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뚜기 Apr 19. 2021

전해지지 않아야 할 나의 유서

엄마가 아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말

평소 내가 활동하는 지역 맘 카페에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경품으로 치킨을 걸고 이벤트를 한다는 공지가 떴다.


이름하여 "자녀에게 손편지 쓰기"


평소 아이에게 손편지를 쓸 일이 있지도 않았고, 치느님의 경품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메모지를 집어 들었다.


무슨 내용을 적을까 생각해 보는데 예전부터 꼭 적어두고 싶은 게 있어, 그걸 적어보기로 했다.

그건 바로 "나의 유서"였다.


 난 나의 직업 특성상, 내 목숨을 바쳐서 라도 사람을 살려내야 하는 일도, 때에 따라서는 사람을 죽여야 하는 일도 모두 내가 맡은 임무이자 해야만 하는 일이다.


업무 중 두 명의 동료를 잃었다.

그중 한 분은 아이가 둘 있었는데, 항상 나와 임무를 갈 때면 지갑 속에 넣고 다니던 가족사진을 보여주시며 자랑하곤 했다.

그때의 그 기억이 너무 생생하여, 아직도 기억 속에서 잊히질 않는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혹시나 내가 나의 아이에게 그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꼭 이글이 아이에게 전해 지기를.. 

그리고 가능하다면.. 맘 카페에서 경품으로 주는 치킨도 나에게 꼭 전해지기를....


사랑하는 나의 아들 ♥♥이 에게


아가..

울지 말아라.

엄마는 지금 너의 곁에 없지만,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 거야

봄에는 산들산들 따스한 봄바람으로 올게.

여름에는 시원한 소나기 비로 올게.

가을에는 붉고 노란 낙엽 잎으로 올게.

겨울에는 새하얀 함박눈으로 올게.

그러니 아가. 울지 말아라


네가 엄마에게, 얼마나 소중한 아이였는지, 얼마나 예쁘고 귀한 존재였는지 너의 곁에서 충분히 말해주고 표현해 주지 못해 미안해.

엄마는 우리 ♥♥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쁘고 행복했어.

엄마의 아들이 되어 줘서 고마워.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슬퍼하고 누군가를 원망하기보다는 엄마가 목숨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그 숭고한 가치와 조국 '대한민국'을 너도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


♥♥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원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멋진 어른으로 자려렴.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이 닳아 없어져도 사랑한다.

멋진 인생! 즐기고 오너라. 

나중에 엄마와 만나자.


21. 4월의 어느 날. 너의 벗 엄마가

손편지는 그 사람의 진심이 느껴진다. 사실 행여 진짜 이 편지를 아이가 받게 될까 두려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