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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Dec 19. 2022

싯다르타 1장 바라문의 아들

아버지와 아들 그 거리는, 자식에 대한 무소유적 태도

1부 1장 바라문의 아들


  바라문의 아들인 싯다르타는 모두에게 사랑받았다. 부모는 그를 자랑스러워하고 그의 옆에는 싯다르타의 모든 것을 따르고 사랑하는 친구 고빈다가 있다. 그러나 모두에게 훌륭하다 사랑받는 싯다르타는 정작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그의 내면에서는 불만이 자란다. 싯다르타가 보기에는 아무리 최고의 지혜를 배우고 많은 걸 알게 되어도, 그 훌륭한 자신의 아버지조차 날마다 죄업을 씻어내고 정화 시키려 애쓴다. 어떤 누구도 천상의 지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인가 의문을 가지던 중 싯다르타는 어느 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지나는 사문(떠돌이 탁발승)들을 보게 된다. 그들에게 자신의 목마름이던 자기 초탈의 향기를 느끼고 사문이 되기로 마음 먹는다. 그는 허락을 받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간다.


  사문이 되겠다고 허락을 받으러 온 싯다르타와 그를 보는 아버지. 밤새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아들을 보는 아버지는 분노를 느끼다 그 마음은 불안, 두려움, 고뇌로 변한다. 싯다르타는 떠남을 허락을 받기 위해 그대로 선 채로 밤을 지새우고 아버지는 내내 그를 지켜본다. 동트기 전 마지막 시간 아버지는 방안에 자신의 아들이 아닌 ‘키가 커 보이고 마치 낯선 사람처럼 보이는 젊은이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버지의 눈에 낯선 사람처럼 변해 버린 싯다르타는 이미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자신을 떠나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예전 어느 상담 심리학 수업시간에 자식을 무소유적 태도로 대해야 한다고 들었던 그때는 뜻모르던 말이 가슴에 남아 있었다. 아이는 탯줄이 끊어지는 순간 나와 다른 개체이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다 보면 바람이 불면 넘어질까 더운 날에 그을릴까 걱정의 연속이다. 갈수록 세상이 험해지니 아이를 보는 내 마음의 걱정은 더해지고 언제나 안전하게 내 품에 두고 싶다. 그런데 무소유라니. 더하여 내가 하고 싶은 것도 포기하며 키우는 자식을 속박하지 않는 일은 말이 쉽지, 그것을 안다고 해도 실천으로 옮기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 첫째는 이제 곧 10살이다. 어설픈 10대로 들어서게 된다. 한 번씩 나의 잔소리에 상처받은 아이의 눈빛,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 혼자의 시간을 갖는 것을 보면 나도 서서히 내 품을 떠나 낯선 소녀가 되어갈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싯다르타의 아버지는 아들을 떠나보내며 숲에 들어가 열락을 얻거든 와서 나에게 열락을 가르쳐 주고, 환멸을 느끼면 다시 돌아오라고 말한다. (24p) 언젠가는 떠나 보내야 하지만 자식이 가야 할 길을 구속하지 않고 응원하지만 힘들고 지칠 때 언제든 돌아올 곳은 내 품일 것이다.               



「싯다르타야, 넌 지치게 될 것이다.」

「저는 지치게 될 것입니다.」

「싯다르타야, 넌 잠이 들게 될 것이다.」 

「저는 잠들지 않을 것입니다.」

「싯다르타야, 넌 죽게 될 것이다.」

「저는 죽게 될 것입니다.」

「싯다르타는 항상 아버님의 말씀을 따라왔습니다.」

「그러면 너의 계획을 포기하겠다는 거냐?」

「싯다르타는 아버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행하게 될 것입니다.」                     p23~24


  싯다르타가 떠나기를 허락하기 전 아버지와 싯다르타가 나눈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 먼저 인생의 길을 간 아버지는 앞으로 싯다르타가 무엇을 겪을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을 알고도 아들을 떠나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싯다르타 역시 아무리 청춘이 들끓는다 해도 안락한 집을 떠남에 있어 왜 두려움이 없었을까. 밤새 서 있어 휘청거리는 다리가 그의 마음과 같아 보였다. 두려움 속에서도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싯다르타가 있기에 고행으로 가득 찬 우리의 삶도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뻣뻣한 다리의 느릿한 걸음으로 새벽의 도시를 떠나려는 싯다르타 앞에 그의 길을 함께하려는 친구 고빈다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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