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희 Mar 29. 2023

변화와 지금

왜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야 할까

 우린 모두 필연적으로 변한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와 다르고,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와 다를 것이다. 그때는 소중했던 것들이 지금은 쓸모없는 것이 되기도 한다. 가족과의 관계도, 친구와의 관계도, 연인과의 관계도, 팬과 가수의 관계도 전부 변한다. 영원할 것 같은 기억도 관계도 시간의 파도 앞에 지워진다.


 어차피 모든 것이 변하는데 왜 우리는 자꾸 쥐려고 하는 걸까.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고, 그 대학이 아니면 안 될 것 같고, 그 직장이 아니면 안 될 것 같고. 왜 그런 것들의 연속일까. 아이러니하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 우즈, 루시, 하현상, 정승환, 레코즈, 신지훈, 아이유. 내가 그들의 음악을 영원히 듣진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알면서도 그들이 앨범을 내면 구매하고, 공연을 하면 노트북 앞에 앉아 눈을 부릅뜨고 티켓팅을 한다. 무대와 가까운 쪽 자리를 잡으면 기뻐하고 공연을 보러 가는 날만을 기다리며 설레어한다. 공연을 보고 와서는 영원히 이 사람의 팬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당연히 불가능이란 걸 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최진영, 이슬아, 박상영, 김선오, 헤르만 헤세. 그들의 책을 죽을 때까지 찬양하진 않을 것이지만 오늘은 그들의 글을 읽으며 그들의 문장을 감탄한다. 번거롭지만 연필로 줄을 치고 인덱스를 붙인다. 신작을 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곧장 구매를 한다.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면 삶은 편해질까.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매일 새로운 태양이 뜨고, 지구는 공전을 하고 있고, 한국엔 사계절이 있고, 12개월이 지나면 한 살을 더 먹는다. 가만히 있어도 바뀐다. 애쓰지 않아도 다 지나간다. 걱정하고 화내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행복해하지 않아도 이 모든 건 한 뭉텅이의 과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따지면 관계와 감정에 연연해하는 모든 인간들이 우습고 멍청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들을 편하게 비웃을 수 없다. 나도 그런 사람이니까. 아니 애초에 인간은 그런 존재이니까.  


 삶은 뭘까? 가끔씩 내게 광범위하고 어딘가 심오한 질문을 던져보곤 한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는 걸 잘 알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삶'.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행복해하지 않아도 언젠가 끝나는 삶. 타의로 시작되어 타의로 끝날 '나의' 삶.

개인적으로 사는 것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겐 이 사실을 몰래 전해주고 싶다. 그렇게 아등바등 아파하지 않아도 삶은 흘러간다고, 괜히 에너지 쏟지 말라고 말이다.


"그럼 왜 살아, 굳이?"


 내 마음 깊숙이 사는 또 다른 라희가 묻는다. 사실 그렇게 되묻기만을 기다려왔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는 꼭 말해주고 싶었다. 그냥 그렇게 살라고. 짜증 내고 화내고 울고 웃고 기뻐하고 사랑하면서 살라고. 지금 좋아하는 걸 훗날 싫어하게 될 수도 있고, 어제 했던 일을 오늘 후회할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그게 사는 맛이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으니까.

이것이 세상 만물이 변하지만 영원을 약속하며 지금을 살아가는 이유다.

적어도 나에게는.


작가의 이전글 우리가 함께 걷던 그 길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