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뚜기 Mar 31. 2021

중고로 애 키우는 게 어때서?

아이와 함께하는 효율적 소비

어른들 옛말에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로 어른들이 늙으면 금방 죽어야 된다. "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는 너무나 빠르고, 그 자라는 속도에 맞춰 여러 가지 육아 템을 집에 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사실 난 주변에 아이를 낳은 친구도 없었고 아이 육아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아이용품을 중고로 파는지도 몰랐고, 판다 해도 내 거도 아니고 아이 꺼를...?


좀 꺼려지는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는 속도를 보면서..

 어? 이것 봐라???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쁜 옷을 입히고 싶어 80 사이즈(배넷저고리 바로 다음 단계의 옷) 옷을 여러 개 샀는데 애가 돌도 되기 전에 옷이 다 작아져버렸다.

우리 아이는 상위 5프로의 튼튼, 통통, 묵직의 체구를 두루 갖춘 아이이긴 하였으나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용품, 장난감들도 아이는 길어봤자 두세 달이었다.

1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산 장난감이 고작 두세 달이라니... 근데 애가 장난감을 하나만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아이에게는 여러 가지 자극적인 장난감이 필요했다.

그때 조리원 동기들을 통해 쇼핑의 천국을 알아버렸다.

바로... "맘 카페"였다.

가까운 거리에 사는 사람들끼리 자기 아이에게는 흥미가 없어지거나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은 장난감을 정말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심지어 굉장히 상태가 좋은 물건을 무. 료.로.

나눔을 하시는 엄마들도 계셨다.


대.... 박!!!


신세계였다.

그때부터 맘 카페에서 띵동! 알람이 왔는데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을 판다라는 글이 뜨면 나는 열 일제 쳐두고 댓글을 남겼다.

"저요!"

"불발 줄이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불발이 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예민한 사람인데.. 맘 카페에서 대기 걸어놓은 상태에서 앞사람의 불발은 왜 이렇게 기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모두 다 그랬던 건 아니지만 내가 구입했던 중고제품들은 우리 아이가 그 개월 수에 충분히 가지고 놀 수 있을만한 컨디션의 제품들이었고, 간혹 불 이하나 들어오지 않거나 버튼을 눌러도 노래가 하나 나오지 않는 제품들도 있었지만 솔직히 아이가 그 걸로 인해 속상해한다던가 신경을 쓰는 나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 상관이 없었다.


처음에 남편의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자식이 줄줄이 있어 모든 아이들에게 새것을 해줄 수없어 중고를 구입하는 것도 아니고, 꼴랑 하나 있는 금쪽같은 내 새끼한테 중고라니!


하지만 아이가 자라는 속도를 느끼고 나서는 내가 뭔가 아이에게 해주고 싶다거나 사고 싶다고 하면 본인이 먼저 나에게 제안을 했다


"맘 카페에서 중고 검색해봐~"


새것을 사지 않아 긍정적인 면은 한 가지 더 있었는데 그건 바로 아이가 장난감을 망가트리거나 잃어버려도 no problem~이었다.^^


몇 번 새 제품을 사줬는데 아이가 고장을 내거나 망가트려 버린 일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고... 저게 얼마짜리인데..라고 하며 애먼 아이를 다그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중고제품은 비교적 그런 마음이 덜 들었기 때문에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내 기분이 상하는 일이 현저히 적었다.


주변 사람들 중에 그래도.. 중고를 누가 썼을지도 모르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아기용품을 누가 쓰긴.. 어느 다른 집의 금쪽같은 그 집 아기가 썼겠지..

그게 뭐 어때서??


음식점이나 카페에 있는 아기의자는 서로 가져오려고 하면서 자기 아이를 턱턱 잘도 앉히면서 오히려 다른 집 안에만 있는 아기 의자는 그 집 아이들만 앉았을 테니 훨씬 더 깨끗한 게 아닐까?


아이를 기르면서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한다.

나를 포함한 요즘 엄마들은 라면을 많이 먹는데.. 그 라면의 이름은..

"내 아이를 위해서 라면.."


무리하지 말자.

황새가 뱁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고, 엄마가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아야 건강하게 육아할 수 있다.

아이에게 무조건적으로 중고를 사주자가 아니라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아끼자는 것이다.


아이에게 아껴서 제발 엄마 본인에게 좀 써라.

어차피 애 때문에 서서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면 밥에 물 말아 김치랑 후딱 먹지 말고, 좋아하는 브런치를 배달시켜서 먹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고 육아에 집안일까지 하느라 부정적이고 힘든 기운들로 가득 차 있는 얼굴로 가족들을 대하지 말고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청소도우미를 부르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돈이라는 성질의 것은 들어오면 어딘가로는 나가게 되어있다. 어차피 소비되는 돈이라면 아이는 알지도 못하는 새 의자, 새 장난감, 새 용품 말고 엄마의 것을 사길 바란다.


아이와 함께하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소비 속에서 엄마도 아이도 같이 행복해지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아이에게 직접 만들어줬던 배넷저고리.. 50일도 채 입지 못했다. 그래도 저건 기념으로 간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