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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초야 Nov 25. 2024

여행지에서 편지를 써본 적 있나요?

여행편지와 낭만

여행지에서 처음으로 편지를 쓴 건 2019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였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친구 솜이가 작은 메모지를 꺼내며 말했죠.

“초초야! 우리 이번 여행 동안 여기다가 매일 편지 써주자!”

“우와~ 좋아! 근데 혼자 여행할 때는 어떻게 해?”

우리는 2주 동안 러시아를 여행한 뒤 프라하에서 헤어질 예정이었습니다. 솜이는 동유럽에서, 저는 서유럽에서 각자의 여행을 이어가기로 했죠.

헤어지고 나서도 매일 편지를 쓰고, 한 달 뒤 한국에 돌아가서 교환하자.”

그렇게 우리만의 편지 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열차 안에서는 시간이 많아 매일 편지를 쓰는 데 어려움이 없었어요. 하지만 열차에서 내린 후, 여행의 중반이 넘어가자 편지가 밀리기 시작했죠. 그나마 도시를 이동하는 비행기나 기차에서 밀린 편지를 썼어요. 숙제처럼 느껴져 대충 쓰는 날도 있었고, 신나서 빼곡하게 적는 날도 있었어요. 예쁜 엽서를 발견한 날에는 더 정성스럽게 썼던 기억도 나네요.


그렇게 2019년 늦봄, 우리프라하에서 헤어진 뒤, 초여름의 서울에서 다시 만났어요. 30통의 편지묶음을 주고받는 순간, 과제를 제출한 것 같은 뿌듯함과 함께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쁨이 느껴졌습니다. 

솜이의 편지를 읽어보니, 처음 2주는 같은 시간과 공간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신기했고, 남은 2주는 제가 가보지 못한 곳을 간접 체험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한 달간의 여행이 더 풍성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서랍 속에서 이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잊고 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죠. 그 기억들은 5년 동안 더 깊고 풍성하게 익어있었습니다. 런던에 살고 있는 솜이에게 화상통화로 편지를 보여주며 한참을 떠들었죠. 우리는 대화 끝에 이때의 경험들이 그동안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고,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게 우리는 이 특별한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기로 했습니다. 


아래 링크는 원본 편지를 바탕으로 써낸 브런치북 '이런 시베리아 횡단열차 같은'인데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bakkeuro1



여행지에서 편지를 쓰다 보면 하루를 돌아보게 되고, 나와 상대의 관계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기록된 기억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감정으로 남아 오래도록 지속되죠. 이런 점에서 편지는 일기와 비슷하지만, 쓰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점에서 그 기쁨은 두 배가 되는 것 같아요. 지난 글에서 '여행 일기'의 매력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여행 편지'의 특별함을 전하게 됐네요.


생각해 보니 제가 처음 받은 여행 편지도 20대 초반, 솜이가 유럽에서 보낸 엽서였어요. 낭만 가득한 친구 덕분에 제 삶이 한층 더 풍성해진 것 같아 참 감사하네요. 여러분도 언젠가 여행지에서 편지를 써보시길 추천합니다. 혹시 편지를 쓸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한국에 돌아올 나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올해 초에 시도해 봤는데, 일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같달까요. 이번 12월 여행에서는 여행지에서 직접 국제우편으로 보내볼 계획이에요. 제가 생각해도 낭만적이네요.


P.S. 언젠가는 뉴스레터 형식으로 여행지에서 편지를 발간하고, 구독자 이벤트로 손편지도 보내보고 싶어요. 실행력이 부족해 아직 시작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이루어질 거라 믿습니다. 그때까지 기대해 주세요!


초초야의 인스타그램

@chocho_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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