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테더(USDT)’라는 디지털 토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당시만 해도 스테이블코인은 단지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을 피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만 여겨졌다. 활용 범위 역시 가상자산 생태계 내부에 갇혀 있었고, 딱히 주류 금융 시장의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
그로부터 10년,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빠르고, 싸고, 은행 없이도 사실상 달러를 바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국제 송금은 원화를 달러로 바꾸고, 달러를 다시 현지 통화로 바꾸는 복잡한 절차에 높은 수수료가 붙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중간 환전 과정 없이 원화와 현지 통화를 직접 교환할 수 있다. 수수료는 절반 이하로 낮아지고, 송금 시간은 수시간에서 수분, 심지어 몇 초까지 줄어들었다.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환경에서 즉시 유통 가능한 달러’로 인식하는 이유다.
낮은 수수료, 24시간 실시간 정산, 국경을 넘나드는 송금까지 가능해진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실제 무역 거래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기사 속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무역 거래의 약 10%가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오가는 거래량보다 훨씬 큰 규모가 수출입 결제 시장에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흐름을 역행하는 나라가 하나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이 강력한 규제를 총동원한 이유는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의 기본적 지향점이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탈중앙화 화폐는 정부가 통제하는 중앙집중적 금융 시스템에 위협이 된다. 자본 통제와 자본 유출 방지 노력도 무력화될 수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인민은행은 지난달 29일,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모든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불법으로 규정하며 다시 한 번 강력한 단속 의지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양자컴퓨터 보안 우려와 해킹 이슈가 겹친 시장에 추가적인 충격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암호화폐는 올해 고점 대비 약 30%가량 하락하며 흔들렸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술은 더 편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사람들은 결국 효율적인 도구를 선택해 왔다. 물물교환에서 조개껍데기로, 조개껍데기에서 지폐로, 지폐에서 신용카드로 넘어왔던 것처럼 또 한 단계의 진화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그 흐름의 중심에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이 있다. 지금 중국은 문을 걸어 잠그고 있지만, 기술 발전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언젠가는 그들도 개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이 오면,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글로벌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