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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뚜기 Apr 08. 2021

난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야!

엄마도 감정을 버릴 곳이 필요해..

엄마는 아이의 전부이자 우주

마는 아이의 울타리

엄마는 아이의 방패..

엄마는..

엄마는..


안다 나도.


아이에게 내가 얼마나 큰 존재인지.


아이는 나에게 너무 큰 행복과 기쁨을 주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존재.

육체적인 건 그렇다 치더라도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정말 나도 사람인지라 참기가 힘들 때가 많다.


저리 어린아이를 두고 나가 지금 화를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는 거 자체에 내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릴 때도 많았다.


아이의 짜증과 울음을 온종일 온몸으로 받고 있노라면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 된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른들과의 관계에서는 그만하라고 할 수도 있고 , 방에 들어가 버릴 수도 있고, 화해를 할 수도 있고 , 헤어져버릴 수도 있는 모든 순간들이 아이와는 오로지 내가 온몸으로 견디고 받아내야 하는 순간들이었다.


물론 아이가 가끔씩 보내주는 배시시 웃어주는 웃음, 때 되면 뒤집어주고, 기어주고, 걸어주고, 말해주는 기쁨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기 잘했다 "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매일같이 받아내고 있노라면, 내가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거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쓰레기통이라는 단어가 다소 강한 느낌을 줄 수 있으나, 때때로 정말 그랬다.

아이의 짜증과 보챔, 요구사항이 계속될 때는

그냥 눈물이 났다.


"엄마도 사람이야... 나도 좀 살자.."



아이의 감정에 내 감정까지 더해져 그 부정적인 나의 감정들이 쌓여갔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에 병이 들어버렸다.

남편의 일상적인 대화도 아니꼽게 들렸고, 조금만 잘못을 해도 크게 화가 났다.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그렇게 항상 화가 나있어?"


 나도 어딘가에 버릴 곳이 필요했다.

부정적 감정이 가득 쳐버려 긍정적 감정이 채워질 공간조차 없었다.


혼자 캠핑이나 여행을 떠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는 현실이 못됐다.

결심을 하고 베란다에 있는 짐을 싹 다 정리를 하고 마트에 가서 인조잔디를 사 왔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놓고 한번 쓰고 집에 박혀있던 캠핑의자와 테이블도 꺼냈다.

일명 "베란다 캠핑"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자고 나면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베란다에 나가 렌턴 하나에 의존하며 캠핑의자에 앉아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아이에게 아까 화내서 미안했던 일, 앞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일, 내일 해야 할 일, 이번 달 카드값, 직장에서 있었던 일 등 주제 없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만의 "감정 쓰레기통"을 찾은 것이다.

직장상사에게든, 아이에게든, 남편에게든 , 부인에게든 그 누구에게든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주고 있는 그대여!

장하다. 정말 힘들겠다. 정말 고생이 많다.


하지만 인생은 롱런~ 장기 레이스

당신이 선택한 수많은 선택들의 결과물이 오늘의 당신이라면 그 선택들 사이에서 당신이 조금은 덜 힘들길...

당신의 부정적 감정을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을 잘 생각하고 찾길 바란다.

삶은 비움의 연속이니까..^^

내가 누리고 있는 조건 속에서 진주를 찾아낸 것 같다. 삐까뻔쩍하진 않지만 나에겐 훌륭한 나의 감정쓰레기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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