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하는 식사시간이 다가오면 사실 먹는다는 즐거움보다 먹여야 한다는 부담감과 두려움이 앞선다.
일단 반찬을 뭘 해야 할지부터 고민이다.
밑반찬을 하나 했다 치더라도 매우면 맵다고 난리, 짜면 짜다고 난리인 아이들 덕분에 니맛도 내 맛도 아닌 어정 정한 맛의 밑반찬을 탄생시킨다.
모름지기 음식은 맛깔나게 담아야 하는 법인데.. 콩나물이나 시금치처럼 길이가 긴 음식은 끊임없는 가위질로 밥풀 크기만 한 크기로 반찬을 잘라주어야 아이들이 목에 걸려 우웩! 을 하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팅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고, 반찬의 색깔로 그 음식의 원재료를 추정하는 수준이다.
식사를 시작하면 그곳은 바로 전쟁터가 된다.
밥 먹으면서 물을 쏟고, 돌아다니고, 소리를 지르고, 반찬을 흘리고.. 난리난리도 그런 난리통이 없다.
아이가 둘이다 보니 식사를 할 때마다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식사를 하기 일 수이고, 솔직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결혼 전에 식당에 가면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그 틈을 타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면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리고 현재의 남편인 그때의 남자 친구와 우리는 결혼을 하면 아이들에게 절대 밥상머리에서 핸드폰을 보여주지 말자고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식당은 우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식사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집에서 처럼 아이가 행동한다면 퍽이나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에 부모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식사하며 나의 대화를 하던 그때가 그립다.
남편과 함께하는 둘만의 식사에서는 두 사람의 하루 에피소드를 공유했고, 어제 본 드라마 이야기, 주말에 가기로 한 카페를 블로그에서 찾아본 이야기 등 나의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이 생기고는 사실 식사자리에서 잘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라기보다는 애들 때문에 정신없는데 얘기까지 나눌 정신적 여유가 없다..
식사시간이 끝나면 배는 부르지만, 정서적 허기는 더해진다.
식탁 밑으로 어지럽게 떨어져 있는 밥풀과 반찬들을 머리 숙여 치우고 있는 날 느낄 때면 나도 사람인지라.. 엄마도 사람인지라..
참 허기가 진다.
정서적 허기.. 인 듯하다.
잠을 충분히 자면 좀 채워질 것 같기도..
혼자 여행을 떠나면 좀 채워질 것 같기도..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 친구들을 만나면 채워질 것도 같은...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지금 바로 내가 원한다고 할 수 없기에.. 항상 허기가 진다.
참새처럼 입을 벌려대는 아이들을 먹이다 보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먹인다는 거..
먹여서 키워내야 한다는 거..
그 책임감이 정말 어떨 땐 어마 무시하게 크다.
이미 아이들을 먹이는 문제로 충분히 스트레스받고 있고 또 내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먹여내고 있으니..
제발 엄마들에게 이렇게 묻지 말길 바란다
" 애들 밥은 먹였어?"
대신 대한민국의 자기 식사시간을 잃어버린 우리 내 육아맘들에겐 이렇게 물어봐주길..
" 너 밥은 제대로 먹었어?"
사실 식사시간에 제대로 밥을 못 먹은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바로 "엄마"다.
내가 제일 가보고싶은 곳은 멋진 레스토랑이 아닌 포장마차..그곳의 분위기, 냄새, 음식, 정..너무나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