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요리하는 시간
회사를 다닐 때는 퇴근해 집에 오면 녹초가 됐다.
배가 너무 고파서 무언갈 조리할 힘조차 없을 때가 많았다. 겨우 손가락을 들어 버튼 몇 개를 누르고 문 앞에 나를 위한 음식이 준비되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식사하는 방법이었다. 건강과 통장에 좋은 방식이 아님은 알고 있지만, 그저 귀찮다고 느꼈다.
백수인 지금은 시간이 많다.
차려 먹는 습관을 들이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대단한 요리를 하기보다는 꾸준히 해 먹을 수 있을 것들을 직접 차려 먹어보기로 했다. 간단한 토스트나 요거트볼이라도 사 먹기보다는 직접 만들어 먹고, 별다른 레시피가 필요 없는 양배추구이와 유부초밥 같은 것이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하는 것에 의의를 뒀다.
어떤 것들은 그냥 '볶아먹기'를 하려고 했던 것일 뿐인데, 꼼꼼히 재료를 씻고 썰어내는 과정이 필요해서 은근한 정성이 들어갔다. 이런저런 재료들을 적당한 양으로 담아 두고 하나의 재료가 어느 정도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들어갔다. 간단한 것을 한다고 생각했어도 요리 끝에는 설거지거리가 꽤나 생겼다. 분명히 귀찮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앞으로 더 자주 이런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또 겪어야겠다고 느낀다.
예상했던 장점들이 있었다. 먹을 만큼의 양을 만들어서 음식물이 남지 않는다. 자극적이지 않은 재료들로 속 편한 식사를 한다. 내 접시에 담아 먹어 플라스틱 쓰레기를 많이 만들지 않는다. 돈도 아낄 수 있다.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재료를 씻고 자르고 섞고 볶는 과정에서 '나'를 생각한다. 내가 안심이 될 정도로 씻고, 내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내 입맛에 맞는 맛을 위해 섞고 볶는다. 단지 끼니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시간인 것이다.
물론 어떤 날은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나를 위하는 한 가지 방법을 알고 있으니 이전보다는 더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