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렇게 부르지 말아 줄래
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 어머니라고 부를 사람이 없어졌다.
'엄마'라고 불러본 지가 언제인지..
이제 평생 엄마라고 부를 대상은 나에게 없겠지..
그런데 그런 나에게 자꾸 어머니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어머니라...
어머니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 자기를 낳은 여자. 모친
- 자기의 양어머니, 새어머니, 수양어머니를 이르는 말
- 자식을 가진 여자를 대접하여 일컫는 말
- 사물을 낳은 근본을 비유해 이르는 말
나는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여기저기서 나를 그렇게 부른다.
‘엄마’도 아닌 ‘어머니’라는 단어는,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예의를 차려서 말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둘 다 같은 뜻이기에 감사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예전엔 나를 ‘아줌마’라고 불러도 화가 치솟았지만,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 보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그러려니 넘겼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통용된 말이나 호칭이라고 해도, 그 일반적이라는 테두리에 적용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 정도는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렇게 쉽게 부르지는 않겠지.
일방적으로 나를 그렇게 부르면 화가 나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과 타협하거나 무시하게 된다.
기를 쓰고 아니라고 우겨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제 아줌마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지만, 사실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고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직업적으로든 모르는 사람을 만나 말을 해야 할 때는 고객님이나 회원님, 손님 또는 선생님으로 불러주면 안 될까. 버스 운전하시는 분을 기사님이라고 부르고, 식당이나 가게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무조건 사장님이라고 기분 좋게 부르듯이..
* 여담
요즘 활동하기 좋은 봄이라 아파트 내 공원, 놀이터에 아이들이 많이 뛰어논다. 왁자지껄 신이 난다.
시끌벅적한 소리를 들으며 아파트 입구로 가던 중 갑자기 인도로 축구공이 굴러왔다. 공을 본 나는 아이들이 내려오기 전에 던져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앞서가던 남녀가 먼저 공을 발견했다.
남자는 조기축구 꽤나 했던 사람이었는지 공을 능수능란하게 다루었다.
공을 찾아 담장으로 몰려든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감탄을 늘어놓았다.
남자는 그 소리를 듣고는 한 마디 하며 공을 차 넘겨주었다.
나처럼 염색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얘들아, 머리가 희다고 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니란다.
검은 머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고 흰머리 형, 누나도 있단다.
후드를 써서 그렇지 어쩜 나도 조만간 할머니 소리 들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