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걱정

주간 에세이

by 동네시인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 기형도 <엄마 걱정> 중에서.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91 -




내 어린 시절에도 숙제를 하며 엄마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해는 저물었는데 엄마는 오지 않고 창틈으로 들리는 빗소리마저도 서늘하던 홀로 남겨진 집. 그 두렵고 무서웠던 시간이 소년에게는 얼마나 큰 슬픔이었는지 잘 알고 있다.



기형도 시인은 ‘열무 삼십단을 이고 시장에 간 엄마는 해가 시든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고 빈방에 홀로 남아 훌쩍거리던, 지금 생각해도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유년의 윗목’ 이라고 회상하며 엄마 걱정하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다.




나에게도 비슷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숙제하기 싫어하는 나를 달래다가 지쳐서 마실 나가 날이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콩당콩당 두려운 마음으로 눈물짓다가 밥상 위에 엎드려 잠이 들었던 기억. 아마도 처음으로 엄마 걱정을 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엄마 걱정을 하며 살고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평생을 자식 걱정으로 사는 엄마와 어린 시절보다 더 엄마 걱정에 인색한 부끄러운 어른에 대해. 참 불공평한 사랑에 대해.



올해도 어김없이 오월이 되고, 가정의 달과 어버이날이 찾아왔다. 올해 어버이날은 어떤 모습으로 엄마 걱정을 하고 있을까? 올해도 역시 부끄러운 혹은 죄스러운, 안타까운 마음일까?


어린 시절 오월은 늘 푸르렀고, 청춘의 오월은 너무 아픈 거리였고, 어른으로 살아가는 오월은 늘 부끄러운 오월이다. 어떤 오월이든 언제나 내 편이었던 한 여인을 생각한다. 그 여인을 위해 늦었지만 늘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는 언제나 그녀 편인 사람이 되고 싶다. 평생을 아픔으로 살았던 한 여인에게 존재만으로도 치유의 처방전이었을 어떤 못난 아들이 진심을 담아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이미 늦었지만.





<답 시>



먹먹해진 시간 속으로

강물이 흐르고

이제 흐릿하게 아침이 오면

당신 없는 세상에서

한 방울 눈물이 될 그리움도

못내 흘려 보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미 늦었지만


- 자작시 <사모곡> 중에서.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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