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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Nov 26. 2023

누구에게나 고요한 시간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자기 계발이 필수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SNS 피드를 보면 자기 계발 방법 중 하나로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미라클 모닝은 말 그대로 기적의 아침이란 뜻으로 이른 새벽이나 아침 시간을 활용하여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2016년,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였던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 책의 부제는 '당신의 하루를 바꾸는 기적, 아침 6분이면 충분하다'이다. 힘 있는 이 문구에 기적을 향한 몸부림은 전 세계에 새벽 기상이라는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 흐름을 타고 우리나라의 MZ세대까지 미라클 모닝, 새벽 기상의 대열에 오른 듯하다.


 내가 미라클 모닝을 알게 된 것은 2021년 김유진 작가의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책을 읽은 후였다. 미국에서 변호사를 하던 김유진 작가는 새벽 시간에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어 창조적인 시간을 만들어냈다. 수많은 유명인사들도 새벽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고, 운동을 한다. 그들은 그렇게 새벽 시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하루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한다. 뉴욕에서는 새벽에 카페에서 미팅도 한다 하니, 한국에도 그런 카페가 나 찾아보기도 다. 조용한 새벽시간, 커피 한잔과 함께 우아하게 글 쓰는 나를 상상하며.... 물론 그때 당시에는 코로나 시대였기에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카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보통 아침 7시에 오픈하는 스타벅스마저 10시 오픈으로 늦춰지곤 했으니....


 아쉬운 대로 나만의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박사 논문 프로포잘을 준비하느라 시간 확보가 우선이었다. 풀타임 근무,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워킹맘으로 가장 만만한 시간은 아침 시간이었다. 아침 5-6시에 일어나 말씀을 읽고, 기도를 한 후, 출근했다. 가장 먼저 학교에 출근한 나는 상담실에서 홀로 방탄 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노래에 맞춰 신나게 줌바댄스를 췄다. 그렇게 잠든 몸을 깨웠다. 그 후 논문 리뷰를 하며 미라클 모닝이 잘 이어지나 싶었는데 프로포잘이 끝나자 흐지부지 멈추게 되었다. 하긴, 새벽기도도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려운 나만의 숙제였으니.... 어려울 법도 했다.


 그해 겨울, "엄마를 위한 미라클 모닝" 책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이쯤 되면 어지간히 미라클 모닝을 꼭 성공하고 싶었나 보다.) 김유진 작가의 책은 미국의 삶에 맞춰진 것이었기에 나의 삶과 멀다고 생각해서 적당히 타협하며 포기했는데 "엄마를 위한 미라클 모닝"이라니!! 한결 내 삶에 가깝게 느껴졌다. 최정윤 작가는 엄마로서의 삶이 버겁고, 남편과의 관계가 힘들고, 어린 시절의 상처로 힘들어했던 과거의 나를 만나기 위해 미라클 모닝을 활용했다. 그렇게 이끌리듯, 꿈의 도서관과 함께 미라클 모닝을 실천했다. 성경말씀을 보고 기도하고 책을 읽는 시간. 어찌나 시간이 훌쩍 가던지,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이 너무나 달콤해서 아이들이 하나 둘 깨어나면 신데렐라의 열두 시 종이 땡땡땡! 울리는 기분이었다.



 어떠한 방해도 없이 내면으로 몰입하는 시간. 그 고요한 시간은 엄마인 나에게, 마흔 인 나에게 절실히 필요했다. 홀로, 오롯이,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 더 나아가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 더욱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미약한 저혈압환자였던 나는 '미라클 모닝을 성공해야만 내가 원하는 고요의 시간을 사수하는 것인가?' 의문을 품으며 밤에도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우성쳤다. 청개구리 심보를 발휘하여, 세상이 원하는 방식과 다르게 '나는 올빼미 나이트!로 가리라!'를 외쳤다. 아이들이 자고 난 후, 밤 시간을 온전히 누리기로 결심하였지만 그 시간은 핸드폰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한편, 마흔에게 필요한 고요한 시간 사수는 둘째치고 서서히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앉아서 상담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주 목이 결리고 허리가 아팠다. 마흔부터는 체력관리가 필수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데 실천하는 게 어찌나 어렵던지....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나에게 면죄부를 주듯, 운동은 생각조차 못한 지 오래였다. 지난여름, 50대이신 지도교수님이 죽기 살기로 아침저녁 스쿼트100개씩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난 후,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스쿼트를 시작했다. 거기에 덧붙여 40대 후반의 친한 언니가 매일 계단 오르기 운동을 한다길래 매일 퇴근길에 지하 1층부터 19층까지 계단을 오르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릎이 성치 않아 운동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아. 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마흔의 친구들이 모이면 운동 얘기가 곁다리로 꼭 끌려 나온다. 한 친구가 수영복을 사는 게 취미란다. 요즘 어찌나 예쁘고 화려한 수영복이 많은지 운동할 맛이 난다며 신이 나서 보여줬다. "아니. 수영복은 아레나랑 엘르만 있는 거 아니었어?"

운동도 할 겸, 기분전환도 된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세상 밖에서는 입기 힘든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 옷을 입을 수 있다니!  꼬임에 빠져, 화려한 수영복이라도 입어보자 싶어 수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 일주일에 3번, 출근 전 아침 수영을 한다. 집을 나서는 6시 30분은 묘한 시간이다. 분명 아침시간인데 계절로 인해 세상은 아직 새벽이다. 새벽과 아침의 신비한 경계 속에 아직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하루를 먼저 산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늘 하루 누구도 밟지 않은 땅을 선구자의 마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 수영장으로 들어간다.


 처음 수영을 시작한 날엔 모든 것이 서툴렀다. 뱃살과 엉덩이살은 철없이 흘러나와 머리카락마저 사라진 볼품없는 나의 민낯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겨드랑이 속 숨겨져 있던 털들도 삐죽 어나올까 연신 신경 쓰였다. 다른 회원들 모습 또한 나와 별 다를 바 없었으니 서로 쳐다보기 민망스러워 눈길을 돌렸다. 그래도 자유형만큼은 자신 있었다. '고등학교 때, 동아리 해녀반이었어요!'라고 뻥을 치던 내가 아니었던가.  제주도에 살았던 만큼 물과 친했던 나를 뽐낼 시간이었다. 하지만 수영강습 선생님의 성에 찰리가 없다. 팔, 다리, 숨쉬기 모든 것이 배울 것투성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시간부터는 온전한 내 세상이다. 나만의 고요한 시간이 드디어 시작된다. 물속으로 머리를 집어넣는 순간, 세상 온갖 소리는 간 곳 없이 사라진다. 아득히 멀어져 간다. 물이 흐르는 소리와 나의 숨소리만 존재할 뿐이다. 잔잔히 흐르는 물을 손으로 거슬러보지만 손가락 사이로 유유히 빠져나간다. 팔을 저을 때마다 손가락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물살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물과 내 몸의 경계가 흐려지는 그곳에서 나는 평안함을 느낀다. 어떤 발버둥도 다 받아주는 물의 너그러움에 힘껏 힘을 내본다.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물을 마주하며 세상 욕심을 내려놓는다. 내 한 몸을 흐르는 대로 그저 맡기면 저항 없이 나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물의 포용에 넓은 아량을 배운다.


아침마다 물속에서 나는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갖는다. 그토록 내가 갖고 싶었던 그 시간.

어떠한 방해도 없이 내면으로 몰입하는 시간. 홀로, 오롯이,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


이 시간에 나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복잡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한다.

물밖로 나오면 어느새 찬란한 아침 해가 찬연스럽게 세상을 비춘다. 그렇게 고요한 시간을 갖고 나면 하루를 살아갈 힘이 생긴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몸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을 수한 나는..  요즘 참 충분하게 행복하다.

미라클 모닝을 하든, 올빼미 나이트를 하든,

결국 마흔 인 우리에게 중요한 건

 나 혼자 사는 고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 시간에 나처럼 운동을 할 수도 있을 테고,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기도를 할 수도, 말씀을 읽을 수도 있다. 그리고 조용히 글을 쓸 수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존재할 수도 있다.

어떠한 시간이든 고요한 시간을 누구나 충분히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에게 주어진 고요함의 시간은 언제인가요?

그때, 당신을 무얼 하나요?



"고요한 가운데 생각이라는 엉킨 빨랫감을

종이의 빨랫줄이 펜으로 걸어 정리해 보자."


"비교로부터 시작되는 소유의 삶을 내려놓고

더 많은 경험으로 채우는 부유한 인생을 꿈꾼다."


-엄마를 위한 미라클 모닝, 최정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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