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긴축(QT)은 나라의 중앙은행이 시중에 풀려 있는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정책이다.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온도를 살살 낮추는 역할을 한다. 그런 QT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늘 드디어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제 다시 돈이 풀린다”, “연말 랠리의 시작 아니냐”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유동성이 공급되면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나고, 그동안 눌렸던 시장의 에너지가 폭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정반대로 비트코인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며 9만 달러대를 오가던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이후 하락 반전했다. 투자 심리는 더 빠르게 얼어붙었다. ‘공포·탐욕 지수’는 24점을 기록하며 다시 극단적 공포(Extreme Fear) 구간으로 추락했다. 시장 전반에 퍼진 불안감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양적긴축 종료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당장 가격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 가격은 올라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오히려 떨어진다면 분명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비트코인의 내재적 가치가 훼손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의 위축 등 단지 투자자들이 무엇인가를 우려하고 있으며,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가 일시적으로 식어 있는 국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일까? 비트코인의 장기 가치를 믿는다면 답은 하나다. 분할매수. 지금부터 6개월 동안 매일, 혹은 매주, 아니면 매월—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금액을 꾸준히 매수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8만6천 달러. 지금부터 꾸준히 매수하되 2021년 최고점이었던 6만9천 달러까지도 열어두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다.
금리가 내려가고, QT가 끝나고, 돈이 다시 풀리는 것은 분명 큰 흐름이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지금처럼 변동성이 극심한 시기에는 “정확한 저점”을 예측하려 애쓰는 것보다, 원칙에 기반한 행동이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유동성은 결국 위험자산으로 흘러간다. 감정은 가격에 앞서 흔들린다. 시장은 늘 과도하게 빠지고, 그 뒤엔 다시 회복한다. 그래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 아니라 원칙이다. 가치 있는 것을 싼 가격에 사는 것. 이 단순한 원칙이 결국 다음 상승장의 승자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