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9월이 되어도 여전히 더워서 둘레길 산책은 꿈도 못꾸고, 그 대신 갤러리로 향했다. 지금까지는 안국동이나 인사동 쪽으로 갔었는데 요즘 한남동에도 갤러리가 많이 있다는 말을 들은 김에 <한남살롱 2024>로 행선지를 정했다. 이곳은 과거에 <Replace 한남>으로 불렸단다. 논현역에서 241번을 타고 한남시범아파트 정류장에 하차하여 길을 건넌 다음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왼쪽에 끼고 돌아 가파른 경사길을 내려가면 나온다. 처음에 입구를 못찾아서 살짝 헤매다가 들어갔다.
이번 전시는 무료이긴 하지만 입구에 있는 QR을 찍어 어플을 깔고 인증을 해야 한단다. 하기사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살짝 당황했다. 갤러리가 아주 크지도 않은데 관람객 수보다 직원 수가 더 많아 보였고,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곳에 지은 건물 특성상 들어가면 2층인데다 건물도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고, 전시장인지 쇼룸인지 카페인지 공연장인지 구분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작품들은 모두 3층 4층 전시장에서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들른 3층에서는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대리석 느낌이 나는 박예림 작가의 작품들이 특이했고, 평면 작품들과 설치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도 보였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벽면과의 조화도 고려해서 배치한 것 같았다.
아래 작품들은 유화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실로 짠 태피스트리이다. 수작업은 아니고 기계로 짰다고 하지만 이렇게 커다란 대작을 어떻게 짠 건지 신기했다.
4층에서는 소더비와 협업한 특별전 <상상의 세계: 여성 초현실주의>가 진행 중이고, 프리다 칼로와 레오노라 캐링턴, 레메디오스 바로, 브리짓 베이트 티체노르 등 여성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1930년대라는 시대의 특성상 대부분이 유화작품이었고, 드로잉 몇 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림들을 보고 나오니 저쪽에 <살롱 플러스>라는 공간이 보였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사람들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냥 오려는데 마침 예약자가 없어서 얼른 들어가서 사진만 찍었다. 과거 예술가들이 교류했던 살롱을 재현해놓은 거라고 했고, 벽에 걸린 작품들은 현대의 초현실주의 작품이란다.
아래왼쪽은 입구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설치작품이다. 나는 그냥 조명인 줄 알았는데! 오른쪽은 예쁘게 물들인 조경 장식 정도 되는 듯!
작품도 전시 방식도 내게는 생소해서 처음에 어리둥절했던 건 사실이지만 이런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9월 14일까지 전시이니, 얼마 남지 않았네! 누군가 그러더라, 이런 전시가 심지어 '무료'인데 안갈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