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너무 높아 해외투자가 꺼려진다. 환율이 계속 오르는 흐름이라면야 달러를 사고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상황을 두고 볼 리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 수출 기업, 증권사 등 여러 주체에게 압박을 넣고 있다. 만약 높은 환율에서 무리하게 해외투자를 했다가 정부의 개입으로 환율이 내려가면, 기대했던 이익 대신 손해를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이 최근 전략적 환헤지를 재가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환헤지는 환율을 미리 고정해두는 금융 기법이다.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될 때 특히 유리하다. 예를 들어 환율이 1,500원에 가까운 상황에서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고 하자. 이때 환율을 고정해두면, 나중에 1,300원으로 떨어져도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지금의 ‘고환율’을 미래에도 그대로 적용받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원화 기준 수익률을 더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는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사에서도 그 근거로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을 언급한다. 이는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가 세계 주요 채권 지수에 포함되는 것을 의미한다. 편입이 되면 블랙록이나 뱅가드 같은 글로벌 운용사는 한국 국채를 의무적으로 매수해야 한다. 외국인이 한국 국채를 사려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한다. 이는 곧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 요인이 된다. 국민연금이 환율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실제로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환율이 내려가려면 기본적으로 한국으로 돈이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국채 편입 외에는 지금 한국에 자금이 몰릴 만한 이유가 크지 않다. 단순하게 보면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다. 같은 돈을 맡겼을 때 미국은 3%, 한국은 2%를 준다. 미국 투자자가 굳이 한국에 예금을 맡길 이유가 없다. 한국 기업이 특별히 더 잘 나가는 상황도 아니다. 결국 자금이 한국보다 미국으로 더 많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높은 환율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다만 지금 환율 수준이 역사적으로도 매우 높은 구간임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처럼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 가능성도 염두에 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할지 아닐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변화의 여지를 고려한 포트폴리오 구성은 결국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