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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여자 Sep 18. 2023

난임 일기 프롤로그

결혼 그 후 이야기


 올해 10월이면 결혼 4주년이 된다. 우리 부부는 결혼 초에는 아이를 바로 가질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피임했고 절대 계획에 없는 임신은 하지 않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년 차가 되던 봄, 우리는 아이를 가져보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배란일에 맞춰 관계를 해보는 노력으로 몇 달을 보내고 나서야 임신이 그리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우치게 됐다. 주변 언니들의 조언을 듣고 난임 병원을 찾았다. 아내인 나는 혈액검사와 초음파 등 검사를 받았고 남편은 비밀의 방에 들어가서 정액 검사를 받았다. 나의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난소 나이 27세로 나의 실제 나이보다 2~3년은 시간을 확보한 상태였고 초음파에서도 약간의 용종 말곤 이상 소견은 없었다. 풍진과 A형 간염 예방 접종이 필요하다고 해서 바로 주사도 맞았다. 문제는 남편의 정자였다. 정자 수는 정상이었지만 운동성이 떨어졌고 정상 정자 비율이 낮게 나왔다. 하지만 자연 임신이 불가능한 정도도 아니고 급한 나이가 아니니 우선은 주기에 맞춰 자연 임신을 시도해 보자 하셨다. 과배란 약을 처방해 주셨고, 배란일에 맞춰 병원을 방문하고, 난포가 터지는 주사를 맞고, '숙제'를 받았다. '숙제'라는 단어 때문이었을까. 그때부턴 자연 임신이 더 힘들어졌던 것 같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홍양은 어찌나 야속하던지.



우리 집에서 바라보는 예쁜 가을 하늘



갑자기 찾아온 갑상선 항진증


 그러다 지난해 5월, 내게 '갑상선 항진증'이 찾아왔다. 날씨가 더워지며 체력이 떨어졌나 하고 운동량을 더 늘리던 중이었는데, 건강 검진에서 T4, T3 수치가 정상의 2~3배가 넘게 나온 것. 회사 근처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 선생님께서는 결혼 유무 그리고 임신 여부와 그 가능성에 대해 가장 먼저 물으셨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갑상선 수치는 임신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주는 요소였고, 당시 나의 수치가 너무 안 좋았기에 바로 확인하셨던 것 같다. 임신 준비는 중단했다. 큰 병원으로 전원했고, 메티마졸이라는 갑상선 항진에 주로 쓰이는 약물이 임신 초기 여성에게 좋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안티로이드라는 약으로 교체를 했다. 수치가 가장 안 좋았을 때는 T4 수치가 8에 가까워지기도 했었는데(정상 범위는 0.93~1.70), 그땐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 출퇴근을 택시를 타고 했고 근무 중 쇼크가 와서 응급실을 찾기도 했었다. 감사하게도 안티로이드는 잘 들었고, 체력도 많이 회복되었다. 지금도 안티로이드 2.5정을 매일 복용하고 있지만 갑상선 수치는 안정화되었고 선생님께서도 다시 임신을 준비해도 좋다는 말씀을 주셨다.


  남편은 내가 갑상선 항진을 앓는 1년 동안 마라톤을 시작했다. 원래 라면도 과자도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단백질 위주의 건강한 식단으로 바꾸고 운동도 꾸준히 한 결과 9킬로의 체중 감량과 함께 (기침하면 뭔가 보일 듯한) 미세한 복근을 얻었다. 우리는 그래서 다시 준비하는 임신이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렇게 1년 넘는 공백을 지나 다시 검사차 난임 병원을 찾았다.


좋아하는거(마) + 좋아하는거(당귀)


불임이 아니라 난임이니까


 불임 대신 난임이라는 표현을 통용하는 것에서 따뜻한 배려를 느낀다. 임신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어려운 것일 뿐이라고, 그러니 노력하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올 거라는 희망의 뜻이 담겨있달까. 1년 만에 다시 찾은 난임 병원에서는 정자 운동성이 더 줄었고, 정상 정자는 1% 수준이라 바로 시험관을 해야 한다는 성적표를 받았다. 왜 나는 이렇게 쉽게 되는 일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잠들기 전 눈을 감고 누우면 그저 눈물만 났다. 주변 친구들의 임신과 출산 소식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내 상황에 모임도 피하게 되었다. 그들의 기쁜 소식에 내 마음 한 켠에도 기쁘고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 왜 나만 안 되는 건데라는 생각이 드는 내가 싫었다. 시험관은 하고 싶지 않다고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둘이 즐겁게 살자던 지난날의 다짐은 잊혔다. 현실을 직시했고, 우리 부부 둘 다 아이가 함께하는 결혼을 꿈꾸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젊고 건강할 때 난임 시술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시작된 인공 수정, 결과는 실패였다. 선생님께선 다부진 말투로 "이제 시험관을 해볼까요?"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홀린 듯 "네"라고 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시험관을 시작한다.


올여름 다녀온 회암사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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