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향 Oct 07. 2022

열 줄의 마음읽지-

39

•할머니 안녕, 오랜만에 편지 쓰네

•할머니, 하루하루 절실히 기쁘게 살다 보니 친구도 생기고, 일상을 채우는 것들도 충분히 많아졌네

•시끌벅적한 낮 시간을 보내고 고요한 밤의 아늑함을 느끼다가도, 바스락 거리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 눕자마자 그 찰나의 순간에 할머니 생각을 자주 하게 돼

•공기가 차가워지는 계절이면 우리 같이 살던 그 아파트 작은 방에서 나는 할머니 곁에 더 달라붙어서 할머니 냄새를 맡았었는데...

•동백꽃이 무슨 색인 지도 모르면서 나는 항상 할머니를 보며 동백꽃을 상상했어

•주어진 삶을 담대하게 어깨 위에 짊어지고 씩씩하다가도 나는 여전히 꽤 자주 그날의 할머니 옆 어린이가 되어 버리고 싶어해, 할머니

•삶은 왜 끝이 없을까, 할머니

•살아내야 하는 삶은 끝이 없는데, 잔뜩 사랑을 주고받은 할머니와의 시간들이 끝나는 걸 봤다는 사실이 가끔 믿기지가 않아서 좀 같잖게 느껴져

•그래도, 별 일 없이 흘러가는듯한 이 지금의 시간도 자세히 보면 할머니의 시선이, 할머니가 우리에게 가득 부어줬던 사랑이 틈틈이 묻혀서 있겠지?

•할머니 보고 싶어요. 좋은 날에도 보고 싶고, 슬픈 날에도 보고 싶어

작가의 이전글 열 줄의 마음읽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