐 달라고..


동생이 생긴 첫째들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이라고 한다.

가능하다면..

둘째가 아예 없는 공간에서 오로지 첫째아이와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져보는걸 추천한다.


엄마에게는 고작 하루, 고작 몇시간 이겠지만 아마 아이는 그 잠깐의 시간을 원동력 삼아 자존감을 높혀가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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