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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Oct 24. 2021

꿈나무 씨앗팀의 자녀 돌봄 품앗이

워킹맘의 육아 이야기 





-2019년도 겨울 지역사회 내 자녀 돌봄 품앗이 활동 사례 발표를 요청받았다. 그때 자료를 바탕으로 품앗이 활동 사례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꿈나무 씨앗’은 2018년 11월에 결성되어 약 3년 간 함께 동고동락하였다. '꿈나무 씨앗'이라는 이름은 내 딸이 지었다. 10살 난 아이는 친구들과 자신의 마음 안에는 꿈이라는 귀한 씨앗이 있단다. 그 씨앗이 잘 움트고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엄마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다.


일하는 엄마 덕에 둘째 아이는 병설유치원 종일 돌봄을 하였다. 유치원 전체 반모임이 있던 날은 일찍 퇴근했던 날이었다. 반모임을 처음 간다며 신났을 둘째를 데리러 갔다. 쫑알쫑알 수다 떠는 둘째 아이 뒤로 교실을 바라보니 한 아이가 혼자 남아 놀고 있었다. 둘째가 자신의 절친이라며 소개했는데 혼자 남은 아이가 남 일 같지 않았다.  '나도 일하느라 아이를 데려가지 못했다면 내 아이도 혼자 남아 있겠지. 그럴 때 누군가가 우리 아이도 챙겨서 데려간다면 얼마나 고맙고 좋을까?' 이런 마음이 들자 아이를 같이 데려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어렵게 그 아이의 엄마와 연락이 닿아 허락을 받고, 아이 둘은 신나게 반모임을 갔다.


 나중에 만나보니 그 아이 엄마는 나랑 동갑내기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인 우리도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내가 내민 손으로 아이들 얼굴엔 함박웃음이, 우리의 관계엔 '워킹맘'이라는 끈끈한 동지애로 뭉칠 수 있었다. 지금도 둘째 아이는 자신에게 고마워하라고 큰소리 뻥뻥 친다. 자신 덕분에 엄마에게도 친구가 생겼다며...  


함께 자녀 돌봄 품앗이를 결성하기로 다짐했다. 2 가족만으로 하기에 아쉽다 생각할 무렵, 20대 때 동고동락했던 친구가 같이 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세상에!!! 내 13년 지기 친구와 둘째 아이 친구 엄마는 조리원 동기가 아녔던가. 세상 좁다더니 정말 신기할 노릇이었다. 


우리는 서로 의지할 대상이 필요했다. 육아 정보 및 워킹맘의 어려움.. 마음을 함께 나눌 친구가.. 

워킹맘(working mom)으로 평일 저녁이나 주말, 방학 동안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친구 한 명은 둘째 출산 시기까지 겹치게 되면서 육아에 어려움이 많았다. 틈새 돌봄 및 육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공동체 결성까지 하게 된 것이다.


 나는 휴직 때 친했던 동네 엄마들이 내가 복직한 후.. 우리 아이를 껴주지 않았던 걸 알게 되어 상심이 컸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험담까지 더해졌고 그런 사실을 모른 채 1년이 지났다. 같이 지냈던 언니가 나중에 이야기해줘서 충격이 컸다. 그 언니는 교사이자 상담자인 내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동네 엄마들의 관심(?)이 많다고 했다. 내가 웃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병원 의사라고 아이들이 안 아픈가?"라고 했는데.. 그 언니는 "그래. 교사 애들이 꼭 이상하더라. 그래서 남의 애 키우느라 자기 자식 못 돌보나 보다 생각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 충격이었다. 질투 어린 시선일 수도, 진심이 농담처럼 웃으며 뱉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상처 받았다. 함께 성장할 시간이, 꿈을 그려갈 시간이 "꿈나무 씨앗"팀에게 필요했다.



유치원 교사였던 친구, 학교 상담자(전문상담교사)인 나.. 일의 현장에서만 우리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 내 이웃의 아이들에게도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야겠다 생각했다.  우리네 일터인 유치원과 학교에서는 다양한 아이들, 청소년을 만나며 좋은 양분을 제공하지만 정작 내 아이에게는 일주일에 1시간조차도 적극적으로 함께 놀아주는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였다.



"꿈나무 씨앗"팀의 주요한 프로그램은 독서를 융합한 미술치료 및 푸드아트 테라피를 중점적으로 활용한 심리정서 케어 프로그램, 신체놀이, 공동체 게임 등을 접목한 신체놀이 활동,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직업체험 등으로 구성하였다. WHO가 정한 건강의 기준에 맞춰진 육체적 · 정신적 · 사회적으로 건강한 아이를 키워내고자 하는 목표를 가졌다. 또한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지닌 리더로 키우고자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꿈씨틔우기

#마음톡톡

#몸튼튼





"꿈 씨 틔우는 시간"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는 말처럼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직업체험 활동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그려가고, 직업적 소망을 갖길 원한다. 따라서 ‘의사직업 체험전’, ‘오늘은 나도 선생님’, ‘꿈나무 백일장’ 등을 통해 어떤 날은 의사가 되어 다양한 전공을 경험하며 사람을 치료하는 의학적 지식을 배우기도 하였다. 어떤 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색종이 접기나 그림책 읽기 등을 가르치는 시간을 통해 친구들, 동생들, 언니 앞에서 선생님이 되어 보는 시간도 가졌다. 또한 ‘꿈나무 백일장’을 통하여 깊어져 가는 가을 낙엽 속에서 화가, 작가가 되어 보면서 감수성을 키워갈 수 있었다.




"마음 톡톡 시간"


독서 융합 미술치료 및 푸드아트 테라피는 ‘마법의 약 만들기’. ‘분노의 대폭발: 화산마을 만들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난화게임’, ‘너는 특별하단다.’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아이들은 일상의 부모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형제와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를 적절히 표현하거나 해소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본 프로그램들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감정을 안전한 환경 속에서 표현하도록 하고, 함께 참여한 부모까지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하였다.


 도입 부분에서는 “분노, 슬픔, 속상함, 우울” 등에 관련된 다양한 동화책(기분을 말해봐, 흥칫뿡, 우르르 쾅 화산섬 등)을 읽어주고, 독서 나눔을 하였다. 또한 그림으로 쉽게 표현된 감정카드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술치료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데 자주 사용되는 주제는 화산 등이 있다. 화산폭발활동을 통하여 평소에 분출하지 못했던 분노의 감정을 대리 표출함으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였다. 또한 마법의 약 만들기에서는 점토로 자신의 마음을 만들고 반짝이 풀을 주사기에 담아 슬픔을 느낀 마음에 치료약을 뿌려주며 위로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을 경험하기도 하고, 무심코 내뱉은 친구의 말들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다른 친구들의 비난이나 평가를 통해 자존감이 낮아졌던 아이들은 자존감 향상을 위한 푸드아트 테라피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음식재료들로 자신의 얼굴을 꾸며보기도 하고 엄마와 공동체 친구들의 위로를 통해 위안을 받았다.






“몸 튼튼 시간”


신체놀이활동 프로그램은 공원이나 센터 등에서 진행되었다. 한국의 사계절을 만끽하며 계절을 즐기는 기쁨을 아이들에게 선사하고 싶었기에 야외에서는 소풍, 미션수행, 운동회, 모래놀이, 밀가루 놀이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봄에는 봄 운동회, 가을에는 가을 운동회를 통하여 친구들, 언니, 동생, 부모님과 함께 즐기는 신체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였으며, 땀 흘리는 놀이의 즐거움을 통해 신체적 건강을 꾀하였다. 또한 집에서 활용하기 어렵지만 촉감만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모래놀이, 밀가루 놀이, 흙 놀이 체험 등에 참가하여 자연 속 재료를 통하여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시간을 가졌다.





품앗이 활동을 통해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 맞벌이 가족이 공동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틈새 돌봄이 가능해지면서 맞벌이 부부의 전문적 능력 향상을 통한 사회적 기여 및 평일 저녁, 주말, 방학 등의 돌봄 공백이 해소되었다.

아이들을 위한 심리정서안정을 함양한 미술치료 및 푸드아트 치료가 진행되면서 맞벌이 부부의 육아 스트레스 해소 및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이들 내면의 심리상태를 알게 되면서 아이들과 더욱 긴밀한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수줍음이 많고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것을 불안해하였던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표현을 적절히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부모가 아닌 이웃을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둘째를 출산했던 공동체 구성원 중 한 명은 산후조리원으로 가게 되면서 첫째 아이의 돌봄을 염려했다. 더욱이 동생을 갑자기 만나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아이를 공동체 안에서 서로 돌보며 아이가 엄마로부터 떨어지는 두려움, 동생을 만나게 되면서 경험하게 되는 스트레스 등을 해소할 수 있었다. 공동체 다른 구성원들과의 형제· 자매 관계를 통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현대사회는 자기애적인 요소, 비교 등을 통해 좌절감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아이들이 자라서 수없이 겪게 될 수 있는 좌절감을 스스로 위로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능력은 어린시절 부모-자녀와의 관계에서 얻게 된다. 이를 자기위로능력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모체를 본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었다.


공동돌봄을 통해 워킹맘들이 자녀양육으로 인해 포기하고 싶었던 일을 지속하며 "일과 가정(양육)" 양립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공동체 나눔을 통해 워킹맘의 애환을 나누고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 때가 그립다. 코로나 없이 모두 즐겁게 모여 뛰어놀고 서로의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누던 그때...

다시 그 날을 기다린다.

아이들이 훌쩍 더 커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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