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몽이는 염소의 도움을 받아 절벽 여기저기 튀어나온 곳을 잡고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짜내면 기어올라갔다.
절벽 끝자락을 잡고 절벽위의 땅을 밟을수 있었다.
“염소님~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늘몽이는 염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염소는 늘몽이를 배웅하며 조심 가라고 인사를 했다.
늘몽이는 제일 먼저 밍카 웅카를 찾기 위해 숲 이곳 저곳을 찾아 헤매며 애타게 불렀다.
그러다 늘몽이는 자작나무 숲까지 오게 되었다.
북한의 산악지방에서 시작한 자작나무는 만주를 지나 시베리아를 내달리고 다시 유럽 북부까지 북반구의 추운 지방은 온통 그들의 차지다. 북한이 자작나무가 자라는 남방한계선에 해당하며, 남한에서는 자연 상태로 자라는 자작나무 숲이 없다. 따뜻한 남쪽나라를 마다하고 삭풍이 몰아치는 한대지방을 선택한 자작나무는 자기들만의 터를 잡는데 성공한 셈이다. 백석의 시에서처럼 추운 땅에서는 다른 나무들을 제치고 숲을 이루어 자기들 세상을 만든다. 한대지방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사진을 보면 눈밭 속에 처연하게 서 있는 하얀 나무들은 대부분 자작나무다. 같이 자라는 사시나무 종류는 푸른색이 들어간 흰빛이라서 이들과는 구분이 된다.
자작나무는 영하 20~30도의 혹한을, 그리 두꺼워 보이지 않는 새하얀 껍질 하나로 버틴다. 종이처럼 얇은 껍질이 겹겹이 쌓여 있는데, 마치 하얀 가루가 묻어날 것만 같다. 보온을 위하여 껍질을 겹겹으로 만들고 풍부한 기름 성분까지 넣어 두었다. 살아 있는 나무의 근원인 부름켜(형성층)가 얼지 않도록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세운 것이다. 나무에게는 생존의 설계일 뿐이지만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껍질은 쓰임이 너무 많다.
두께 0.1~0.2밀리미터 남짓한 흰 껍질은 매끄럽고 잘 벗겨지므로 종이를 대신하여 불경을 새기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 쓰였다. 경주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를 비롯하여 서조도(瑞鳥圖) 등은 자작나무 종류의 껍질에 그린 그림이다. 그러나 자작나무 종류 중 정확히 무슨 나무인지는 앞으로 더 조사해보아야 한다. 영어 이름인 버취(Birch)의 어원은 ‘글을 쓰는 나무 껍데기’란 뜻이라고 한다.
북부지방의 일반 백성들도 자작나무 껍질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었다. 껍질은 기름기가 많아 잘 썩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을 붙이면 잘 붙고 오래간다. 불쏘시개로 부엌 한구석을 차지했으며, 탈 때 나는 자작자작 소리를 듣고 자작나무란 이름을 붙였다. 한자 표기는 지금과 다르지만 결혼식에 불을 켤 수 있는 나무란 뜻으로 ‘화혼(華婚)’이라 했고, ‘화촉을 밝힌다’라는 말도 자작나무 껍질에서 온 말이다. 옛사람들은 자작나무를 ‘화(樺)’라 하고 껍질은 ‘화피(樺皮)’라 했는데, 벚나무도 같은 글자를 사용했다. 전혀 다른 나무임에도 같은 글자로 표기한 것은 껍질로 활을 감는 등 쓰임이 같았기 때문이다.
자작나무는 햇빛을 좋아하여 산불이나 산사태로 빈 땅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찾아가 자기 식구들로 숲을 만들어 빠른 속도로 자란다. 시간이 지나면서 날라온 가문비나무나 전나무 씨앗이 밑에서 자라나 자기 키보다 더 올라오면, 새로운 주인에게 땅을 넘기고 조용히 사라져 버린다. 내 손으로 일군 땅을 자자손손 세습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부(富)는 당대로 끝내는 자작나무의 삶은 우리도 본받을 만하다. 수명도 100년 전후로 나무나라의 평균수명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고상하고 단아한 외모처럼 처신이 깔끔하다.
자작나무는 키 20~30미터, 줄기둘레가 한두 아름에 이른다. 집단으로 곧바로 자라며 재질이 좋아 목재로의 쓰임도 껍질 못지않다. 황백색의 깨끗한 색깔에 무늬가 아름답고 가공하기도 좋아 가구나 조각, 실내 내장재 등으로 쓰이며 펄프로도 이용한다. 또 4월 말경의 곡우 때는 고로쇠나무처럼 물을 뽑아 마신다. 사포닌 성분이 많아 약간 쌉쌀한 맛이 나는 자작나무 물은 건강음료로 인기가 높다. 밑변이 짧은 긴 삼각형의 잎이 특징이고, 밑으로 늘어진 수꽃을 잔뜩 피워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보내서 수정시킨다. 자작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에서는 꽃 피는 봄날, 호흡기 계통의 화분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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