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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뚜기 Jun 26. 2021

이 정도면 돈쭐 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장님 절 뭘 믿고 고가의 캠핑 텐트를 빌려주셨나요..!

한 달 전부터 예약하고 고대하고 고대하던 올해 첫 캠핑이었다.


아침에 눈이 뜨기가 무섭게 짐을 싣고 캠핑장 입실시간에 맞춰 입실을 했다.

바로 텐트를 치는데 캠린이 남편과 나..


우리의 텐트가 도대체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도 모르겠고, 크기는 왜 이렇게 큰지..


무슨 폴대를 어디다 연결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다 남편이 힘을 줘서 폴대를 욱여넣다가 갑자기


뚝!! 소리가 나더니 메인 폴대가 부러졌다.


급하게 청테이프로 붙이고 연결을 해보려고 했지만 불가능..

텐트로만 낑낑대느라 두 시간이 훨씬 지났다.

캠핑을 포기할 위기에 놓였다.


날씨는 더워 애들은 벌겋게 익어가고, 나와 남편은 비 오듯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서로 감정이 상할 때로 상했다.


그러다 폴대가 부러졌을 때 응급키트가 있다고 캠장님께서 알려주셔서 급하게 네이버에 나오는 주변 캠핑 샵에 모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한 5군데쯤 전화를 돌리고, 다 없다는 소리를 듣고 이번 캠핑은 불가능하다.. 짐 싸자.. 하려는 순간

내가 마지막 전화를 건 곳의 사장님께서 수화기 너머로 말씀하셨다.


"사장님 저희가 지금 주변 캠핑장에 왔는데 메인 폴대가 부러져서요.. 혹시 리페어 폴 파나요?"


"아니요 리페어 폴은 없습니다."


"아.. 알겠.."


"제 거 텐트 폴대 빌려드릴까요?"


"네??? 정말요?"


그렇게 한걸음에 달려간 캠핑 샵이라는 곳.

도착을 해보니. 그곳은 캠핑용품샵이 아닌 커피를 파는 캠핑 콘셉트 카페였다.

카페 사장님께서 전화를 받고 선뜻 자신의 것을 빌려주겠다고 한 것.

도착을 해보니 직원분께서 사장님이 집에 가서 폴대를 가지고 오신다고 했다고 하며 잠시 앉아계시라고 했다.


정말 잘 정돈된 카페에서 5분 정도 흘렀을까 젊은 사장님이 오셨다.

안타깝게도 젊은 사장님이 가져온 폴대는 우리 텐트와는 맞지 않았다.


아.. ㅜㅜ 우리 때문에 일부러 집에까지 갔다 오셨는데 너무 죄송하고 감사한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아.. 이거 진짜 어떡하지ㅜ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사장님께서..


"저희 집이 이 근처인데 저를 따라오시겠어요?

제가 제 텐트 빌려드릴게요."


엥??? 텐트 대여 업체도 아니었고, 텐트 판매점도 아니었고... 단지 커피를 파는 카페 사장님께서 갑자기 우리에게 텐트를??


하지만 찬물 더운물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5분 남짓 달려 도착한 젊은 사장님 댁에서 젊은 사장님은

흔쾌히 우리에게 본인의 텐트를 내어주셨다.

 

우리에게 이름도, 전화번호도 묻지 않으셨다.


텐트를 받아 들고 연신 감사하다 인사를 하면서도 이래도 되는 건가?

우릴 뭘 믿고??

싶었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흘러넘치는 요즘

보기 드문 경험이었다.

티브이나 인터넷 속 미담사례들을 보며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야..?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우리 사회는 아직 따뜻했다.


귀인이었다!

귀인이 뭔가 했는데... 이 젊은 사장님이 나에게는 귀인이었다.


도움이 정말로 필요한 사람에게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시기적절하게 도와줄 수 있는 것.


도움을 받아보니.. 도움은

그냥 고마운 게 아니고, 돕는다는 것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비록 나는 단지, 캠핑에서 텐트 빌리기였으나  사람의 생과 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도움이라면..

사를 생으로 돌릴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너무 앞만 보고, 나만 보고 달려온 내가 참 부끄러워졌다.


젊은 사장님 덕분에 우리 가족은 밤새도록 내린 비에도 텐트 안에서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텐트를 다시 가져다 드릴 때 무엇으로 감사인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곳에 있는 메뉴를 하나씩 다 시켜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제발 그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장님!

돈쭐 나세요!!!!!

포천시에 위치한 어거스트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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