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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몽이 Sep 18. 2024

제1화 꿈은 예고편이다.

김서윤은 어젯밤 찜찜한 꿈을 꾸었다. 

쫓기고, 도망치고, 또 숨고 있는 자신을 꿈속에서 반복적으로 보았다. 

어둡고 긴 복도를 내달리며 발소리도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공포 속에서 서윤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무언가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뒤를 돌아볼 수도 없었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단지 쫓기고 있다는 느낌만이 강하게 남았다.

그 꿈은 묘하게도 실체 없는 불안감을 남겼다. 

"오늘 첫 출근인데, 이런 꿈을 꾸면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데..." 

서윤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머릿속을 맴도는 꿈의 잔상과 함께, 하루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서윤은 작가가 되기 위해 지난 3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녀는 글쓰기를 사랑했고, 언젠가는 자신만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백수 생활이 길어지며 경제적 압박감은 커졌고, 꿈만 쫓다가는 진짜 생활이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서윤은 취직을 결심했다. 평소에 관심이 있던 공무원 시험을 목표로 삼았고, 이를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실 서윤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게 된 것은 한 가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그 계기는 바로 꿈이었다.

몇 달 전, 그녀는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는 꿈을 꾸었다. 

지하철역 플랫폼에 서 있던 서윤은 멀리서부터 거대한 열차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점점 커졌고, 서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저 멀리 다가오는 지하철을 바라보았다. 

그 열차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문이 열리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거대한 물결처럼 서윤을 휘감았다. 그녀는 몸을 비틀어가며 그 열차 안에 억지로 끼워 탔고, 열차는 출발했다.

그 순간 서윤은 꿈에서 깨어났다. '이게 무슨 꿈이지?' 서윤은 그 꿈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예전부터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신기가 서윤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작용했다. 

꿈을 통해 예지몽을 꾸거나 어떤 신호를 받는 일이 가끔씩 있었던 것이다. 

서윤은 이번 꿈이 공무원 시험과 관련된 신호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꿈에서 느낀 강렬한 직감이 바로 결심의 계기가 되었고, 그녀는 곧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서윤은 인터넷 서점에서 공무원 시험 책을 구매했고,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결제하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꿈이 전해준 신호가 서윤에게 확실한 동기를 부여한 셈이었다. 

시험을 치르기 위한 마음가짐은 단단했고, 서윤은 매일 꾸준히 공부하며 시험에 대비했다.     

시간이 흘러 시험 원서를 작성할 시기가 되었다. 

서윤은 어디서 시험을 치를지 고민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 좋을지, 아니면 조금 더 먼 곳을 선택할지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그런 고민 속에서 또다시 꿈을 꾸게 된다.

이번 꿈은 버스와 관련된 꿈이었다. 서윤은 오래된 시골 버스에 타고 있었다. 

버스 안은 낡은 의자들과 함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서윤은 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버스였다. 

창밖으로 펼쳐진 시골 풍경은 낯설었지만, 묘하게도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가운데, 버스 앞쪽에서 누군가 서윤을 알아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안녕! 오랜만이야."

서윤은 고개를 들어 앞쪽을 바라보았다. 


고등학교 동창이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어디 가니?" 친구의 물음에 서윤은 당황하며 대답하려고 했지만, 자신도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다. 

서윤은 어딘가 불안한 마음에 호주머니를 뒤적였고, 그 안에서 작은 주소 쪽지를 발견했다.

친구가 쪽지를 보더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조금 있으면 여기 코너를 돌면 도착해. 거기서 내리면 돼."

친구의 말에 서윤은 버스 기사에게 "세워주세요"라고 외쳤다. 


버스가 철컥 소리를 내며 멈추었고, 서윤은 낯선 시골길에 내려섰다. 

그녀는 손에 든 주소 쪽지를 바라보며 좁은 이차선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낮은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 너머로는 넓은 논이 펼쳐져 있었다. 

길가에는 앙상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서윤은 그 풍경 속에서 작은 건물 하나를 발견했다. 

그 건물의 반대편에는 청색 페인트로 칠해진 3층 건물이 서 있었다.


'여기가 맞다.' 

서윤은 알 수 없는 확신에 사로잡혀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서윤은 깨어나자마자 이 꿈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이건 예지몽이야. 내가 시험을 봐야 할 지역을 꿈에서 보여준 것 같아.'


그녀는 곧바로 컴퓨터를 켜고 응시할 수 있는 지역의 주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본 그 건물이 있는 곳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하나하나 검색하며 꿈에서 본 장소와 일치하는 지역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서윤의 꿈을 향한 탐색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경기도 함진군을 비롯해 여러 지역의 주소들을 살펴보았지만,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녀는 직접 그 지역들을 돌아다녀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서윤은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꿈속에서 본 풍경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녀가 꿈에서 본 그 장소가 과연 어디에 있을지, 서윤은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히 내딛었다. 

자신이 찾고 있는 그곳이 바로 공무원 시험의 응시 지역일지, 아니면 더 큰 운명의 전환점이 될지 알 수 없었지만, 서윤은 자신의 신기를 믿고 앞으로 나아갔다.     


며칠 뒤, 서윤은 드디어 꿈에서 본 장소와 일치하는 곳을 찾아냈다. 

청색 페인트가 칠해진 3층 건물, 넓은 논이 펼쳐진 시골 풍경, 앙상한 은행나무. 그 모든 것이 꿈속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다. 서윤은 마치 꿈을 다시 꾸는 것처럼 그 장소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맞아. 여기가 내가 선택할 곳이야." 서윤은 속으로 다짐했다.


이렇게 서윤은 꿈이 이끈 길을 따라 공무원 시험 응시 지역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녀의 예지몽은 결국 현실이 되었고, 이제 서윤은 자신의 직감과 신기가 그녀를 어디로 이끌지 모르는 채로 시험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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