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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뚜기 Apr 04. 2021

엄마도 어른과 대화하고 싶다.

아이 말고 나와 대화를 나눠줄 누군가가 필요해..

아이를 기르면서 하루에 나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바로


"나의 아이"였다.


아이가 말을 배우기 전에는 일방적인 나의 사랑의 대화였고, 아이가 말을 배운 후에는 아이와의 의사소통이 가능하였지만 한정된 단어와 의미를 가진 말들로만 이야기가 가능했다.


그래서 남편이 퇴근하는 시간만 기다렸다가 그동안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곤 했는데,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리고 온 남편은 심신이 지쳐 딱히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어른의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아이의 언어로 아이와 하는 이야기 말고, 어른들의 언어로 어른들끼리 하는 화가 사무치게 그리울 지경이었다.

소소한 세상의 가십거리도 좋았고,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같은 진지한 이야기도 좋았다.


하루에 아이와 입이 아플 정도로 떠들며 이야기했지만, 나는 언제나 대화 즉 의사소통에 목말라있었다.

하루에 그만 말하고 싶을 정도로 엄마 엄마 하며 나를 찾아대는 사람도 있고, 난 그 사람(내 아이)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데 왜 이런 감정을 느낄까 생각해보았다.


나도 때때로 어른의 대화가 필요한 어른 사람이었다.


아이 물티슈를 샀는데 그 물티슈에 적혀있는 문구에 나는 눈물이 났다.


"아빠, 가끔은 나 말고 엄마의 하루를 물어봐주세요"


그랬다.

아이가 잘 노는지, 잠은 잘 자는지 등 아이에 대해 서는 주변 많은 사람들이 물어봐주었지만 정작 나의 하루를 물어봐주는 사람은 없었다.


육아휴직 중이었던 나에게, 직장동료들은

"집에서 쉬어서 좋겠다~ "라고 말하곤 했다.


집에서 쉬어? 누가? 내가?


집에서 아이를 육아하는 일이 얼마나 고생스럽고 힘든 일인지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나는 요즘도 같은 직장에 다니는 수많은 남자 아빠들에게 주말 하루만큼은 엄마도 어른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라고 한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주변 지인들을 만나 그동안 못했던 어른의 대화를 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물론, 아이 없이


가능하다면 퇴근 후, 엄마와 어른의 대화 시간을 가져주는 아빠라면 더 금상첨화일 것이다.


엄마의 에너지는 그대로 자녀들에게 전달된다.

엄마의 긍정적이고 힘찬 에너지는 아이들의 정서적 건강을 튼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먼저 엄마에게 그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육아맘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이야기 할 대상이 없으면 육퇴 후 야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아... 내 살들.. 음식과 대화의 증거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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