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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해슬 Jul 07. 2022

청개구리 엄마 (4)

원작 : 옛이야기 <청개구리>

청개구리 엄마 (1) (brunch.co.kr)


청개구리 엄마 (2) (brunch.co.kr)


청개구리 엄마 (3) (brunch.co.kr)



늪에 빠진 막내의 발을 빼려고 큰형 개구리는 애썼지만 낑낑대는 몸짓과는 달리 막내의 발은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막내 청개구리가 무섭다고 우는 소리에 큰형 개구리도 그만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어요. 


"엉엉엉, 엄마~~ 도와주세요.. "

두 개구리는 눈물을 흘리며 두려움에 떨고만 있었어요. 그 때 작은 개구리를 업은 엄마 개구리가 헐레벌떡 뛰며 근처에 나타났어요.


"큰애야, 저리 비켜! 작은 애도 형아랑 같이 저 멀리 떨어져! 얼른!"

엄마 개구리의 비명같은 외침에 아이들은 모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 개구리를 쳐다봤어요.


"아.. 얘들아, 엄마가 화낸 거 아니야. 소리질러서 미안. 너희까지 위험해질까봐 그랬어. 미안해. 이거 화낸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저 쪽에 있어줘. 알았지. 제발 얘들아."

엄마 개구리가 목소리를 조금 낮추며 좀더 부드럽게 말했어요. 두 아이들이 멀리 떨어져서 꼼짝하지 않고 엄마 개구리를 바라봤어요. 엄마 개구리는 조심조심하며 막내 청개구리를 잡았어요.


"아가야, 엄마가 꺼내줄테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지?"

목이 쉴 정도로 울었던 막내 청개구리는 눈물만 흘리며 엄마 개구리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어요. 엄마 개구리를 있는 힘껏 막내를 끌어올리며 좀더 안전한 곳을 향해 뛰어올랐어요. 막내를 품에 안은 채 엄마 개구리는 바닥에 떨어졌고 그 곁으로 큰형과 작은 개구리가 얼른 뛰어왔어요.


"엄마!!"

세 아이가 동시에 엄마 개구리를 불렀어요, 

"엄마 괘,괜찮.. 아악!"

괜찮다고 말하며 일어서려던 엄마 개구리는 허리 통증을 느끼며 다시 바닥에 누울 수 밖에 없었어요. 

"막내야, 넌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엄마 개구리는 통증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며 막내를 향해 고개를 돌렸어요. 끄덕거리는 아이를 보며 표정을 풀고 살짝 웃었지만 몸을 다시 움직이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엄마 개구리는 차라리 자신이 아픈 게 더 낫다고 생각했요. 만약 막내가 위험한 일에 빠졌거나 크게 다쳤더라면 그게 더 견디기 힘들었을테니까요.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라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어휴.. 집에는 어떻게 가야하지? 시간이 좀 지나면 통증이 줄어드려나?'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화가 치밀어올랐어요. 

'아니, 그새를 못 참고 사고를 치네. 이것들이 얌전히 좀 놀고 있으라니까 위험한 데까지 기어이 찾아가서는. 아이고야.'

아이들이 어른처럼 차분히 있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상황이 이렇게 되니 괜히 더 부아가 났어요. 아이들에게 화를 내면 안 되는데 견디기 힘들어졌어요. 이 감정을 쏟아내고 싶어졌어요.


"엄마가 분명히 여기 위험하다고 오지 말라고 했지! 왜 엄마 말을 안 듣는거야? 누가 여기 오라고 했어? 어! 누가 먼저 온거야!"

마음을 다스려야지 하면서도 엄마 개구리는 그만 소리치고 말았어요.

"도대체 너희 왜 그러니? 엄마가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새를 못 참고! 엄마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거야?"

엄마 개구리는 그만 멈춰야한다고 하면서도 아이들을 향해 뾰족한 말들이 새어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어요. 꼭 마음 속 누군가가 자꾸만 아이들을 할퀴라고 부추기는 것 같았어요.


엄마 개구리가 화내며 소리지르는 걸 보고 큰형 개구리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고개만 숙였고, 막내 청개구리는 무서워져서 다시 울기 시작했어요. 작은 개구리도 엄마 개구리 눈치만 살피면서 조용히 떨고 있을 뿐이었어요.


세 아이들의 겁먹은 표정과 눈물을 보면서 엄마 개구리는 그제야 흥분이 가라앉았어요.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또 화를 내고 말았어..'

"얘들아,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엄마가 놀라서 그랬어. 그래도 화내면 안 되는데 미안해. 너희 미워서 그런 거 아니야. 화낸 건 엄마도 미안. 서로 잘못했으니까 사과하자."


"죄송해요. 훌쩍.." 막내 청개구리가 잘못했다고 쭈뼛거리며 말을 했어요. 엄마 개구리가 다시 화를 낼까봐 다가오지도 못한 채 말이에요. 

"죄송해요.." 큰형 개구리는 조금 억울했지만 엄마 개구리가 사과하라니까 곧바로 사과를 했어요.


엄마 개구리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어요.

"엄마도 화내서 미안해. 서로 조심하자."

엄마 개구리는 다행히 아픈 게 좀 가셔서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큰형 개구리와 막내 청개구리의 말을 다 듣고서 큰형 개구리에게 더 미안해졌어요.

'엄마가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을까? 힘들어도 다 같이 데리고 화장실로 갔어야 했을까? 우리 큰애만 더 상처받았겠네.'


엄마 개구리는 큰형 개구리를 꼭 안아줬어요.

"엄마가 작은 개구리랑 화장실에 훌쩍 가버려서 무서웠었구나. 게다가 막내 청개구리가 위험한 곳에 혼자 가버려서 어쩔 수 없이 거기로 따라 간건데, 엄마가 화내서 억울했겠다. 엄마가 네 맘을 몰라줘서 미안해. 항상 널 사랑하는데 자꾸만 우리 아들 속상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큰형 개구리는 엄마 개구리를 꼭 껴안으면서 말했어요.

"나 진짜 무서웠어요. 엄마. 나도 엄마 사랑해요." 


오늘은 다들 일이 많아서 피곤했어요. 그래서 평소보다 일찍 잠들기 위해 누웠지요. 큰형 개구리는 잠들면서 생각했어요. 

'엄마가 화내는 건 정말 무섭지만, 엄마가 그래도 사과했으니까.'

큰형 개구리는 서운했던 마음을 풀고 눈을 감으며 스르륵 잠이 들었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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