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주스
깼냐?
아오, 죽을 거 같다. 진짜
너무 달렸어.
우리 몇 병 마셨지?
다섯 병인가 여섯 병인가.
근데 왜 죽을 거 같지. 넌 괜찮냐? 야. 고양이 좀 어떻게 하면 안 돼?
사피. 이리 와. 사피. 너 어제 집에 들어와서 맥주 마신 건 기억 안나지?
맥주? 아씨. 또 필름 끊겼네. 나 맥주 많이 마셨냐? 아 씨발 진짜 죽을 거 같네. 몇 시야? 야 고양이 좀 화장실에 가두던지 해라. 겁나 치대네.
사피. 이리 와. 근데 고양이는 부른다고 오는 동물이 아냐. 사피.
알게 뭐야. 근데 몇 시나 됐어?
벌써 열두 시네. 나도 속이 좀 쓰리긴 하다.
어제 우리 몇 시에 들어왔냐?
한 시 좀 넘어서 들어온 거 같은데…… 아 나. 어제 진짜 너 때문에.
왜?
편의점에서 꼬장 부린 거 기억 안나지?
나겠냐?
조니워커를 사겠다고 그 지랄을 떠는데 진짜.
조니워커?
이 새끼 진짜. 편의점 들어가서 조니워커 블루가 없다고 알바한테 꼬장을 꼬장을 아오. 내가 진짜. 미친 새끼, 너 진짜 그러다가 큰 일 난다.
아 몰라. 물 좀 줘.
니가 가서 마셔.
토 쏠린다. 아 진짜 죽을 거 같아. 좀 가져다 달라고.
아 진짜 이 새끼 사람 짜증 나게 하네. 사피. 이리 와.
수돗물?
수돗물이라니 아리수로 바뀐 지가 언젠데.
삼다수 없어?
그냥 마셔. 괜찮아
아무것도 없어?
없어 새끼야. 그냥 마셔. 맨날 마시는 건데 왜 지랄이야.
다른 거 없어? 아무리 그래도 수돗물은 아니다.
아리수라고. 아리수. 못 봤어? 길거리에 겁나 붙어있잖아. 바로 마셔도 된다고. 오렌지주스 있네. 마실래?
응. 줘봐. 뭐야? 존나 미지근하네. 이거 오래된 거지? 이거 이거 가라앉은 거, 이거 뭐야?
흔들어. 흔들어. 진짜 겁나 떽떽거리네. 아리수로 랩이나 쓸까? 보니까 요즘에 공익광고 같은데 래퍼들도 나오더라. 쉣구리던데. 나도 제대로 만들어서 팔아 볼까? 아리수라. 아리수라. 캐릭터도 있네. 아리랑 수리. 흐흐 존나 구리다. 아리, 수리래.
주스에서 무슨 썩은 맛이 나냐? 이거 어디에 있던 거야? 고양이 새끼 오줌 들어간 거 아니야?
고양이새끼가 뭐냐? 양아치 새끼.
예방 접종은 했냐?
3차까지 다 하고 항체 형성됐는지만 확인하러 가면 돼.
항체? 좋은 세상이다. 비싸?
아니, 그렇게 안 비싸던데?
야. 나 헛개수 사다 주면 안 되냐?
왕자님이야?
주워온 고양이는 주사까지 맞히는 새끼가 헛개수 하나 못 사다 주냐? 존나 이율배반적인 새끼.
요즘에 유가가 떨어져서 플라스틱 재활용을 안 한대.
그거랑 헛개수랑 뭔 상관인데?
돈이 아까워서 아리수를 먹는 게 아니라는 거지. 바다에 플라스틱 쌓인 거 못 봤냐? 존나 심각하던데. 삼다수 헛개수 그런 거 다 플라스틱이잖아. 안돼. 진짜 이러다 끝장날지도 몰라.
니가 그린피스야? 아는 척 존나하네. 시간이 많으니까 애 새끼가 별 걸 다 찾아보고 앉아있네? 야, 그럼 이거 주스는 왜 산 건데? 이건 뭐 플라스틱 아니냐?
그건 작년에 산 거니까.
작년? 씨발 이거 작년에 산 거라고? 이 미친 새끼가 진짜. 작년에 산 걸 준거야? 어쩐지 존나 썩은 맛이……. 이 개새끼… 진짜 죽여버릴라. 아 나 진짜 미치겠네. 갑자기 오바이트 쏠리네. 안 그래도 속 안 좋은데.
그래서 내가 아리수 그냥 마시라고 했잖아.
병신아, 수돗물이 문제가 아니라 관이 문제라고. 수도관이 더럽게 더러워서 문제라고. 존나 깨끗한 물이 존나 더러운 관을 따라서 오면 결국 똥물이 되는 거라고.
똥물은 무슨. 맨날 마시는 나는 뭐가 되냐?
똥 같은 새끼지. 병신
지랄.
좀 사다 달라고. 헛개수
닥쳐.
야 근데 너 술을 왜 그렇게 마시냐. 알코올 중독이야 너. 맨날 필름 끊기기나 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렇다. 꿈도 없고 미래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술이나 빠는 거야.
젊은 새끼가 존나 디스토피아적이네.
유토피아면 나아지냐? 너 유토피아가 무슨 뜻인 줄 알아?
이상적이란 뜻이잖아.
지랄. 그런 곳은 없다는 뜻이야.
진짜? 유토피아가 그런 말이라고? 누가 그래?
나도 시간 존나 많거든.
그래서 뭐?
그러니까 디스토피아나 유토피아나 같은 말이라고 삼룡이 새끼야. 괜히 어디 가서 잘난 척하지 말라고.
존나 아는 척하네. 근데 그거 괜찮네. 유토피아. 가사로 써먹어야겠다.
넌 언제까지 할 건데?
음악?
응.
계속할 건데. 난 너처럼 그렇게 쉽게 그만두고 그런 사람이 아니야.
병신아. 안 되는 거 계속 붙잡고 있는 것보다 나아. 될 거였으면 벌써 됐지. 붙잡고 있는다고 다 되면 씨발 나도 됐겠다.
넌 끝까지 해본 적이 없잖아. 아니다 싶으면 마는 새끼가 뭘 알겠냐. 너가 예술가의 고통을 알아?
예술가의 고통은 모르겠는데 니 음악이 존나 고통스러운 건 잘 알지.
죽여버린다. 하여튼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들이 입은 졸라 잘 털지.
아무것도 모르진 않아. 나도 요즘 힙합 좀 듣는데 좋은 음악은 바로바로 알겠던데? 난 요즘 그 사람 노래 좋던데.
누구? 송대관?
닥쳐 이 새끼야. 뱃사공. 그 사람 음악 좋던데.
뱃사공 좋지. 나도 그 정도는 나와.
아니. 넌 그 정도 되려면 아직 멀었어. 한 30년 더 해야 될지도 몰라. 존나 억겁의 세월을 더 견뎌야 된다는 거지. 흐흐
나 이번에도 쇼미 나갈 거야.
또? 왜 자꾸 나가냐? 1차도 통과 못하는 새끼가.
나갈 거야. 이번엔 제대로 준비해서 끝까지 올라갈 거야.
너가? 절대 안 돼. 내가 아무리 음악을 모른다고 해도 그건 알아. 넌 재능이 없어. 열심히 하는 건 인정. 인정하는데, 넌 진짜 재능이 없어. 니 음악은 뭐랄까… 음… 존나 구려. 힙합인데 듣고 있으면 시골 장터 느낌이 확 밀려와. 그러니까 졸라 이상해. 뭐라고 비유를 해주면 확 와닿을까? 음. 존나 짝퉁 나이키를 강남 매장… 음 암튼 그냥 졸라 구려.
어제 꿈에 미진이 나왔다.
미친놈.
미진이랑 강화도 같은데 간 거 같은데 조개구이집에 들어갔거든. 막 웃고 얘기하다가 갑자기 싸우더라. 꿈에서도.
뭣 때문에 싸운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근데 싸우고 있는데 이게 꿈인 거 같은 거야. 근데도 질리더라고. 진짜 헤어질 때 다 됐나 보다. 하긴 오래 만났다. 3년이나 만났는데.
너네 헤어진 거 아니야? 어제 나랑 그래서 술 마신 거잖아.
그렇지. 헤어진 거지. 근데 그게 그저께 헤어졌으니까 나도 헤어진 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 근데 진짜 문자 하나를 안 보내네.
당연한 거 아니냐? 씨발 딴 여자 생겼다고 헤어지자고 하는데 누가 붙잡냐. 넌 새끼야. 진짜 미진이한테 잘못한 거야.
근데 생각해보니까 꿈에서 왜 싸웠는지 알겠다.
왜?
아니 조개구이집에 들어가서 소주를 시켰는데 소주가 맛이 좀 이상하더라고 그래서 조니워커 블루로 가져다 달라고 했더니 미진이가 돈이 어딨냐고 무슨 조니워커 블루냐고 짜증을 내더라고. 그런 거 같아.
미친 새끼. 맛이 갔네 맛이. 가도 한 참 갔어.
넌 주영이랑 잘 만나냐?
나야 뭐. 내가 워낙 잘하니까.
좋겠네. 씨발
이따 주영이 알바 끝나면 만나기로 했는데
어디서?
집에서
집? 누구네 집? 걔 부모님이랑 같이 산다고 하지 않았어?
응. 그러니까 여기 우리 집에서 만난다고
아. 알았어 이 새끼야. 안 그래도 이따 갈라고 했어. 아 존나 눈치 주네.
아니 눈치 주는 게 아니라. 있으려면 있어.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래? 그럼 있어야겠다.
넌 안 바쁘냐?
응. 이제 여친도 없고. 주영이한테 여자나 소개해달라고 해야겠다. 잘 됐네.
너 알바하는 데 여자애 있다며?
구라지 새끼야.
뭐? 그럼 미진이한테는 왜 그렇게 얘기했는데? 이 새끼 돌아이네.
나 태국 갈 거야.
태국? 갑자기?
응 태국 가서 존나 떼부자 될라고.
거기 가면 뭐가 있어?
아는 형이 자기 아는 형이 거기서 사업하는데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생각 중이야.
무슨 불법 도박 그런 거에 끌려가는 거 아니냐?
그런 데 가는 거 아니야. 그 형 얘기 들어보니까 거기서 식당을 크게 시작한 거 같더라고.
너 요리할 줄 모르잖아.
야. 이 멍청한 삽사리 같은 새끼야. 내가 거기 요리하러 가겠냐? 아니 무슨 하나밖에 생각할 줄을 모르냐. 식당은 사업 아니야? 거기 관리하는 사람도 필요할 거고 뭐 그런 거 아니겠어?
관리? 가서 니가 무슨 관리를 하는데?
나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좀 더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그랬잖아.
응?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아니 말이 그렇다고. 아오- 이 새끼랑은 5분 이상 말을 섞으면 피 토할 거 같아. 진짜 너는 대단하다. 주영이 걔는 뭐가 좋다고 이런 새끼를 만나는 거지?
나는 랩을 존나 잘하잖아. 근데 태국 가면 좋긴 하겠다. 나 태국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일하러 가면 거기서 다 거기야.
그래도 좋겠지. 난 추운 거보다 더운 게 낫거든.
더운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맨날 덥잖아? 그럼 또 그게 지겨워져. 원래 그런 거야. 그래서 차라리 한국이 괜찮은 나라일 수도 있어. 지루할 틈을 안 주잖아, 그치? 봐라. 봄이면 황사와 미세먼지와 그러다가 여름 오잖아. 졸라 습하지 비 오지 덥지. 아 씨발 뒤지겠네 하면 졸라 추운 겨울이야.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성질이 급한 거야. 여유도 없고 태국 애들 졸라 느리대. 거긴 급할 게 없다고 그러더라고.
그러니까 지금 태국이 좋다는 말 아니야.
아니 어디가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거라고. 어디든 똑같다고. 사람 사는 데는.
태국이 똠양꿍인가?
몰라 나도
쌀국수는 베트남이잖아.
알았어. 시끄러 새끼야. 그나저나 뭐 마실 것 없어? 대가리 깨질 거 같다.
아리수 있는데. 아리수 마실래?
아 나 이 새끼가 진짜.
아리수 깨끗하다고 하던데?
아리수 존나 더럽다고 새끼야.