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해슬 May 10. 2022

청개구리 엄마 (3)

원작 : 옛이야기 <청개구리>

날이 좋은 어느 날 엄마 개구리는 아들 개구리들을 데리고 산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아빠 개구리는 여전히 일하느라 바빴고요.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하니 엄마 개구리는 아이들을 위해 큰맘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 이리저리 찾아보고 떠났지만,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가려니 엄마 개구리의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었어요.

"얘들아, 이곳이 전망도 좋고 너희들이 놀기도 좋지만, 저~~ 쪽으로 가면 어린 개구리들에게 위험한 늪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지 마렴. 알겠지?"

아들 개구리들은 "네~" 하고 대답했지만, 집이 아닌 다른 장소를 오니 신이 나서 이리 폴짝, 저리 폴짝 뛰어다녔지요. 엄마 개구리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아이들을 위한 좋은 선택이었다고 애써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어요.



​​​

그때였어요.


"엄마, 나 배가 아파요. 응가가 마려워요."

작은 개구리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을 했어요.

"뭐라고?? 왜 그걸 이제야 말해! 배 조금 아플 때, 급하지 않을 때 미리 말하라고 했잖아!"


엄마 개구리는 머리가 아파오는 듯했어요. 왜냐하면 개구리 가족이 있는 이곳에는 눈에 보이는 화장실이 없었거든요. 가까운 곳으로 가려고 해도 생각보다 꽤 가야 했어요. 엄마 개구리는 고민했어요.

'이 아이들을 다 데리고 가다가는 둘째가 큰 실수를 하게 될 것 같은데 어떡하지? 길에서 아무 데나 볼일 보는 건 정말 싫단 말이야. 생각만 해도 소름 끼쳐. 그런 건 내가 절대 용납 못 해! 작은 개구리를 엎고 열심히 뛰어서 갔다 오면 되지 않을까? 큰애랑 저 철없는 막내는 어쩌지?'




엄마 개구리는 계속 머리를 굴렸어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시뮬레이션을 돌렸지요. 그리고 결정을 내렸어요

"얘들아, 작은 개구리가 배가 아프대. 엄마가 얼른 같이 화장실에 다녀올 테니까, 큰형이는 막내 청개구리랑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으렴."


"엄마.. 저 무서워요.. 같이 가면 안 돼요?"


큰형 개구리는 세 아이들 중에 겁이 많았어요.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보다 어린 자신이 혼자 있어야 하는 두려움이 더 커서 견디기 힘들 것 같았어요. 하지만 엄마 개구리는 단호했어요.

"안 돼. 엄마가 둘째 엎고 너랑 막내까지 데리고 가면 빨리 뛰어갈 수가 없잖니. 네가 막내를 데리고 여기에 있어야 엄마가 얼른 뛰어갔다 오지. 동생 있는데 왜 자꾸 무섭다고 그래? 어디 가지 말고 동생 손 꼭 붙잡고 있어. 알았지? 용감하게 잘 버텨봐. 할 수 있어!"


엄마 개구리의 말에 큰형 개구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어요. 엄마 개구리는 큰형 개구리의 두려움을 알고 있었지만, 작은 개구리가 할 실수가 더 신경이 쓰여서 큰형 개구리의 감정을 모른 척했어요.




"엄마가 얼른 다녀올게. 여기서 꼭 기다려야 해. 막내 청개구리야, 형아랑 꼭 같이 있어!"

엄마 개구리가 작은 개구리를 엎고 뛰어가기 시작했어요.


"엄마~~"

큰형 개구리가 무서워서 엄마 개구리를 향해 큰 목소리로 불렀지만 엄마 개구리는 빠르게 뛰어갔어요. 큰형 개구리는 서운하고 이 상황이 무서워서 그 자리에 앉아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지요. 막내 청개구리는 영문을 모른 채 조용히 큰형 개구리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큰형 개구리는 조금 울고 나니까 기분이 아까보다 나아졌어요.

그런데 자신의 곁에 있어야 할 막내 청개구리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막내야~ 막내야, 어딨어?"

큰형 개구리가 막내를 불렀을 때 멀리서 "형아~ 큰형아~~" 희미하게 막내 청개구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어요.


주변을 휘휘 둘러보니 막내 청개구리가 저~~~ 쪽으로 난 길로 가고 있었어요. 거기에 늪이 있으니 가지 말라고 했던 엄마 개구리의 말을 분명히 들었는데 말이지요.


"막내야! 거기에 가면 안 돼. 빨리 여기로 돌아와!" 큰형 개구리는 발을 동동 구르며 큰 소리로 외쳤어요. 막내 청개구리는 큰형 개구리를 돌아보며 히히~ 웃는 표정을 짓는 것 같았어요.


​​

'어떻게 하지? 엄마는 여기에서 꼭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는데. 막내를 여기로 데리러 움직여도 될까? 엄마가 알게 되어서 혼나면 어쩌지?'


큰형 개구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알 수가 없었어요. 막내 청개구리가 저 멀리 혼자 가버린 일도 처음이었고, 엄마 개구리가 곁에 없는 것도 처음이었거든요.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일을 당한 큰형 개구리는 혼란스러웠어요.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였어요.​

"난 쩌~~ 기에 가서 놀 거야. 심심하단 말이야."

막내 청개구리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시 몸을 돌려 늪 쪽을 향해 뛰어갔어요.


큰형 개구리는 그 순간 엄마가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은 잊고 동생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안 된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안 돼! 거기로 가면 안 돼! 여기로 와야 해!"



큰형 개구리는 막내 청개구리를 잡으려고 같은 방향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어요. 막내 청개구리는 잘 뛴다고 해도 아직 다리가 짧은 작은 아이였기에, 큰형 개구리가  열심히 뛰어가자 점점 거리가 좁혀졌어요.


"막내야! 그렇게 뛰어가면 안 된다고 엄마가 말했잖아."

막내 청개구리를 드디어 잡은 큰형 개구리는 크게 호흡하면서 말을 했어요.

"큰형아~ 여기 재밌어. 신기한 것도 많아. 나랑 같이 놀자~"

큰형 개구리가 다시 돌아가자고 말해도 막내 청개구리는 이리저리 둘러보고 노는 데에 정신이 빠져 큰형 개구리의 화난 목소리도 아무렇지 않아 했어요. 그저 신나게 이리 폴짝거리고 저리 폴짝거리면서 주변을 구경했어요.

"엄마가 그 자리에서 꼼짝 말고 있으라고 했단 말이야."

큰형 개구리는 엄마 개구리가 돌아와서 자리에 없는 걸 알고 둘을 혼낼까 봐 걱정이 되었어요.  그렇지만 막내 청개구리는 이것저것 만지고 건들면서 노느라 큰형도 뿌리치며 막 돌아다녔어요.



"어, 형아.. 나 이상해.. 다리가 안 빠져. 자꾸 들어가.."

신나게 노는 줄 알았던 막내 청개구리의 목소리가 떨려왔어요. 큰형 개구리는 그제야 이곳이 엄마가 말하던 무서운 곳, 늪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어떡하지? 빨리 나와~~"

큰형 개구리가 잡아당겼지만 막내 청개구리는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아직 큰형 개구리도 어린아이였으니까요.

"나 무서워.."

막내 청개구리가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청개구리 엄마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