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옛이야기 <청개구리>
늪에 빠진 막내의 발을 빼려고 큰형 개구리는 애썼지만 낑낑대는 몸짓과는 달리 막내의 발은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막내 청개구리가 무섭다고 우는 소리에 큰형 개구리도 그만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어요.
"엉엉엉, 엄마~~ 도와주세요.. "
두 개구리는 눈물을 흘리며 두려움에 떨고만 있었어요. 그 때 작은 개구리를 업은 엄마 개구리가 헐레벌떡 뛰며 근처에 나타났어요.
"큰애야, 저리 비켜! 작은 애도 형아랑 같이 저 멀리 떨어져! 얼른!"
엄마 개구리의 비명같은 외침에 아이들은 모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 개구리를 쳐다봤어요.
"아.. 얘들아, 엄마가 화낸 거 아니야. 소리질러서 미안. 너희까지 위험해질까봐 그랬어. 미안해. 이거 화낸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저 쪽에 있어줘. 알았지. 제발 얘들아."
엄마 개구리가 목소리를 조금 낮추며 좀더 부드럽게 말했어요. 두 아이들이 멀리 떨어져서 꼼짝하지 않고 엄마 개구리를 바라봤어요. 엄마 개구리는 조심조심하며 막내 청개구리를 잡았어요.
"아가야, 엄마가 꺼내줄테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지?"
목이 쉴 정도로 울었던 막내 청개구리는 눈물만 흘리며 엄마 개구리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어요. 엄마 개구리를 있는 힘껏 막내를 끌어올리며 좀더 안전한 곳을 향해 뛰어올랐어요. 막내를 품에 안은 채 엄마 개구리는 바닥에 떨어졌고 그 곁으로 큰형과 작은 개구리가 얼른 뛰어왔어요.
"엄마!!"
세 아이가 동시에 엄마 개구리를 불렀어요,
"엄마 괘,괜찮.. 아악!"
괜찮다고 말하며 일어서려던 엄마 개구리는 허리 통증을 느끼며 다시 바닥에 누울 수 밖에 없었어요.
"막내야, 넌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엄마 개구리는 통증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며 막내를 향해 고개를 돌렸어요. 끄덕거리는 아이를 보며 표정을 풀고 살짝 웃었지만 몸을 다시 움직이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엄마 개구리는 차라리 자신이 아픈 게 더 낫다고 생각했요. 만약 막내가 위험한 일에 빠졌거나 크게 다쳤더라면 그게 더 견디기 힘들었을테니까요.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라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어휴.. 집에는 어떻게 가야하지? 시간이 좀 지나면 통증이 줄어드려나?'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화가 치밀어올랐어요.
'아니, 그새를 못 참고 사고를 치네. 이것들이 얌전히 좀 놀고 있으라니까 위험한 데까지 기어이 찾아가서는. 아이고야.'
아이들이 어른처럼 차분히 있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상황이 이렇게 되니 괜히 더 부아가 났어요. 아이들에게 화를 내면 안 되는데 견디기 힘들어졌어요. 이 감정을 쏟아내고 싶어졌어요.
"엄마가 분명히 여기 위험하다고 오지 말라고 했지! 왜 엄마 말을 안 듣는거야? 누가 여기 오라고 했어? 어! 누가 먼저 온거야!"
마음을 다스려야지 하면서도 엄마 개구리는 그만 소리치고 말았어요.
"도대체 너희 왜 그러니? 엄마가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새를 못 참고! 엄마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거야?"
엄마 개구리는 그만 멈춰야한다고 하면서도 아이들을 향해 뾰족한 말들이 새어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어요. 꼭 마음 속 누군가가 자꾸만 아이들을 할퀴라고 부추기는 것 같았어요.
엄마 개구리가 화내며 소리지르는 걸 보고 큰형 개구리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고개만 숙였고, 막내 청개구리는 무서워져서 다시 울기 시작했어요. 작은 개구리도 엄마 개구리 눈치만 살피면서 조용히 떨고 있을 뿐이었어요.
세 아이들의 겁먹은 표정과 눈물을 보면서 엄마 개구리는 그제야 흥분이 가라앉았어요.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또 화를 내고 말았어..'
"얘들아,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엄마가 놀라서 그랬어. 그래도 화내면 안 되는데 미안해. 너희 미워서 그런 거 아니야. 화낸 건 엄마도 미안. 서로 잘못했으니까 사과하자."
"죄송해요. 훌쩍.." 막내 청개구리가 잘못했다고 쭈뼛거리며 말을 했어요. 엄마 개구리가 다시 화를 낼까봐 다가오지도 못한 채 말이에요.
"죄송해요.." 큰형 개구리는 조금 억울했지만 엄마 개구리가 사과하라니까 곧바로 사과를 했어요.
엄마 개구리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어요.
"엄마도 화내서 미안해. 서로 조심하자."
엄마 개구리는 다행히 아픈 게 좀 가셔서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큰형 개구리와 막내 청개구리의 말을 다 듣고서 큰형 개구리에게 더 미안해졌어요.
'엄마가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을까? 힘들어도 다 같이 데리고 화장실로 갔어야 했을까? 우리 큰애만 더 상처받았겠네.'
엄마 개구리는 큰형 개구리를 꼭 안아줬어요.
"엄마가 작은 개구리랑 화장실에 훌쩍 가버려서 무서웠었구나. 게다가 막내 청개구리가 위험한 곳에 혼자 가버려서 어쩔 수 없이 거기로 따라 간건데, 엄마가 화내서 억울했겠다. 엄마가 네 맘을 몰라줘서 미안해. 항상 널 사랑하는데 자꾸만 우리 아들 속상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큰형 개구리는 엄마 개구리를 꼭 껴안으면서 말했어요.
"나 진짜 무서웠어요. 엄마. 나도 엄마 사랑해요."
오늘은 다들 일이 많아서 피곤했어요. 그래서 평소보다 일찍 잠들기 위해 누웠지요. 큰형 개구리는 잠들면서 생각했어요.
'엄마가 화내는 건 정말 무섭지만, 엄마가 그래도 사과했으니까.'
큰형 개구리는 서운했던 마음을 풀고 눈을 감으며 스르륵 잠이 들었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