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하다 지친 견주의 절규
강아지 요양원이라고? 강아지한테 무슨 요양원이 필요해? 참 돈이 썩어나나 보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된 일본의 강아지 요양원에 대한 나의 첫 반응이었다. 그곳에서는 살 날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은 강아지들에게 간병 서비스를 제공했다.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가벼운 산책도 시키고 벽에 붙여놓은 주인과 함께한 사진을 보며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아니 저게 뭐야 애 불쌍하지도 않나. 그냥 집에서 데리고 있다가 때가 되면 보내면 되지. 말이 좋아 요양원이지 그냥 유기한 거잖아.
나도 오랫동안 강아지를 키우다 보낸 경험이 몇 번 있다. 결혼 전 가족과 같이 살던 때였다. 전업주부인 엄마는 집에 계시는 시간이 많았고 엄마가 집을 비우더라도 가족 중 누군가는 집에 있어 강아지가 오롯이 혼자 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게다가 투병 기간도 짧아 강아지 보내는 일이 그렇게 체력적으로 힘든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개인의 짧은 경험으로 세상 일을 재단하면 안 되나 보다. 그래도 그렇지. 오만했던 나에게 이런 식으로 복수할 줄이야. 나는 지금 심장병 및 여러 질병이 있는 15살 노견을 돌보고 있다. 작년에 퇴원할 때 예후를 일 년 반 정도로 받았고 집에서 남편과 내가 뼈를 갈아 돌보고 있다.
한국에서 보통 아픈 노견 케어는 집에서 할 것이다. 집에다가 요양원 또는 호스피스 병동을 차리는 것과 비슷하다. 거동이 불편하니 울타리를 치고 편한 동선을 확보해 준다. 기저귀 수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대변 수발은 따로 해야 하고 물, 식사 수발도 하게 된다. 노견에게는 심장과 폐 질병이 흔하니 산소방을 대여하기도 한다. 특히 치매견 같은 경우 구석에 얼굴이 끼여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우는 경우가 많으니 예의주시해야 한다.
우리 집 같은 경우에는 낮에 내가 돌보고 남편이 퇴근 후 쉬프트를 담당한다. 코로나 이후로 재택근무가 어느 정도 일상화되었을 때 아이가 아픈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 어쩌면 너무 다행이다. 아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거실 한켠 볕이 잘 드는 곳에 병실을 만들어주었다. 기본적으로 기저귀와 밥수발을 든다. 밥을 잘 안 먹으려 하니 사료를 강제 급여한다. 처음에는 안 먹겠다 발버둥 치는 애를 잡고 사료먹이는 일이 고역이었는데 익숙해지니 할만하다. 숨이 거칠지는 않은지, 빠르진 않은지도 계속 체크해야 한다. 수시로 병원에 방문해 온갖 검사를 받고 상태에 따른 약을 처방받아 제시간에 먹일 수 있도록 신경 쓴다. 와. 돈 많이 든다. 하지만 더 힘든 것은 아이의 정서 불안이다. 어렸을 때도 분리불안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부부 둘 다 출근하고 낮에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한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몸이 아파서 그런지 짜증과 불안도 심해져 찡찡, 하울링이 심해졌다. 마치 사람으로 치면 대성통곡을 한달까. 작년 심장병 진단을 받은 이후로 애만 놔두고 한 시간 넘게 외출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남편이 휴가를 쓰면 내가 그날 급한 볼일을 본다. 그냥 개인 시간이 아예 없어졌다. 일은 아주 최소한으로. 그래 그건 아무것도 아니지.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무너진다. 더 힘든 것은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니 아이 발병 이후 중간에 깨지 않고 잠을 푹 자본 기억이 손에 꼽는다. 아이고 간병하다 내가 쓰러지겠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물론이고 그 울음소리에 노이로제가 올 정도이다. 하아. 사람이 아프면 요양원과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그나마 일상을 이어가는데 그 가족이 강아지면 예외이다. 물론 정말 아주 급한 상황에 일반 동물 병원에 맡긴 적도 있다. 하지만 병원은 아픈 애들 치료가 우선인 곳이다. 응급 환자견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우리 아이는 좁은 큐브에 방치된 채 있을 수 있어 아주 급한 상황 아니면 이용하기가 꺼려진다. 아이가 가뜩이나 불안 수준이 높은데 간병 경험이 없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도 힘들다. 그나마 아이가 편하게 대하는 다른 가족들조차도 멀리 떨어져 살아 간병은 오롯이 부부 몫이다.
앞서 반려견 요양원을 언급했던 일본의 상황은 어떠할까?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의 저자 김용철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강아지도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현상을 겪는다고 한다. 강아지가 고령의 주인과 오랫동안 같이 살다 보니 어린 강아지의 입양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주인이 노인이니 당연히 노견 간병도 쉽지 않다. 노견 간병도 사람 간병 못지않게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요 때문에 노견 관련 서비스가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반려견요양원은 24시간 간병과 수발을 제공한다. 주인은 면회가 자유롭고 인터넷으로 반려견이 생활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제휴 동물병원 원장이 왕진을 와 건강을 체크하기도 한다. 입소형태는 6개월에서 1년까지의 장기 입소와 사망 때까지의 종신입소 등 다양하다. 하지만 역시 돈이 문제다. 시설 퀄리티에 따라 다르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시설 입소 이외에도 방문간병서비스가 있다. 서비스 이용 시 상황을 온라인으로 실시간제공하고 24시간 대응이 가능한 전용구급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주인과 반려견이 함께 늙어가는 노노간병의 초고령사회 일본에게서 노견 돌봄의 시사점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려동물이 그저 가축에 불과한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꼴값이고 돈지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냥 대충 데리고 있다가 뒷산에 묻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들에게 반려견이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받으려는 것이 아니다. 어휴 힘들어도 어쩌겠어. 내가 입양한 자식이니 꿋꿋하게 잘 버텨야지 라는 생각으로 간병을 일여 년간 이어왔다. 잘 버티다가도 애 상태가 악화돼서 고비가 몇 번왔을 때 세상 떠나갈 듯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마치 내 세상이 한꺼번에 훅 무너져 내리는 느낌과 같았다. 물론 내 감당이고 우리 부부가 감당할 일이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도움을 받고 싶다.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가뜩이나 병원비와 약값으로 어마무시 큰돈이 나가는데 간병비라도 합리적인 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