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몽이 Sep 22. 2024

제2화 다시 시작

김서윤은 한 달 남짓 남은 공무원 시험 준비에 온몸을 바치고 있었다. 

책상 위에 널브러진 교재들과 메모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고, 자잘하게 끄적인 필기들은 그녀가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증명해 주고 있었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서윤의 몸은 점점 더 피로해졌지만, 그만큼 마음은 간절해졌다.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공부한 서윤은 밤늦게 집에 돌아와서도 쉬지 않았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강의를 한 번 더 반복해서 들었다. 


'이제 마지막이다. 내일도 새벽같이 일어나 공부해야 해.' 


서윤은 그렇게 다짐하며 침대에 누웠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고,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잠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윤은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철컥."

어디선가 날카로운 소리들이 들려왔다. 

서윤은 낯선 곳에 있었다.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밀폐된 공간이었다. 

어딘지 모를 위기감이 그녀를 덮쳤다. 

'여긴 어디지? 무슨 일이지?'

서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밖에서는 군인들이 총을 들고 경비를 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군인이 아닌 것 같았다. 무언가 어두운 음모가 느껴졌다. 서윤은 자신이 왜 이곳에 갇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 상황이 끔찍하다는 것만 느낄 뿐이었다.

그때, 서윤은 구석에 숨어 있던 중년 남성을 발견했다. 

그의 얼굴은 피곤과 긴장이 가득했다.


'여기서 나가야 해. 시간이 없어.'

서윤의 심장은 점점 빨리 뛰기 시작했다. 

남자는 계속해서 밖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경비병이 교대할 시간이 곧 온다. 그때가 유일한 기회야.'

교대 시간은 고작 2분. 그 짧은 시간에 탈출해야 했다.


기회는 곧 찾아왔다. 

경비병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찰나, 서윤은 미리 봐두었던 반대편 문으로 달려갔다. 

문을 발로 차고 뛰쳐나가니, 눈앞에는 높은 흙 절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서윤은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절벽은 쉽게 그녀를 허락하지 않았다. 

흙이 계속 무너져 내리면서 서윤은 몇 번이나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여기서 떨어지면 끝이야.'

서윤은 있는 힘을 다해 절벽을 올랐다. 

마지막 턱까지 올라왔을 때, 손에 닿는 것은 잡초 두 개뿐이었다. 

간신히 잡초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뛰어올라 절벽을 넘었다. 

절벽 너머에는 드넓은 논밭이 펼쳐져 있었다. 

서윤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서윤은 그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헉헉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히 맺혀 있었다. 


'이건 무슨 꿈이지...?'

꿈이 너무도 생생했고, 실제처럼 느껴졌다. 

서윤은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몸을 일으켰다. 

머리카락은 땀으로 눅눅했고, 심장은 여전히 쿵쿵 뛰고 있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이 흘렀고, 드디어 시험일이 다가왔다. 

시험 전날 밤, 서윤은 그동안 했던 노력들을 되짚어 보았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어.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했으니 그걸로 충분해." 


하지만 속으로는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내일 시험 결과에 따라 그녀의 미래가 결정될 테니 말이다.

시험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서윤은 시험을 마치고 나서 손이 떨리는 걸 느꼈다. 


"떨어졌을 거야. 분명히 떨어졌을 거야." 

그녀는 자책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필기시험 발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고, 그 동안 서윤은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런데 발표 이틀 전부터 서윤은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그녀의 친구가 칠판에 '합격'이라는 글씨를 적고, 아버지가 잔디를 깐 마당에서 서윤을 향해 웃고 있었다. 

그 꿈들은 왠지 모르게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서윤은 그 꿈들을 그저 꿈으로만 받아들였다.     


발표 당일, 서윤은 떨리는 손으로 컴퓨터를 켜고 시험 결과 페이지를 열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마우스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서윤은 자신의 수험번호를 수십 번 다시 확인했다. 

눈앞의 번호가 과연 자신의 번호가 맞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합격이었다. 


필기 1차 합격.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내가... 합격했어?' 서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기쁨과 안도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제 남은 것은 면접뿐이었다.

서윤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면접 준비에 돌입했다. 

그녀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제 마지막이다. 면접에서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해." 


서윤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었다.

합격의 기쁨을 맛본 그녀는 다시 한 번 꿈을 떠올렸다.


"이게 다 그 꿈 때문인가?"

이전 01화 제1화 꿈은 예고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