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과의 전쟁
그래. 이건 분명 기절이다.
아이를 재우면서 나는 잠드는 것이 아니라 기절을 하곤 한다.
아이를 재우기 전까지 나의 계획은 만리장성 급이다.
따뜻한 물에 목욕을 씻기면 몸이 노곤해질 테고, 자러 들어가서 20분 정도면 자겠지?
그럼 난 나와서 일단 좀 씻고, 좋아하는 티브이 프로그램도 보고, 글도 좀 썼다가 출출한데 아까 봐놓은 전에 사다 놓은 빵도 먹어야지.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너무 무리하는 건 좀 그렇고 12시에 잔다고 치면 약 3시간의 자유시간 확보!
예쓰!!
아이를 따뜻한 물에 씻기고 몸이 노곤해지고 까지는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자러 들어가서'부터가 문제이다.
아이 옆에 누워 있다 보면 아이가 잠드는 것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나는 의식을 잃고 만다.
'잉~ 디리리리리리리딩디리~~'
익숙한 멜로디가 내 귓속을 파고들며, 나를 잡아 깨운다.
의식을 찾아보면 허무하게도 핸드폰 바탕화면의 날짜는 그다음 날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기절을 하고 난 날에는 아침부터 허무함이 밀려온다.
아.. 어제 씻고 잤어야 하는데.
아.. 어제 청소하고 잤어야 하는데..
아.. 어제 그 프로그램 보고 잤어야 하는데..
아.. 어제.. 어제...
부여잡고 싶은 허무하게 날려버린 나의 소중한 어제저녁
나 혼자만의 시간을 그렇게 어이없이 잠 따위에 날려버렸다는 게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괜스레 아침부터 잘 자고 일어난 아이에게 '오늘부터 혼자자!' 라며 심통을 부린 적도 있다.
아이를 재우며 자버린 탓에 강제로 9시간이 넘는 수면시간을 확보해 버려, 아침에 출근하면 기절하지 않은 날 보다는 조금 낫긴 하지만 사실 잠을 많이 자도 '엄마표 만성피로'는 여전히 상존해 있다.
새벽에 성장통, 이앓이, 악몽, 원인 모름 등등으로 에엥~~ 울어대는 아이들 덕분이다.
큰애는 6살, 작은애는 3살인데 아직 수면 분리를 못해 나와 함께 잔다.
둘이 동시에 쌍으로 울어대며,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수면의 욕구를 건드릴 때는 정말인지 잠만 편하게 자도 소원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잠이 들어도' 아 너무 피곤하다. 자야겠다.. 또는 잠들 거 같다.. '라는 느낌이라도 있었지만 아이와의 육아로 극도로 에너지를 소진해 버린 상태에서 베개와 머리의 접촉은 나를 기절시켜버리는 마취총 역할을 했다.
나는 진심으로 잠이 안 와 불면증이 있다는 사람에게는 '일주일 내내 5세 미만 아기 육아권..' 같은걸 줄 수 있다면 불면증 따윈 단방에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이와 함께 누워 맡는 내 아이의 아기 냄새, 만지작 거리게 되는 아이의 조그마한 발, 그리고 손...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언제 또 그렇게 맡아보고 만져볼 수 있을까 싶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기절해도 괜찮다.
내일 하면 되지 뭐
당장에 오늘 하면 생명이 위태위태한 일이 아니라면 우리 나 자신을 좀 너그럽게 용서해 주자
진짜 피곤했으니까!!
마취총 맞은 거 마냥 오늘도 기절해버린 우리나라의 모든 육아맘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하며,
토닥토닥
우리 내일은 기절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