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잘 자라네
봄비가 꽤나 오래 내린다.
한창 만발한 산수유와 매화의 뒤를 이어 이 비가 그치면 벚꽃도 흐드러지게 피겠구나.
흙, 물, 공기만으로 쑥쑥 잘 자라는 식물들이 참 기특하게 여겨진다.
아주 옛날 콩나물을 키워먹었던 기억이 있다.
아침저녁으로 물만 주면 잘 자라는 콩나물을 다시 한번 길러보고 싶었다.
하지만 대체 콩나물 콩은 어디서 파는 건지, 두부 만드는 메주콩은 안 되는 건지,
엄마도 없어 아빠한테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기만 하고 몇 달이 흘러버렸다.
그런데 며칠 전 아빠가 경동시장에서 콩나물 콩을 직접 사 오셨다.
나보다는 아빠가 더 적극적이셨다.
콩나물 콩은 메주콩보다는 작았다.
우선 물에 불려야 한다기에서 두 배 정도 불린 후 재배기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아빠가 손주 기르듯 매일 깨끗한 물로 샤워시켜 주며 물을 갈아주셨다.
네모난 뚜껑의 크기대로 자라난 콩나물들.
무섭게 잘도 자란다.
물주는 재미에 쑥쑥 잘 자라는 콩나물 기르기는 화분의 식물을 기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아빠 집에서 수확한 잘 자란 콩나물은 맛있게 무쳐서 반찬으로 뚝딱해 치웠다.
콩나물 콩을 불리고 기르기 시작한 지 3일 만의 일이었다.
나도 내 집에서 콩나물 기르기를 시작했다.
콩나물 재배기 대신 새싹 재배기에 우선 조금만 해보기로 했다. 나 혼자 먹을 거니까.
우리 집은 아빠 집보다 환경이 좋지 않아 그런지 자라는 것이 처음에는 시원찮았다.
콩나물 콩을 불린 지 16일이 지나서야 조금 자라는 게 눈에 보였다.
그나마 길게 자라난 콩나물 몇 가닥 뽑아다가
라면에 넣고 끓여 먹었다.
국물 맛이 시원한 건 기분 탓인가.
내가 기른 무공해 콩나물이라 그런지 건강한 맛이 느껴진다.
새싹 재배기라 뚜껑이 없어 스테인리스 뚜껑을 덮어두고 주말에 본가를 다녀왔는데 이틀 사이에 남아있던 콩나물들이 키가 커서 뚜껑을 밀어젖혀놓았다.
물만 먹고도 이렇게 잘 크다니..
너희들 부럽다.
무거운 뚜껑 대신 검은 비닐봉지로 콩나물들을 덮어놓고
풍성한 수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